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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문화에서 성을 찾아내다

[도서] 어린이를 위한 흑설공주 이야기

작성일 : 09-11-30 22:09             
[도서] 흑설공주 이야기
글쓴이 : 아하지기 (112.149.189.159)  조회 : 304  
 


몇 년 전 그림형제의 동화들이 잔혹함을 내세워 책을 새로 내고 마케팅을 열심히 한 적이 있습니다. 동화란 어린이에게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닌가 봅니다. 어른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한 개작들이 지금도 열심히 벌어지고 있는 걸 보니 말입니다. 때로는 잔혹하게, 때로는 성적으로 야하게…

그런가하면 여성주의를 담아 개작하는 게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한 작품을 여러 각도로 재해석하고 새로 글쓰기 한 것을 여러 편 봐온 터라 이젠 새 작품이 나왔다 해도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러던 참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세상의 모든 딸들을 위한 동화’란 부제를 달고 이 책이 나왔습니다.

원작의 배경 지식과 새 작품의 의도된 배경을 모두 알아야하는 성인의 경험과 이해정도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따라 읽으며 해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청소년용 책입니다. 간단한 원작 소개를 통해 문제점을 짚고 어떻게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는지 작가의 의도에 대해 매회 설명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가 훌쩍 커버려 청소년이 되었을 때, 그 아이에게 주제가 있는 책읽기가 요구될 때, 그와 함께 토론이 필요할 때 가끔 당황스러워집니다.

이 아이와 어떻게 여성주의를 토론하고 성차별을 고민하고 성평등을 기약할 것인가?

그런 아이에게 ‘이야기’로 친숙한 동화를 꺼내 이야기를 풀어보면 어떨까요?

“백설공주 알지? 음…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성차별은 없을까?”

아이와 대화가 무르익으면 책에서 제일 먼저 나온 흑설공주 이야기를 펴 봅시다.

“어, 백설공주의 계모에게 중세시대의 마녀사냥 이야기가 숨어있었다고?”

동화의 배경을 파헤쳐보기도 하고 책에 써 있듯이 새로운 인물 창조를 시도해보기도 하면서 아이와 독서를 겸한 토론수업을 해봅시다.

못난이와 야수, 개구리공주, 벌거벗은 여왕님 등 제목부터 느낌이 팍팍 전달되는 글을 읽고 나서 아이와 함께 다시 자신만의 시각으로 새로운 글쓰기에 도전해볼 수도 있을 겁니다.

글쓰기에 성공하여 창작의 의욕까지 불러온다면 이번 독서지도는 비교적 성공적입니다.

솔직히 이 책 곳곳에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있습니다.

흑설공주는 여전히 차밍한 왕자님을 만났고 못난이는 끝까지 가족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왕자에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못한 개구리공주의 일방적 사랑이 호수로 돌아간다고 해결된 것인가 등등 하나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면서 다른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여성간의 연대를 강조하고 여성의 내면을 중시하는 맛에 이 새로운 동화를 읽었으니 부족한 부분을 새로운 창작 의욕으로 메꾼다면 성공적인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요?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성교육 자원활동가 권신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