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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문화에서 성을 찾아내다

[도서] 여자는 힘이 세다

작성일 : 10-01-29 20:44             
[도서] 여자는 힘이 세다
글쓴이 : 아하지기 (59.15.196.148)  조회 : 259  


‘제인 구달, 마리 퀴리, 아멜리아 에어하트, 마더 테레사, 아웅산 수지, 헬렌 켈러, 마거릿 버크화이트…’ 그녀들은 누구일까요?
‘최승희, 최은희, 정정화, 박에스더, 명성황후, 이태영, 조수미…’ 그녀들은 또 누구일까요?

책을 읽어주는 부모라면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두 가지 고민이 시작됩니다.

과학전집은 어느 출판사가 제일 좋은가 하는 고민과 위인전을 어떻게 읽힐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과학전집에 대한 고민은 교과서와 부모가 채워줄 수 없는 호기심과 상식을 메꿔 주는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며 창의력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보니 다른 전집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인전에 대한 관심은 초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장래희망이 완성되어 미래를 향한 준비를 시작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앞서 살았던 위인을 모델로 인생 계획을 세우길 바라기 때문인 듯합니다. 자신의 꿈과 이상을 세우고 그에 맞는 자신의 역량과 자질을 꾸준히 갈고 닦을 때 현실로 가까워질 테니 꿈과 이상을 찾는 일이 제일 시급해 보입니다.

얼마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모든 출판사에서 앞 다투어 노무현 관련 서적을 쏟아냈으며 어린이 책 출판사까지 그 열기에 동참하였습니다. 누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신의 꿈과 이상의 모델로 세워 그 뒤를 따라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겠지요.

그런데 가끔 책장에 꽂힌 위인전 제목을 훑다보면 불만이 슬금슬금 생겨납니다. 그 길고긴 세월동안 인류의 반을 차지했다는 여성들의 이름은 어찌 1/10도 안 되는 것일까? 여전히 인류의 반이나 되는 여성들은 누구를 자신의 모델로 성장하란 말인가?

단순하지만 늘 해결되지 않는 질문이 위인전 선택에도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만난 ‘여자는 힘이 세다’는 너무나도 반가운 보석 같은 위인전입니다. 위인전의 고정관념인 근사한 태몽과 함께 태어난 아이는 한명도 없으며 아름다운 외모를 찬양하는 내용도 찾기 어렵고 주인공 주위에 기사들이 넘치지도 않습니다.

그저 옆집에서 자란 아이처럼 평범하되 꿈이 있고 노력하는 아이들이 있으며 시대 따라 불어대는 사나운 바람에도 굴하지 않는 희망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하여 삶의 끝자락에서 ‘성공’이란 평가를 듣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게다가 그 아이들은 전부 ‘여자’입니다. 그녀들의 성공을 바라보며 자연스레 힘센 여자들이 역사를 바꿔왔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세계편, 한국편으로 나눠 7명씩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위인전을 단 두 권으로 만난다는 아쉬움은 크지만, 두 권이 담고 있는 이야기 방식과 내용은 수십 권의 위인전집이 감히 하지 못한 기록을 남기고 있기에 소중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장래희망을 만들어 낼 아이들이 성장하여 힘센 여자로 기록되길 바라며, 새로운 글쓰기를 통해 힘센 위인전을 한권, 한권 늘려갈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성교육활동가 권신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