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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조금은 딱딱한... 칼럼!

청각장애 어린이 성교육

작성일 : 09-06-29 20:23             
청각장애 어린이 성교육
글쓴이 : 아하지기 (59.15.196.148)  조회 : 548  
 


눈으로, 몸짓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아이들을 위한 성교육.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러나 눈으로 몸짓으로 소통한다. 눈으로 나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몸의 감각으로, 희미한 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보낸 시간은 교육을 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고민이었다. 

토론이나 강의 혹은 작업을 통한 청소년 활동에 익숙한 현장에서 초등학생 대상 성교육은 성교육 지도자들의 경우, 내용적인 면에서도 기법적인 면에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감이 없어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와중에 서로에게 익숙하지 않은 신체적인 조건을 감안해서 진행해야 하는 장애인 어린이 성교육은 더 어렵게 느껴졌다.   

고민스러운 만큼 긍정적으로 진행해보겠다는 답변이 바로 나오기 어려워하는 가운데, 이런 저런 이유로 다른 기관을 알려드림에도 청각장애인 생활시설 어린이들을 돌보는 담당 선생님이 성교육 요청은 계속되었다. ‘청각에 문제가 있을 뿐이지, 내용을 그 연령대보다 조금 쉽게 설명 한다면 이해력에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시설에서도 성교육을 진행했으나 반복적인 교육 탓에 아이들이 지루해 해서 체험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하!센터에 의뢰를 하는 것이니, 자기 연령보다 좀 어린 친구들에게 하는 것이라고 기준을 삼고 원래 하던 교육대로 그대로 하면 된다.‘라는 내용이었다. 

성교육을 체험형태로 하는 곳이 많지 않고, 성폭력이나 음란물 등의 위험환경에 노출되어도 대처나 주변에 도움 요청이 어려운, 취약한 아이들이 만큼 꼭 필요한 부분이 성교육이라고 생각하기에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진행하면 좋겠다는 요청에 아이들을 만나고자 일정을 잡고 교육을 진행하였다. 


◎ 몸의 감각으로 소통하는 아이들 

청각장애 어린이들은 생활시설 내에서 성교육을 내부에서 또는 외부 강사진을 통해서 나름 정기적으로 교육받았던 경험이 있다고 하였다. 초등 1학년에서 4학년까지 남자 6명, 여자 4명 중 한 두 명은 시각장애도 있는 복합장애가 있었다. 센터 지하 놀자방의 경우, 체험 형태로 꾸며진 공간이니 만큼 생애주기별로 아기에서 노인으로까지 성장하는 단계별 천 그림부터 태아모형, 신체적 변화를 보여주는 교구 등 다양한 체험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들은 무척이나 흥미로워하였고 관심이 많은 만큼 교육 진행자와 가까이에 앉으려고 자리 쟁탈전이 벌어졌다. 

구화(입모양으로 하는 의사소통 방식)로 의사소통이 되는 단계가 아닌지라 인솔자 선생님이 수화통역과 아이들 지도를 동시에 하는 상황에서 교육 진행은 원활하지 못했다. 인솔 선생님이 교육 진행자의 교육 내용을 수화로 전달하는 사이 아이들은 그 내용을 집중해서 보다가도 궁금증이 생기거나 하면 자기들끼리 수화로 대화를 했다. 그러다보니 중간 중간 교육 내용에 집중할 수 없는 데다 갑작스레 옆에 있던 친구를 때리거나 화를 내면서 감정표현을 하는 통에 인솔 선생님 혼자서 아이들 지도와 교육 내용 전달까지를 동시에 하는 과정은 점차적으로 아이들 집중도를 떨어뜨렸고, 교육 진행자는 아이들 지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이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수화로 얘기할 수 없기에 교육 내용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되었다. 

교육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구를 활용하려고 해보았지만 도리어 아이들이 서로 보겠다고 다투는 통에 계속 울음을 터트려 점차 산만해지는 분위기가 되었다. 더구나 소리가 들리지 않다보니 아이들의 소통 방식은 자신의 생각이나 마음을 전달하고자 상대방의 몸을 때리거나 꼬집거나 하는 행동으로 이어졌고, 자기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이 아직은 서툰 어린 아이들인지라 의도하지 않게 폭력적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몸의 감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주의집중 할 수 밖에 없는 청각장애의 의사소통 특성이 아닌가 생각된다. 


◎ 보이지 않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고민 
다른 친구가 자신에게 의사표현을 하기 위해 때리거나 치게 되는 경우, 아프거나 기분이 상하는 등의 이유로 기분 나쁜 감정이 생기는 듯 보였으나 언제 그랬냐는 듯 금새 울음을 그치고 교육에 관심을 보이는 반복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시각적인 교육이 교육 흥미를 유발하기는 하지만 시각적인 요소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 특성을 고려해 볼 때 교육 자료에 집중하는 것만큼 교육 내용이 전달되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경험하게 되는 세상과의 소통은 단순히 세상과 소통하는 차원 뿐 아니라 자아와의 만남, 자기 자신과 세상과의 소통으로 점차 성장하는 ‘존재’, ‘삶’에 대해 깨닫게 되는 중요한 지점이다. 자신이 다른 사람과 무언가 ‘특별’하다는, 혹은 ‘다르다’는 신체적인 불편감(이 불편감도 상대적일 수 있겠지만)과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서부터 갖게 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아상’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라는 신체적 특성 외에 사회적, 심리적 차원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신체적인 불편함과 불편감을 느끼는 것 뿐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인 장면으로까지 불편함과 불편감이 이어지는 것은 이들에게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고, 삶인 것이다. 청각장애 어린이들의 현실과 삶을, 신체적인 특성으로 인해서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일상생활을 경험하면서 어떻게 세상과 잘 적응하며 살아가도록 해야 하는지를 청각장애인 생활시설 교사에게 들으면서 더욱 더 현실적인 성교육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청소년 대상 성교육도 일방적인 강의에 대한 불만족스러움이 있고, 성교육은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는 경우가 많아 즐겁고 재미있는 성교육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교육적인 내용을 전달하는데 공을 들이는데, 하물며 어린이 성교육의 경우에는 주의집중력과 추상적 내용 전달이 아닌 구체적이고 명확한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와 흥미(재미)를 더하는 방법론까지 청소년과는 또 다른 성교육에 대한 내용적, 방법적 고민이 되는 특성이 있다. 

이렇듯 초등학생 성교육에 대한 교육적 내용이나 방법 등에 대한 개발이 시급한 현실에서 청각장애인 생활시설의 8세부터 10세까지의 초등 저학년 어린이 성교육은 ‘할 수 있을까’가 아닌 ‘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간혹 센터에 장애인 대상 성교육이 의뢰되기는 하나 장애인 성교육에 대한 준비나 지도자 훈련 등이 체계적으로 되어 있지 않은 실정에서 교육하기란 쉽지 않은 터여서 성교육 전문가라고는 하나 대상별로 다 포괄하여 전 영역별 교육을 아우르는 것은 아니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 청각장애인 성교육 진행 tip 

모든 장애유형별 성교육의 진행방법까지는 아니지만, 청각장애인 생활시설 아이들을 만나면서 생각하게 된 몇 가지를 공유하고 싶다. 

첫째, 청각장애 아이들의 경우에 언어를 통해 사고하고 행동하면서 상호 의사소통하는 반응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시각을 활용한 교육자료가 자칫 흥미는 유발하되 내용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는 수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시각적인 교육 자료를 활용하기에 앞서 전반적인 성교육 내용을 충분하게, 쉽게 풀어서 수화로 전달하고 교육자료는 이후 교육 내용에 따라 단계별로 활용하여 이해도를 높이는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낫겠다. 

둘째, 일회성 교육인 경우에 언어로 의사소통이 되는 초등 저학년이라면 1학년에서 3학년 정도까지의 연령대 아이들을 15명 정도 함께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청각장애 아이들이라면 초등 1학년은 1학년별로, 2학년은 2학년별로 각각 학년별에 따라 구분하여 5명 내외 정도의 인원으로 인원제한이 되어야 하겠다. 

셋째, 진행교사의 숫자를 좀 더 늘려야 하겠다. 수화통역을 하는 교사와 별도의 아이들 지도를 할 수 있는 지도력 1명과 교육 진행자 1명 등 총 3명이 교육을 해야 그나마 아이들 특성에 맞게 교육내용이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 보여 진다. 그 이유는 집중력의 한계와 아이들끼리 직접 서로 의견이나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교육 진행자에게 시선이 집중되지 않아 교육 내용의 전달이 끊기는 등 맥락이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라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인지적, 심리적, 사회적 환경에서 어떤 특성을 갖고 있고 무엇을 고민하고 있으며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가장 아이들의 입장이나 특성을 고려하여 진행되는 것인지를 제일 잘 알고 있는 청각장애 생활시설이나 청각장애시설 및 기관에 자체적으로 성교육 담당 교사가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 발달단계에서 수행되어야 하는 발달과제와 아이들 장애 특성을 함께 고려해서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교육해야 하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한 부분인지라 장애 어린이를 교육하고 양육하는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 실정에 맞는 교육을 하기에 제일 적합하다는 것이다. 어린이 성교육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개발되어야 하는 시점에서 더욱이 장애 유형별 어린이 성교육은 장애 특성을 고려한 교육 프로그램이 불모지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가장 총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인력이 제일 많은 곳이 장애인 생활시설이나 기관인 만큼 그 곳의 실무자 혹은 교사나 양육자 대상으로 성교육을 실시하여 자체적인 성교육 담당자를 양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하겠다. 

실제로 아하센터에도 점차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 등 장애유형별로 성교육 요청이 들어오고 있기에 교육적 특성을 고려하여 대상에 맞는 교육을 연구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하지만 장애인 성교육의 경우에 좀 더 전문화된 장애인 성교육 전문적으로 고민하는 전문기관이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나와 ‘다름’이 ‘차별’이 아닌 ‘차이’로 받아들여지고 성교육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삶에 대한 이야기들로서 장애인 성교육 또한 ‘차이’를 어떻게 이해하면서 진행되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차원으로 접근되기를 바라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좀 더 실제적으로 아이들을 즐겁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으면 하고 바라본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교육사업팀장 김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