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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문화에서 성을 찾아내다

[영화] 정말 에브리바디 올라잇?

작성일 : 10-10-07 17:56             
[영화] 정말 에브리바디 올라잇?
글쓴이 : 아하지기 (119.196.213.175)  조회 : 194  



‘네가 보면 좋을 것 같은 영화가 있어.’라는 말에 사전 정보 하나 없이 보러 갔던 영화, 에브리바디 올라잇. (원제는 The Kids are all right 이라고 한다. 영화를 보고 나니 원제가 역시 적절했던 것 같다.) 재미있게 봤는데, 막상 리뷰를 쓰려니 역시 머릿속이 하얗다.

사실 ‘에브리바디 올라잇’이라는 제목 자체가 그다지 끌리지 않았기에 함께 본 이가 얘기하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을 것이다. 관심 없는 영화였기 때문에 포스터 모양새도 모르고 있는 터라 검색을 해봤다. 그런데 검색결과는 내 입을 떡! 벌어지게, 헉! 소리가 절로 나오게 했다. 이 영화를 어떻게 '섹시 코믹 스캔들' 이라고 홍보한 걸까? 분명 유쾌하게 그려지기는 했지만 가족, 동성애, 출산 등에 대한 고민이 들게 하는 영화였는데 어디가 섹시고, 어디가 코믹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레즈비언 커플 닉과 줄스, 그들의 자녀 조니와 레이저, 정자 기증자였던 폴의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영화가 레즈비언을 부정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으려 하는 조니와 레이저, 그런 아이들의 행동에 불안함을 느끼는 닉과 줄스가 잘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이저는 닉과 줄스에게 레즈비언 커플의 성공한 자녀로 자라기 위해 시키는 대로 다 했며 소리치고, 정자 기증자였던 폴은 생물학적 아버지랍시고 가족의 틀 안으로 거침없이 비집고 들어온다. 그런 점에서 보면 폴과 줄스의 관계가 포스터에서 얘기하고 싶어 하던 스캔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마치 생물학적 남성이 부재한 것이 굉장한 결핍이라도 되는 것처럼 폴이 이 가족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흔들리던 가족은 이내 다시 안정을 되찾고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소중하고 의지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가족은 무척이나 열린 소통을 하고 있고, 서로에 대해서 더욱 인정해 줄 수 있게 되었다. 동성애 가족 문제와 상관없이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가족이란 무엇일까?

아쉽게도 영화의 마무리는 뭐랄까. 뚝뚝 잘려나간 느낌이었다. 중심인물 외의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식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인지 심지어 영화의 마지막에서 폴은 왠지 내쳐진 것 같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나는 폴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들과 융합되기를 원하고 있었던 걸까? 생물학적 아버지의 등장에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안정감을 느낀 것일까? 리뷰를 쓰며 생각해보니 닉과 줄스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엔딩에서 폴의 감정선은 그다지 중요치 않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가족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동성애를 다룬 영화라고 하면 그 관계 자체가 인정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지고 논했던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는 이미 가족을 이루고 있는 레즈비언 커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여느 가족과도 다르지 않다. 영화 홍보를 섹시 코믹 스캔들이라는 했다는 점이 너무 안타깝기는 하지만 현대사회 가족의 형태, 그리고 가족이라는 존재 자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였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문화교류팀 양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