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하! 성(Sexuality)을 읽다./문화에서 성을 찾아내다

[도서] 내겐 너무 어려운, 결혼 '우리가 알던 가족의 종말'

작성일 : 10-09-08 10:51             
[도서] 내겐 너무 어려운, 결혼
글쓴이 : 아하지기 (59.15.196.148)  조회 : 191  


최근 들어 부모님께서 ‘결혼’ 얘기를 자주 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결혼 생각이 없다고 말하죠. 부모님은 단순히 저의 변덕(!)이라고 생각하십니다. 왜 결혼하기 싫을까, 여기부터 고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결혼과 가족에 대한 기사를 찾으면서 제 스스로가 가족에 대한 성 역할에 너무 얽매여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참 놀랐습니다. ‘여자는 집에서 이렇게 해야 함’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혔기 때문에 무작정 하기 싫다고 도망친 거죠.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다른 사람도 싫어할 수 있다는 것, 너무 익숙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제가 생각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상당히 부정적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모습을 제가 이어받기 싫었던 셈이죠.
 
가족을 위해서라면 끝까지 노력하고 자신의 욕구를 단념하여도 가시적 형태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신의 욕구를 따르려 해도 가족의 질서를 파괴할 용기는 없다. 그보다 욕구를 단념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서 자신의 감정,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알던 가족의 종말』, 207쪽)

늘 어머니가 해주는 밥과 집안일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벗어나는 순간, 제가 할 것이 두려워(라고 쓰고 하기 싫다고 읽습니다) 회피하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제가 봐온 아버지의 역할은 일을 하고 생활비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가 가정경제를 총괄하셨기 때문에 나머지 가족들은 늘 아버지에게 돈을 타서 썼죠. 돈이 필요하면 아버지에게 상담(?)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으니까요. 지금 저는 돈을 벌고 있지만,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저는 공간적으로도 독립을 하고 싶은데, 부모님은 제가 독립을 한다면 ‘결혼’의 형태이길 바라시더군요.  

결혼이 아닌 독립은 결혼과 뭐가 다른가? 하고 궁금해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독립한 사람들도 많을테구요.) 결혼은 아무래도 출산과 육아의 의무가 따라오기 때문에 그냥 혼자 사는 것과는 너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알던 가족의 종말』에는 남성에게 결혼은 하나의 ‘이벤트’에 불과하지만, 여성에게는 ‘다시 태어나기’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남성이 결혼했다고 해서 직장이나 직업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여성은 배우자에 따라 인생의 코스가 크게 변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결혼에 저항하는 이유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원치 않는 인생의 코스 변화를 겪고 싶지 않은 셈이죠. 큰 코스 변화는 역시 출산이 아닐까요?


그린비 웹기획팀 이민정
 

* 원문은 다음 블로그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greenbee.co.kr/blog/1040?category=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