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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핫!! 핫한~잇슈!

아이들아 웃자!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작성일 : 06-04-28 09:29             
아이들아 웃자!성폭력없는 세상에서!
글쓴이 : 아하지기 (210.221.94.19)  조회 : 543  
 
 

“사진 속에서 밝게 웃고 있는 네 모습을 보면 너와 함께 있던 시간에 즐겁다가도 눈시울이 뜨거운 진단다. 지금까지 우리 미연이가 있어서 엄마 아빠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네가 우리의 희망이고 전부였단다. 우리는 네가 없는 현실에서는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진단다. 세상을 살고 싶은 욕심이 없구나.... (중략) 엄마 아빠가 늦게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 넌 혼자 있는 거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한번도 싫은 말을 한 적이 없었지. 방학때는 외갓집이나 이모네집에서 지내야 했는데... 너무 미안하구나 같이 못 있어준 시간이 많아서..... 꿈속에서도 네가 보이면 정말 좋을텐데..
- 2006.4.6. 용산초등학생 추모제에서, 엄마 아빠가 미연이에게 보내는 편지 중- 

온 국민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한 이 사건 가해자에 대한 선고공판이 있던 날 미연이는 엄마의 꿈에 나타났다고 한다. “엄마! 세상에는 너무 나쁜 아저씨들이 많아요. ~” 그것도 우는 모습으로... 

우리는 지난 2월 서울 용산에서 피어보지도 못한 11살 된 어린 소녀 미연이를 성범죄자의 손에 의해 잃었다. 그것도 같은 동네에서 같은 수법으로 4살짜리 여아를 성추행하여 1년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난 지 5개월 밖에 안 된 전과 9범의 동네 아저씨가 가해자라고 한다. 되짚어 보건데 우리사회에서 이와 같이 같은 동네에서 아동들이 전과자에 의해서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된 사건은 처음이 아니다. 

1999년 4월 광명시 폐기된 콘테이너 안에서 7살 여아가 전과 11범 동네 아저씨에게 성폭행 후 살해, 2001년 5월 서울 뚝섬 4살 된 여아 실종 후 9일 만에 아동성범죄 전과자인 이웃 아저씨에게 성폭행 후 살해, 2005년 11월 11세 된 남아 성추행 범죄로 구속 출소한 이웃집 17세 서모군에게 성추행 뒤 살해 되었다. 이처럼 끔직한 살해 사건이 아니라도 최근 마포에서 검거된 아동성추행자를 보더라도 성폭력범죄자들의 재범률이 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높다. 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영국 등에서도 똑같은 범죄 행태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1994년 제정된 그 유명한 미국의 메건법도 바로 메건 니콜 킹카(7세)양이 두 차례나 아동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상습범에 의한 강간 살해 사건이후에 학부모들의 운동에 의해 만들어진 법이다. 

최근 이 사건 이후에 아동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정부각 부처 또는 국회에서 수많은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청소년 성보호법을 강화하는 것으로 청소년대상 성범죄자 상세정보 등록 및 지역주민에게 공개, 취업제한 그리고 법무부에서 성범죄자 야간외출 제한 그 이외에 전자팔찌 및 화학적 거세 기법 도입하자, 아동성폭력 추방의 날을 정한다, 아동성폭력 특별법을 만든다 등.. 죽어간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대책들이 쏟아지는 것에 대하여 비판적일 이유는 없다. 그런데 어느 부처, 어느 당, 어느 국회의원이 획기적인 그리고 국민의 눈길을 끌만한 대책을 내놓는가...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듯 보이는 이유는 뭘까?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나 피해자의 눈으로 보건데 우리사회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다른 특별한 대안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다. 

1990년대 초반에 성폭력 특별법이 제정되고, 2000년대 초에 청소년 성보호법이 제정되어 꾸준히 개정작업을 거쳐 추진되어 오고 있다. 가해자 처벌을 위한 새로운 특별한 대책보다도 그간 성폭력 범죄 사건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가해자에 대한 체계적인 국가의 관리가 필요하다. 국가만의 관리의 한계를 넘는 것이라면 범죄 예방을 위해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지는 않은가? 성범죄 없는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역공동체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도 아동과 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자 청소년․여성단체들의 요구에 의해 ‘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한지 5년이 지났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로 대표되는 이 법은 제정 초기 청소년 대상 성범죄 가해자 인권에 대한 수많은 논란 속에서 현행 신상공개제도가 만들어져서 집행되고 있다. 현행 신상공개 제도는 6개월에 한 번 최종 확정 판결을 받은 청소년대상 성범죄자 중에서 청소년위원회가 심사를 하여 일정 기준 이상의 범죄자만 청소년위원회 홈페이지에 신상정보가 등록된다. 그것도 사진은 물론 없으며 주소의 경우에는 동과 번지수가 나오지 않는다. 예를 들면 서울시의 경우 00구까지만 나오게 되어 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청소년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 www.youth.go.kr를 방문해 보시길 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신상공개 제도가 시행되면서 많은 국민은 우리 사회의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과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나 지역사회 안전한 교육환경 만들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자녀를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예방적 정보로 활용하기엔 부족함이 많다. 이 법이 시행되었을 때 우리 YMCA를 비롯한 청소년․ 학부모 단체에서는 ‘성폭력 없는 지역사회 만들기와 학부모의 자녀를 지키기 위한 알 권리’ 차원에서 우리 동네에 어떤 성 범죄자가 살고 있는 지를 알고자 정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정보공개를 할 수 없는 것으로 통보를 받았다. 학부모의 자구권(自救權)을 행사하기 위한 정보로서 현행 신상공개 제도는 시급하게 손질을 해야 한다. 

이번 미연이의 죽음은 국가가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 감독 시스템이 제대로만 갖추어져서 지역사회가 이 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 하고 있었더라면 충분히 예방 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가해자는 바로 5개월 전에 같은 경찰서에서 같은 동네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40일 동안이나 구속수사를 받은 자였다고 한다. 그러나 피해자의 합의도 없는 상황에서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여 활개치고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게 했다. 재판부의 관행은 여전히 아동성폭력에 대하여 소위 ‘그까짓거, 우발적으로 남자가 한 번 할 수도 있는 것이지..’ 이런 분위기 속에서 관대하게 처리한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나 그 가족은 우리 사회의 엄격한 순결주의 탓으로 피해 사실이 이웃집에 알려질까 쉬쉬 한다. 그러는 와중에 성범죄자들은 만의 하나 잡혀도 곧 풀려 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남자의 성은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다는 각본을 가지고 쾌락을 추구하며 위험한 곡예를 단행한다.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미연이가 하늘나라에 가서까지 ‘이 세상에는 나쁜 아저씨가 너무 많다’고 울부짓는다. 사건이 나면 시민들의 분노는 그 순간 뿐 그 아픔은 오로지 피해자 가족들에게 남는다. 제 2, 제 3의 미연이가 내 자녀가 될 수도 있고, 우리 YMCA 아기스포츠단 아이일 수도, 우리 청소년 클럽회원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성폭력 가해자 또한 이상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다. 내 아들일 수도 있고 직장 동료일 수도 있다. 
 
성폭력,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피해자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가해자를 예방하기 위해서 힘을 쏟아야 한다. 바로 나 그리고 내가 속한 공동체와 우리 마을에서부터 그간 쉬쉬하고 덮으려고만 하면서 엄한 도덕적 잣대만 들이댔던 성에 대한 인간의 태도에 대해서 점검해보자. 남․녀에게 이중적으로 들이대는 성에 대한 왜곡된 의식,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는지, 남자의 성충동을 어절 수 없는 본능으로 허용하지는 않았는지, 우리 일상 속에서 상대를 배려 하지 않고 나만의 욕구를 채우며 자기의 욕심을 합리화 하지는 않았는지... 우리 아하!센터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만드는 운동에 얼마나 힘을 쏟고 있는지. ‘아이들이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웃는 그날을 위해!’ 우리 아하!센터가 해야 할 일은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건강한 성의식을 갖도록 하는 교육과 상담 인프라를 확대해 가는 것, 학부모 차원의 지역사회 운동 등 시급하고도 많다. 


서울YMCA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관장
이명화
bright@ym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