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하! 성(Sexuality)을 읽다./문화에서 성을 찾아내다

[도서] 한국 남자들은 왜 더 이상 거리에서 그녀들을 쫓지 않나? '야성의 사랑학'

작성일 : 11-04-04 15:22             
[도서] 한국 남자들은 왜 더 이상 거리에서 그녀들을 쫓지 않나?
글쓴이 : 아하지기 (124.62.1.6)  조회 : 125  

한국 남자들은 왜 더 이상 거리에서 그녀들을 쫓지 않나?
[야성의 사랑학]



작가 목수정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발매 2010.09.27


이 책은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의 실무자와 자원활동가 선생님들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인문학 스터디' 모임에서 3월의 책으로 진행되었고, 리뷰는 자원활동가 고은영 선생님께서 써주셨습니다. 


‘한국 남자들은 왜 더 이상 거리에서 그녀들을 쫓지 않나?’  목수정의 책 <야성의 사랑학>은 이 말로 시작 됩니다. ‘그러네, 진짜 왜 그럴까?’ 이 날 따라 적게 모인 우리 모임 네 분 중 두 분의 머리 속엔 벌써 과거 솜털 같은 어느 언저리를 더듬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고1 때 학교 끝나고 집에 가던 어느 날, 만원 버스의 흐릿한 조명을 받으며 무릎 위에 책가방 올려 놓고 두꺼운 책을 읽고 있었어요. 때는 겨울이라 안과 밖의 온도 차로 유리창에 뽀얗게 서린 온기와 버스 안에 가득 찬 사람들로 내가 앉은 공간은 그 자체로 결계가 드리워진 완벽한 사유의 영역 그 자체였죠."

무대 설명에 다들 호호호.

"그런데 이런 내 모습을 중3 짜리 한 남학생이 보고 뒤따라 온 거야."

이쯤에서 엄머머! 하며 소녀처럼 깔깔 대는 추임새가 들어갔죠.

"며칠 후 편지가 하나 집에 배달됐는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쓴 괴테의 시가 적혀있는 거예요."

때는 아직 80년대 초라.

"콩닥거리고 설레이는 마음에 평소 속내를 터놨던 옆방 세 들어 사는 젊은 아줌마에게 얘기했죠. 그 아줌마의 진지한 충고 ‘부모님에게 말씀 드리고 사귀는 게 좋을 거 같애.’"

그래서 어찌 됐는데? 모인 분들의 눈동자는 이렇게 묻고 있었죠.

"부모님에게 말씀드렸다가 대판 혼났어요."

왁자지껄한 웃음으로 누군가의 시작도 못해본 연애를 위로 하며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그 날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됐답니다.


이 책은 잊어버린 야성을 일깨우고 싶어 하는 저자의 바램이 적힌 책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말랑말랑한 에피소드만으로 사랑을 예찬하는 그런 만만한 내용이 아님을, 인용한 심리학자 클라리사에스테스 말로 직감했죠. ‘우리는 어렸을 때 우리를 감싸주던 상냥한 어머니를 버리고 심리의 황무지에서 우리를 가르치고 이끌어 주는 새어머니를 맞이해야 한다.’ 이 후의 내용은 실제의 어머니를 대신하여 이후의 생에서 계속해서 선악과를 베어 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귓가에 영감을 불어넣어 줄 새어머니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얘기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사용한 카드는 ‘야성’과 ‘직관’.


무엇이 길에서 ‘차 한 잔 족’을 밀어내고, '키스방‘같은 온갖 ‘oo 방’들이 창궐하는 사회로 만들고, 된장녀, 발길질녀 같은 ‘oo녀’라는 증오에 찬 언어를 만들어 내는 지에 대해, 
 
결혼정보회사의 1등 신랑감들이 그 스펙을 쌓느라 고시원 한 복판에 저당 잡혔을 청춘을 보상받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슨 추태를 벌일 수 있는 지에 대해, 

학교 다닐 때까지만 평등한 교육을 시켜주고 사회에 나와선 ‘남성카르텔’에서 주고받는 권력의 배분에서 제외시키는 현실에 대해, 

웬일인지 입사시험에 번번이 낙방한 대학까지 나온 여성이 봉급 100만원의 저렴한 직장에서 혹사 당하느니 취직 대신 성스러운 육아와 가사의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결국 '취집’을 결정하는 구조에 대해, 

여성이 술과 더불어 권력과 자본을 가진 남성들이 소비하는 최고의 품목이 된 이 시대에 더 값비싼 상품으로 매겨지기 위한 성형수술 열풍을 어떻게 봐야하는 지에 대해...... 

그리고 '알몸'으로 무성한 갈대밭을 헤쳐 가며 그들 앞에 어김없이 다가올 사랑과 생에 대한 탐험에 나서야 할 10대의 소년 소녀들에게 입시생이 될 의무 이외에는 아무것도 허락하지 않는 안타까움에 대해.


그녀는 왜 이런 얘기들을 하는 걸까요? 그것이 ‘야성’과 ‘직관’ 그리고 ‘사랑’과 무슨 관계 이길래. 무엇보다 평등하지 않으면 제대로 사랑할 수 없다고 합니다. 넓은 지평에 같이 발을 딛고 서서 세상을 ‘함께’ 살려가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사랑 속에서만 우린 고갈된 우리의 풋풋한 ‘야성’을 ‘인간’을 회복할 수 있다고. 그래서 이 책은 교묘히 여성과 성과 사랑을 억압하는 장치들에 대해 목에 핏대를 올리진 않지만 열정적인 목소리로 전하는 그 논리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합니다.


''조차 부모에 대한 애착과 순수한 그리움을 규정된 틀에 담아 넣고 흔들어 깨뜨려 버릴 것만 같은 불길한 단어로 느꼈다던 한 어린 아이가 '효가 굳이 부모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차원을 넘어서 그들에 대한 복종으로 그들에 대한 순종과 충성심을 과시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로 하달된 것은 효를 통해 충을 단련시키고 복종하는 미덕을 가정에서부터 훈련시키기 위한 지배계급의 계산 이외의 다른 것일 수 없다.’고 커서 하는 발칙한 그 목소리에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나의 빛나는 옆 모습을 열렬히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을 언제나 남겨두도록. 열 번의 사랑은 열 번의 삶을 선사하니. 부모도 나처럼 허약하고 어수룩한 한 인간일 뿐 그들의 수척해진 어깨를 보듬고 토닥거리는 측은지심이 ‘’ 대신 들어서야. 그녀들을 소비하지 말고 사랑하길. 그러면서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보라고 제안합니다. 무조건 열심히 살지 말라고. 다시 삶을 움켜쥐기 위해선 우리 삶엔 반드시 여백이 필요하다고. 

작가 목수정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원더풀 라이프’라는 영화가 있죠. 죽어서 다른 모든 기억은 잊고 가장 행복했던 추억만을 선택해 영혼의 세계로 떠나야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나는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제대로 손 한 번 잡아보지 않았는데도 어제 일처럼 아직도 가슴을 뛰게 하는 그 까까머리 중학생이 전해주는 설레임을 앞으로의 인생에서도 또 경험하게 될까? 저자처럼 프랑스로 날아가지 않아도 말입니다 이 땅에서. 모든 엄마가 어떻게 해서든 젖은 줄지언정 꿀은 주지 않는다고 했죠? 자식에게 꿀을 건네줄 수 있으려면 그 엄마의 삶이 충만하여 그녀 스스로가 행복해야한다고. 행복하기 위해선 투쟁해야 한다고요. 

연애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든 비극적으로 끝을 맺든 그것은 나 스스로가 주인공이고 시나리오 작가이며 동시에 연출자이기도 한 한 편의 드라마라는데, 기혼자이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나더러 대체 어쩌라는 얘기인진 모르겠으나, 이 책이 건강하고 생생한 피가 내 혈관에도 흐를 수 있도록 운동부족에 주는 대로 먹어버린 바람직하지 않은 식습관으로 인한 콜레스테롤를 제거해 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버스ting 자원활동가 고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