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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문화에서 성을 찾아내다

[영화] 조금 통통한 '사이즈의 문제'

작성일 : 10-08-02 13:01             
[영화] 조금 통통한 사이즈의문제
글쓴이 : 아하지기 (180.229.101.12)  조회 : 301  
 


수없이 많은 연극 무대에 섰지만, 다른 배우들과 함께 옷을 갈아입은 적이 없을 정도로 남들 앞에서 맨살 보이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내가, 이 영화에 출연한 건 지금 생각해도 기적같은 일이다. 심지어 나는 수영도 옷 입고 할 정도였다. 그런 내가 손바닥만한 헝겊만 걸친 채 숲 속을 달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사이즈의 문제>는 배우로서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작품이다. 촬영을 하면서, 헤르젤처럼 내 자신을 수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이지크 코헨(헤르젤 역)


영화 <사이즈의 문제>는 더도 덜도 아니고 딱 사이즈가 문제인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제목을 우리말로 옮기는데 이 작품만큼 고민 없이 직역을 해도 될 만한 작품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이 <사이즈의 문제>는 사이즈를 ‘문제’로 보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이자 답변입니다. ‘나’인가, 아니면 ‘사회(=관계)’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비해 내용은 코미디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150kg이 넘는 주인공 헤르젤이 직장을 그만두고 돌아오자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더 뚱뚱하다”며 잔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역시 몸피가 만만치 않은 헤르젤의 여자친구 제하라를 두고도 “손주 만은 날씬한 아이들을 보고 싶다”면서 반대를 하지요.

이 영화는 사이즈의 문제를 푸는 방법으로, ‘사이즈’를 고민하지 말고, 이를 문제로 보는 ‘문제’ 자체를 들여다보라고 얘기합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극중 캐릭터들은 뚱뚱할 뿐 매우 건강하고 가끔 괴력을 발휘한다는 겁니다. 심지어 동성애자였던 주인공의 친구 기디는 스모를 통해 자신감을 찾고 드디어 당당하게 커밍아웃을 합니다. 기디의 경우를 보듯 이 영화는 단순히 비만을 다루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 영화는 “취향을 ‘문제’로 보는 너희가 바로 문제야!”라고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비만과 동성애를 같은 등가로 보는 게 맞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이것저것 따지기 전에 “그들을 그냥 내버려둬!”라고 눈을 부라리는 정도라고 이해하면 되지 싶습니다.

극중 헤르젤과 아론처럼 단짝인 두 젊은 감독이 힘을 합쳐서 만든 <사이즈의 문제>는 이스라엘 아카데미를 비롯, 세계 유수 영화제 9개 부분 10개 부문 노미네이트라는 위업을 달상하게 되었다는 군요. 이래저래 해피엔딩입니다.


녹색가게운동협의회 이태욱

* 원본 리뷰는 다음 블로그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blog.daum.net/gruru/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