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계의 이단아

작성일 : 09-07-31 16:38             
나는 엄마계의 이단아
글쓴이 : 아하지기 (59.15.196.148)  조회 : 352  


여성이기 때문에 가능한 몸의 주권! 임신과 출산 <나는 엄마계의 이단아>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호주 자넷 감독의 셀프다큐멘터리인 <나는 엄마계의 이단아> 라는 작품을 비혼여성이면서 성교육자인 ‘내’가 만나게 된 것을 나는 ‘하늘의 뜻’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곤 했다. 본 작품의 시놉시스를 대하고 나는 한동안 쨘~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쩌면 이렇게 나와 똑 같은 생각 그리고 삶의 형태를 이미 실천한 여인이 지구 저편에 있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한 장면 한 장면을 놓칠 수 없었다. 호주와 한국이라는 문화적 배경과 제도적인 장치가 다른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인 영화감독 자넷의 생각이며 주변인들의 반응이 대체로 내가 살고 있는 주변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지구촌 사람들의 동일시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할까? 다만 부러웠던 것은 우리사회보다 철저하게 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양육정책들이다. 

본 다큐멘터리의 내용인즉 이러하다. 

영화감독이자 대학교수인 자넷은 나이 40이 될 즈음 어느 날 자신의 생물학적 가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남자 친구도 없고 정자를 기증 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자넷은 클럽으로 정자 사냥을 나서게 되고 임신에 성공하게 된다. 자넷은 자신의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직접 카메라로 따라가면서 여성의‘가임기’와‘나이’를 둘러싼 화두를 고민한다. ‘임신을 할 수 있는 기간’이라는‘가임기’는 첫 번째는 생물학적으로, 그 다음으로는 사회적으로 조건 지어진다. 가정을 꾸렸거나, 적어도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에 다다랐을 때 여성은 그녀의 임신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넷은 싱글맘으로서 사회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화두를 던진다. 싱글맘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이기적이라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주인공 자넷은 이의를 제기한다. 혼자만의 삶의 위해 사는 것보다 한 생명을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이기적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엄마계의 이단아>는 여성의 몸에 대한 주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이 매우 지적이면서도 유머가 넘치는 통쾌함을 주는 작품이다. 특히 셀프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다양한 미학적 장치들을 통하여 심각하면서도 자칫 무거워 질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고 재미있게 다룸으로서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하였다. 

우리는 불임이라고 얘기를 하면 우선적으로 ‘생물학적인’ 불임을 생각하게 된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몸의 기능상 문제로 인하여 낳을 수 없는 생물학적인 불임에 대해서는 날이 갈수록 최첨단의 의료기술이 발전하여 수많은 연구와 실천들이 진행되고, 불임클리닉도 수없이 많이 생겼다. 뿐만 아니라 불임부부를 위한 정부의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사회적 불임’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본 다큐에서도 주인공인 자넷감독은 자신을 사회적 불임자로 명명한다. 그러면서 21세기 호주라는 나라에 본인이 존재함으로서 사회적 불임을 타계할 수 있음을 감사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즉 ‘사회적 불임’이란 몸의 기능은 문제 없되 사회적인 조건(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양육을 위한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는 선택을 할 수 없는 경우를 일컫는다. <엄마계의 이단아>는 사회적 불임을 극복한 한 여인의 결단과 실천적 삶 그리고 그것이 가능케 하는 사회적 조건을 이야기 한다. 


한국사회에도 나이가 들어가는 싱글여성들이 한번쯤은 생각해 보곤 하는 ‘결혼은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고 싶다’는 여인들을 종종 만난다. 이미 생물학적 가임기를 넘긴 여성들 중에는 자발적 선택으로 싱글맘이 된 사람들을 보곤 ‘대단하다’, ‘부럽다’, ‘ 나도 지금 세상이라면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다’ 등의 표현에서부터 마음은 그러고 싶지만 현실적인 조건이 결국 ‘나는 할 수 없다’는 표현까지 다양하다. 같은 여성이라 하더라도 임신과 출산이라는 여성 고유의 영역을 대하는 태도는 저마다 다르다. 아이를 안 갖겠다는 결심을 하는 여성도 있고, 아이를 못 갖는 여성들도 있다. 다양한 삶의 선택이 가능한 시대에서 무엇이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적어도 못 갖는 여성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선택이 가능할 수 있는 문화적 바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안 갖는 여성에 대해서도 그 선택에 대하여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하겠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이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