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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조금은 딱딱한... 칼럼!

자녀들과의 성적소통과 공감

작성일 : 09-09-30 11:01             
자녀들과의 성적소통과 공감
글쓴이 : 아하지기 (59.15.196.148)  조회 : 493  


지난해 낙태수술비를 마련하고자 성매매 현장에 있다가 적발된 청소년을 상담한 적이 있었다. 청소년 개인의 성의식에 문제제기를 하면서도, 그 상황에 이르기까지 주변에서 적절한 생활지도나 상담을 못했다는 것에 더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 청소년의 입장에서 보면 원치 않았던 임신으로 세상 속에서 혼자라는 고립감을 경험하게 되었을 터, 누구와도 그 두려운 상황을 의논할 수 없었기에 성매매를 통해 수술비용을 마련하려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된 것이 아닐까? 

전문상담사나 학교 교사를 찾아가서 고민을 털어놓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학교에서 임신을 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벌어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대안이 못 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가정에서, 가정에서는 학교에서 성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 물론 학교에서 나름의 다양한 성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구태의연한 내용의 의무교육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생 개개인의 성적정체성이나 성적교제에 따른 내밀한 고민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성적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결국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가족일 수밖에 없고, 가족의 중심인 부모님의 역할은 실로 막중하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모든 가족들이 작은 일상에서부터 사회 이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자녀와 대화를 한다거나, 사춘기를 지나 성년이 될 때까지 자녀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님도 잘 알고 있다. 특히 힘든 상황에서 부모에게 의논하라고 말하긴 하지만, 우리사회에서의 성적일탈이나 성폭력에 노출된 경우에는 사뭇 다른 입장과 태도를 취하는 부모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마음이 더 무거워지곤 한다. 

부모는 아이의 성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이다. 중요한 성 심리 발달이 영유아기에 이뤄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부모라면 이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양육자인 부모가 발달단계에서 어떻게 개입했는가에 따라 트라우마를 겪게 되는 아이들이 청년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떤 행동으로 도움을 요청하는지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워야 한다.  

신뢰감을 형성해야 할 시기에 방치 속에서 정서적 결핍으로 허기진 아이들, 
자율성을 공부해야 할 시기에 통제 속에서 수치심을 갖게 되는 아이들, 
창의성을 배워야 할 시기에 가치기준을 세울 수 없어 혼란 속에 머무는 아이들, 
근면함을 통해 사회적 도구와 기술을 익혀야 할 시기에 경쟁에 내몰려 불안한 아이들, 
성적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길을 잃고, 두려움을 감추려 폭력 속에 숨어있는 아이들, 
많은 아이들이 부모들에게 온몸으로 요청하는 도움이 대체 무엇인지를 알아 준비해야 한다. 

부모 의존도가 높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청소년들에게서, 그나마 사랑할 때만큼은 너무나 열정적이고, 정직한 모습을 보여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그 모습이 반갑고 기쁘다. 하지만 때론 불편감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걱정스러움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도심 한가운데서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차마 마주하기 민망하여 눈길을 피해 혀를 끌끌거렸던 경험자로서 부모들의 걱정을 어찌 모르겠는가? 그래서 나는 부모들이 자녀와의 성적소통에 더욱 적극적이길 기대한다. 서로 다른 정보와 문화를 경험한 세대가 어찌 충돌이 없겠는가? 그럴수록 정보를 공유하거나 문화를 함께 경험하면서 심리적 거리감을 좁혀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족공동체의 주체로서 인정 받아본 경험은 청소년들 스스로를 믿게 되고, 문제 상황에서 해결능력과 의지를 세워 가는데 디딤돌이 될 것이리라. 


여성사회교육원
교육이사 이권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