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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문화에서 성을 찾아내다

[도서] 아하?! 신화와 함께 돌아보는 간밤의 꿈 '살아 있는 미로'

작성일 : 11-03-02 10:40             
[도서] 아하?! 신화와 함께 돌아보는 간밤의 꿈
글쓴이 : 아하지기 (124.62.1.6)  조회 : 137  


아하?! 신화와 함께 돌아보는 간밤의 꿈
[살아있는 미로] 

제레미 테일러 저  | 이정규 역 | 고혜경 감수 | 동연출판사 | 2009


[살아있는 미로]는 꿈 해석 작업을 위해, 신화와 꿈 속에 담긴 집단 무의식과 원형들을 분석하는 책이다. 이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인간은 어디서 왔을까? 성별은 왜 나뉘어져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 자연과학도 나름대로 설명한다. 과학적 설명이 언제나 충분한 것은 아니다. 수정란이 만들어지는 체내 사진을 아무리 봐도, 매일 수백만 명의 아이가 태어난다고 해도, 생명의 탄생은 여전히 낯설고 신비하다. 이런 호기심은 존재론적이고 영적인 게 아닐까. [살아있는 미로]의 저자 제레미 테일러에 의하면, 꿈과 신화는 바로 이러한 기원에 대한 인간의 질문과 설명을 담고 있다.  

테일러가 일례로 소개하는 고대 일본 신화의 이나자기와 이나자미 설화는 흥미롭다. 이나자기와 이나자미가 최초의 부모로, 혼인식을 올린다. 둘의 혼인식 소식을 들은 다른 신들은 질투와 두려움에 차서 둘의 관계를 훼방 놓으려고 한다. 남신들은 이나자기에게 이나자미의 성기에는 날카로운 이가 가득해서 성관계를 가지면 이나자기의 성기를 물어뜯을 거라고 말한다. 여신들은 이나자미에게 성관계를 가지면 이나자기의 성기는 끝없이 커져서 이나자미를 산산조각 낼 거라고 전한다. 이나자기와 이나자미는 다른 신들에게 속아 서로를 두려워하게 된다. 이나자기와 이나자미의 이야기는 섹스와 이성에 대한 불안과 직관을 상징적이고 극적인 서사의 형태로 보여준다. 

꿈과 신화는 원형적인 상징을 통해 무의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신화가 집단의 꿈이라면, 꿈은 개인의 신화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꿈을 왜 꾸는 것일까. 테일러의 답은 단순하다. 

“모든 꿈은 꿈 꾼 이의 건강과 온전함에 이바지하려고 온다. 누군가 어떤 문제에 대한 꿈을 꿨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그 문제에 창의적으로 반응하고 상황을 변화시킬 행동을 취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의미이다. ... 그런 창의적인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꿈꾼 사람이 의식에서 깨닫지 못할 수는 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꿈은 우리에게 온다.” 

하지만 꿈이 메시지를 가지고 와도 그 꿈이 이해되지 않으면 결국 메시지는 전달되지 않는 셈 아닌가. 사실 내 꿈은 대부분 파악 불가능한 ‘개꿈’이거나 끔찍한 악몽이다. 아침에 일어난 뒤에도 기억나는 꿈은 그리 좋은 꿈이 아니다. 꿈 속 괴상한 이미지를 되씹으며 맞는 아침은 피곤하다. 피로나 스트레스 때문에 푹 잠들지 못했다는 증거 같다. 하지만 테일러에 의하면 악몽이야말로, 무의식이 보내는 SOS 신호라고 한다. 그만큼 긴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강력한 이미지들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뒤섞이고 모호한 이미지들 넘어, 꿈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꿈을 꾸는 우리 대부분은 당연히 신화학 학자가 아니다. 

테일러가 제시하는 꿈을 이해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꿈 꾼 이는 직관적으로 꿈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직관과 연상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꿈에 대해서 올바른 접근에 다가설 때마다, 우리는 ‘아하!’하고 알아차리게 된다는 것이다. 제레미 테일러는 이 ‘아하!’ 하고 오는 깨달음이야말로 꿈을 탐색하는 데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시금석이라고 한다. 

그러나 꿈의 메시지는 이해하기 어렵다기보다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인간에게는 보수성이 존재해서, 변화는 혼돈스럽고 감당하기 힘든 부담일 수 있다. 변화는 새로운 의식의 가능성을 예고하지만, 그 변화를 위해서는 낡은 자아가 죽어야 한다. 꿈 속에서 새로운 의식이란 (낡은 자아의) 죽음을 통해 드러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꿈들은 두렵고 괴로운 것이기 쉽다는 것이다. 테일러에 의하면, 괴물에게 쫓기는 꿈에서 괴물은 악이 아니라 자기가 외면하고 싶은 자아의 이면이다. 그 괴물에게서 달아나지 말고 돌아서서 그 괴물과 직면해야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쫓기는 중에 쫓는 자에게로 돌아서는 건 쉽지 않다.  

여기까지, 책은 흥미로웠으나 좀 과장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 역시 치유나 진보 같은 거대하고 아름다운 단어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직장인들처럼 내 생활 역시 단조롭다. 하루가 가면 또 다른 하루가 온다. 꿈은 가끔 드라마틱하지만, 대단한 성장이나 치유가 언제 내 생활에 있기는 했나 싶다. 그런 내게 작은 위로를 주었던 구절은 바로 이것이다. 

“일단 의식이 확립되면, 자발적 희생 안에서만, 이전에 소중히 여기던 자아감과 목적을 버려야만 새롭고 보다 온전한 자기self가 존재 속으로 태어날 수 있다. (...) 자발적 희생이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얼마나 자주 그 모습을 드러내는지 모른다. 가장 사소하고 단순한 일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 별로 만족스럽지도 않은 일에 늦지 않기 위해 통근 길의 교통 혼잡 속으로 들어가는 일, 그래서 별로 만족스럽지 않은 가족이 먹고 입을 것이 있도록 하는 것, (허황된 생각들로 실패한 전력이 많은) 친구나 아이의 말도 안 되는 의심쩍은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 판단하고 화를 내기보다 웃으며 받아 주려는 노력 등 그 모두가 원형의 자발적 희생의 구체적인 사례들이다.”

아침 출퇴근이 희생이라니, 친절하지 않은가. 간밤의 꿈에서 이미 당신에게 메시지가 갔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당신은 성장하고 치유되고 있다고 꿈은 속삭이는지도 모른다. 

호안 미로 <Personnages, oiseau>, 1975

테일러는 우리가 꿈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그 의미를 직접 함께 찾아볼 것을 권한다. 그 시간을 통해 꿈은 우리를 치유하고 세상을 진보시킬 것이고, 덧붙여 그 꿈은 즐거울 거라고. 테일러의 또 다른 책 [사람이 날아다니고 물이 거꾸로 흐르는 곳]은 꿈 나누기 소모임을 직접 만들어 진행하기 위한 팁을 가득 담고 있다. 3년 전에 [사람이 날아다니고~]를 읽고 꿈 나누기 소모임을 만들고 싶어 좀이 쑤셨더랬다. 아마 이 두 권의 책을 읽는다면, 당신 또한 그럴 것이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교육사업팀 박세정

 

고은영 11-04-03 10:00  112.147.101.74        
꿈은 신이 보내준 연애편지라는 말 전 믿습니다. 비록 그것이 악몽일지라도. 

이 책에서는 꿈 하나하나가 트릭스터의 선물이라고 했죠. 
꿈에 대해 생각하고 탐색하면서 얻게 되는 통찰의 아하!는 깨어 있을 때 자기를 보다 온전하게 느끼게 해준다고 . 

전 이 책에서 트릭스터에 대한 얘기가 제일 좋아요. 
'바보처럼 보일 위험을 감수하고 하늘이 내린 영감에 우리 자신을 열고 예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자유롭게 상상해 본다면, 그럼 정말 피할 수 없어 보이는 재난도 바꿀 수 있다'고 한. 
빨래하는 여인들의 여신 우주메처럼요. 우리 다 죽을 거라는 얘기에 
"그래? 그럼 남은 건 한 가지밖에 없네." "우리 파티나 하자!" 
그게 바로 그들에게 구원의 멧세지 였죠. 창의성과 영감. 그게 트릭스터가 갖고 있는 에너지고 이 에너지는 꿈을 통해 우리에게 배달되고 있다는 얘기로, 
나는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