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작성일 : 09-05-31 21:11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글쓴이 : 아하지기 (211.110.56.253)  조회 : 307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성형, 다이어트, 미용산업... 

2009년 5월 아하센터의 첫 번째 <섹슈얼리티 포럼>에서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2008년) 상영작인 성형과 외모를 다룬 다큐멘터리 <오버 더 힐>을 상영하고, 김영옥(전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과 ‘희망의 몸 정치학’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네덜란드 출신 서니 베르히만 감독의 다큐멘터리 <오버 더 힐>은 소비자본주의와 의료산업발달이 부추긴 현대사회의 비현실적인 미의 기준의 실체, 이를 무비판적으로 대중이 수용하게 부추기는 미용산업, 여기에 휘둘리는 현대 여성의 심리적 압박을 다룬 작품이다. 

10개 나라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만이 자기 몸에 만족한다고 대답했고, 성형수술을 고려하고 있는 여성은 25%였다고 한다. 이는 성형수술과 외모관리가 문화적인 현상으로 전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많은 여성이 더 예뻐지고 싶어서 성형수술을 받지만 왜 예뻐지고 싶은가하는 생각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외모를 남과 비교할 때 그 비교의 대상이 과연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대중매체에서 강요하는 이상적인 몸 이미지는 소비자본주의 사회의 성형의료산업과 미용산업이 결합한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인 것이다. 

<미용 기술과 포토샵 처리로 아름다워졌지만, 비현실 인물이 되어버린 베르히만 감독> 

나와 전지현을 비교할 때 내가 비교하는 사진 속의 전지현은 진짜 전지현이 아니라 컴퓨터로 조작한 전지현이다. 외모의 아름다움이 사회를 지배하는 힘이 점점 더 커지고 있고, 미의 기준은 기술발달(성형수술, 포토샵기술 등)로 더욱 비현실적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맥락으로 오버더힐 영화에서는 성기성형 장면이 충격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플레이보이>는 여성 모델의 몸을 포토샵으로 모두 조작하는데 그중에서도 성기는 아이의 것처럼 작게 만들어버린다. 그런 완전한 허구가 실재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여성들도 그게 정상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믿게 되어 성기성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이상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비정상적이고 현실로부터 퇴보하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실례이다. 

이 영화를 보고난 후 김영옥교수도 상업주의가 몸 정체성에 대한 틀을 만들고 이 아름다움과 관련된 모든 것이 테크놀러지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고 이야기한다. 대안으로 미에 대한 담론이나 이데올로기를 바꿔야 하는데, 바꿔낼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한 몸 이미지를 갖는 것이라고 한다. ‘다양한 몸 이미지를 갖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신경학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이 이미지를 파악하는 몸의 감각은 눈의 시각, 귀의 평형 감각, 근육․힘줄․관절을 통한 고유감각으로 이루진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세 가지의 이미지를 통합해서 봐야하는 몸의 감각 기능을 상실하고, 눈이 보여주는 이미지에만 현혹되어 외형적인 몸 이미지에 대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 상실하고 있다. 신체의 해부학적 관점에서 보면, 몸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고유 감각이 가장 강력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생산지라고 한다. 우리가 덜 주목했었던 고유감각이나 다른 이미지들을 계발 시키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김영옥 교수는 시각적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자기의 몸 감각에 친밀해지는 게 필요하고 다양한 몸 이미지를 개인적인 차원에서라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 몸과 나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 ‘나는 내 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 ‘내 몸이 어떤 감촉을 사랑하는지, 내가 어떨 때 행복하는지’ 아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김영옥교수는 우리가 상실하고 있는 미감을 키우자라고 주장한다. 획일화되고 상품화된 이미지에 고착된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다양한 아름다움에 대한 감성의 문이 열리게 해주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성형과 외모관리에 더 몰두하는 이유가 사람들이 미감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예술적 감각을 접속 시키는 것, 스스로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세련되게 몸을 치장하는 것도 아름답지만 더 넓은 본질적 아름다움과 예술에 대해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상업화 된 미에 대해서 거리를 두면서 시시하거나 우습게 여기는 자존감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오버 더 힐> 영화가 상영된 뒤 홈페이지에 모인 사람들이 ‘Watchdog(감시인)’그룹을 만들어 ‘10년 젊어 보이게 한다는 주름 방지 크림’이 진짜인지 조사하는 활동 등을 했다고 한다. 또한 일부 잡지에서는 ‘포토샵처리를 하지 않은 사진’에 로고를 붙이는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소비자본주의사회에서 상업적인 미용산업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소비 주체로서 자기권리를 주체적으로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포럼의 주제인 ‘희망의 몸 정치학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카메라의 눈이 아니라 예술감각과 내 몸의 고유감각으로 나를 바라보는 힘을 키움으로써 우리가 잃어버린 특별한 아름다움을 회복하는 것이다. 더불어 성형의료산업과 미용산업이 결합한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 현실로부터 퇴보한 것임을 인식하고, 소비주체로서 외모관리산업에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기획부장 박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