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하! 에는 어떤일이?/2019 아하!뉴스

"이건 내 인생이야!" 김인선 선생님과의 이야기 한마당

2019.6.17.(월) 늦은 7시
아하!센터에서는 특별한 손님을 모시고 이야기 한마당을 펼쳤답니다.

“사랑하는데 왜 야단인가. 사랑 못 하는 게 문제지.”
라는 어록을 남기신 69세 그리스도인 성소수자 김인선 선생님이셨답니다.

 

▲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귀길울여 들어주시고 계시는 김인선 선생님과 바짝 긴장해있는 랄라


그렇다면 어떠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 함께 보실까요? (이야기 한마당 중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랄라: 안녕하세요. 이렇게 늦은 저녁에 모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들 궁금하시거나 김인선 선생님의 인생 이야기를 듣고 싶어 모이셨을 것 같아요.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아하!센터의 랄라입니다. 오늘은 강연보다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앞서 본 영상을 보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나’ 그게 바로 ‘내 인생’ 이라고 하셨는데요. 멀리 독일에서 ‘내 인생 이야기’를 풀어주실 김인선 선생님을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김인선: 안녕하세요. 방년 6학년 9반 내년 70인 김인선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한국의 성교육과 인간으로서 성소수자들이 한국에서 처한 현실에 대해서 성서적 입장을 독일에서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독일은 지역마다 보수적이기도 진보적이기도 하지만 남쪽을 제외하고는 거의 성교육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킵니다. 성정체성, 성적지향을 가지고 자기를 검토하는 시간을 갖는거죠. 신체와 정신의 건강함뿐만이 아니라 장애가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성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요. 임신, 출산, 성관계, 임신중절 등 토론 형식으로 이야기 되고 있기 때문에 독일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고등학교 졸업하면 성에 대해 이론적으로 대부분 배운다고 보시면 되요. 18세 이후면 성인이 되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내가 누구와 살건지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가지게 됩니다. 특히나 종교(교회)가 이런 것들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이것은 인권에 대한 침해이기 때문이죠. 각자의 삶의 태도와 가치관이 있는것인데 한국 사회에서는 왜 그러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최근 한국에서 개최된 서울 퀴어 퍼레이드에 참석했는데 충격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교육에 대한 측면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종교적으로 갈등을 심하게 겪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랄라: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하시면서 어떠셨나요?

 

김인선: 참 기분이 씁쓸했습니다. 하지만 참여한 젋은이들은 너무 감독적이었어요. 역동적인 기운이라는 것이 굉장하더라구요. 독일의 경우는 오히려 정돈이 된 분위기라면 이곳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랄라: 독일에서 신학을 전공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커밍아웃을 하기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그 결단을 함에 있어서 지지자가 있으셨나요?

 

김인선: 저는 너무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났어요. 출생 자체부터 문제가 있었어요. 아버지가 이미 결혼을 했었던 사람이었으니 어머니께서 낙태(임신중절)하고 싶었지만 결국 제가 살아서 태어났고요. 그리고 15살에 할머님이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외국 가고 고아가 되었기 때문에 공장도 다니고 별일을 다 했기 때문에 22살에 이미 한국만 아니면 어디든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독일밖에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오로지 내가 살아남기 위한 것이 중요했습니다. 당당해질 수밖에 없었던거에요. 내가 가장이고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여자 친구를 만났을 때 운명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인교회에서 나를 얼마나 반대했겠어요. 하지만 당신이 아닌 내 인생이고 남편에게도 나랑 이혼한다고 손해 보는 거 있나 라는 태도로 살아왔기 때문에 똥배짱이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런 환경이 무기였던거죠. 마이웨이죠. 그래서 성소수자들에게 항상 얘기합니다. 당당해지라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성소수자라서 당신이 손해 보는거있냐 라는 태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의 편이 되어주셨던 사람은 독일인들이었어요. 한인교회는 아니라고 생각해도 집단의 생각 때문에 의견을 내기 어려웠는데 독일인들은 그렇지 않았어요. 독일 사람들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스스로 판단해서 지지해주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독일인 친구가 많고, 제가 한국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살아온 이야기를 한인교회 사람들과는 하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랄라: 오늘 성교육, 성상담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많이들 궁금해하실 내용일 거 같은데요, 성소수자 청소년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김인선: 내가 해답을 찾아주고 말해줄 수 있는 건 아니고 그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거밖에 없어요. 어떤 문제가 있고, 어디에 도움을 받고 싶은 것인지 자연스럽게 어리거나 많거나 상관없이 고민이 제일 많은 건 본인이기 때문에 질문만 던져줄뿐이에요. 공감해 줄뿐이고요. 결과적으로 대답은 자기가 있는 것이잖아요. 대답은 줄 수 없어요. 단지 그걸 인정해주는 과정이 필요한 것일 뿐이죠.

랄라: 한국에서의 성평등 인식은 낮은 수준이라고 해요. 독일은 성평등 인식이 어떤가요?

 

김인선: 독일도 갈등 사례가 있기는 해요. 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성교육을 받고 토론을 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경우와는 좀 다른 것 같아요. 한국도 체계적인 성교육이 필요할 것 같아요.

 

플로어: 제가 평소 나이 듦에 관심이 많아요. 나이 듦을 느끼는데 안타까움은 없으신가요?

 

김인선: 받아들여야죠! 받아들이세요. 당연히 어제와 오늘이 다르죠. 안 받아들이니까 불만이 생기고 쌓이는 거예요. 그게 제일 편하고 쉬운 방법 같아요. 안 그럼 나만 피곤하고 어려워져요.

랄라: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신다면?

 

김인선: 내가 행복해야 돼요.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해요. 내가 어떤 생각과 마음가짐을 갖냐에 따라 그곳은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어요. 일단 내 자신을 위해 사세요. 그것이 저에게도 엄청난 큰 원천,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질문해요. 어떡하면 잘 죽을 수 있냐고.. (김인선님은 독일에서 호스피스를 운영하고 계시답니다^^*)
잘 죽는 건 잘 사는거예요. 잘 산 사람은 죽을 때 아쉬워 하지 않아요. 근데 잘 못 산 사람은 이것도 못해보고 저것도 못해보고 하루만, 이틀만 더 살고 싶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지요. 여러분들도 늦기 전에 어떻게 나를 위해 내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김인선 선생님과 이야기 한마당을 쭈욱~읽으셨는데 어떠셨나요?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한마당이었겠죠?
때론 진지하게
때론 호탕하게
때론 따끔하게
때론 따뜻하게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주옥같은 말들이었답니다.
지금은 독일에 계시지만 언젠가 또 아하!센터에서 만나는 날이 있겠죠?

 

▲ 참여자분들과 의미 있는 기념촬영도 찰칵 ! 다들 표정들이 너무너무 좋아보여요 .

참여자분들의 소감도 살짝 엿볼까요?>_<


질문) 기억에 남는 내용, 좋았던 점이 있다면 적어주세요.
- 당당한 성소수자의 모델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 내가 나를 인정하지 않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인정할 수 있는가라는 대목에서 성교육자로서 참여자들을 성적 존재로

  잘 인정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라는 고민들이 생겼습니다.

- 남의 시선과 상관없이 나담게 당당하면 된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 고민하는 성소수자 청소년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질문에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미

  답은 본인이 가지고 있다 라는 현실적인 답이 좋았습니다.

 


소감만 봐도 그 날 현장의 후끈함이 다시 떠오르네요.


언젠가 김인선 선생님을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글. 기획협력팀 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