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MILK', 그들은 틀리지 않았다

작성일 : 09-08-28 14:33             
[영화] MILK,그들은 틀리지 않았다
글쓴이 : 아하지기 (59.15.196.148)  조회 : 164  



대한민국의 헌법, 세계의 모든 헌법은 천부 인권 사상을 전제로 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고 모두가 평등하다는. 

“성적 취향이 어떻게 되세요?” 
“물음표인데요?” 
“아, 네, 그러시군요. 뭐라고 정하는 것보다 그게 더 좋은 거 같아요.” 

나는 밖에 나가서 이런 식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하지 못한다. 내가 머무르는 곳과 그곳의 사람들이 성에 대해 연구하고 그래서 좀 더 관대하기 때문에 그나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심지어 나는 내 친구들에게도 감히 물음표라고 하거나 바이섹슈얼 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게 뭐가 문제지 싶다가도 두려워진다. 모두가 평등하다고 전제하는 이 나라에서 나는 나의 성적 취향을 자유롭게 말하지 못한다. 성적 취향에 의문을 표시하는 것조차 두려우니 좀 더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고’.. 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우리는 오늘도 반복해서 수십 수백 수천 수 만 번을 반복한다. 영화 <밀크>에서도 반복된다. “자유의 여신상은 말합니다. "피곤한 자와 가난한 자는 모두 내게로 오시오. 그렇게 갈망하던 자유를 호흡하시오." 사람들이 환호하고 박수친다. 그는 다시 말을 잇는다. 독립선언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가 부여되었음이 확실합니다!"" 사람들은 다시 한 번 환호와 박수로 크게 화답한다. 실존인물이면서 영화의 주인공인 하비 밀크가 동성애자 교사를 법적으로 해고시킬 수 있는 법안에 반대하며 하던 말이다. 그리고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은 밀크가 살던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차별은 왜 존재할까? 세상엔 수많은 차별이 존재한다. 영화가 동성애와 관련된 것이니 이런 성적 취향에 대한 차별에 대해 묻고 싶다. 남성이 남성을, 여성이 여성을 좋아하는 것, 남성과 여성을 둘 다 좋아하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일까? 왜? 나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이유를 알고 싶다. 한 개인이 성장해서 동성에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가지고 누군가가 잘못되고, 더럽고, 퇴폐적이고, 차별당해도 마땅하다고 말한다면, 그게 만약 당신이라면 어떤 기분일까? 

문제는 이들을 이상하게 보는 시선들의 근거가 너무 빈약하면서도 굳은 콘크리트 마냥 단단하다는 점이다. 동성애를 하면 언제라도 자신을 좋아할 것 같아서, 에이즈가 생기니까 등 반박하는 논리에 전혀 당할 수 없는 담론이 사람들 인식에 너무나도 심하게 각인되어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삶이 너무나도 퍽퍽한 이 세상에서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연애라도 해야지.(요즘은 그마저도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면 어렵지만)”라고들 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 삶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는 거 모르는 사람 없다. 그런데 내 마음의 방향이 동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양방향이라는 이유로 연애마저 조심스러워야 한다면, 누굴 좋아한다고 말하거나 사람들 앞에서 당당해지는 게 두렵다면, 하비처럼 동성애자가 시의원에 출마하고, 사회적으로 활동한다는 이유로 죽여 버리겠다고 살해협박을 받는다면, 그 기분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사회 혹은 그 누군가가 자기 마음을 이래라 저래라 하는데 그게 강제적이고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는다면 만든다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영화는 짧지만 불꽃 같이 강렬했던 세상 한 곳에서 저항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당연한 걸 당연하다고 말하지 못하고 벽장 속에 숨는 사람들의 벽장을 깨부수려는 밀크의 움직임은 진정 순수했다. 인권에 기대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는 게 아니라, “모두가 사랑하는 가족 아빠, 엄마, 누나, 오빠, 동생에게 커밍아웃을 하자. 신뢰할 수 있는 친구들에게도 이야기 하자. 그래서 그들이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우리라는 것을 알게 하자.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라고 외친다. 그러면서 자신들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극단적인 방법으로 화내거나 표현하지 않았다. 시의원으로 출마해 정치적으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고 반대자들을 대화로 설득하고자 했다. 그의 머리는 차가웠고 가슴은 뜨거웠다. 자신이 사회적으로 받은 차별에 대한 화와 자신의 이상을 멋지게 풀어내고 표현할 줄 알았다. 

어느 토요일 오후, 열악한 사회 분위기와 환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유쾌하고 밝고 멋지게 저항하면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 가슴 한 켠이 뜨거워졌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청소년운영위원 곽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