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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핫!! 핫한~잇슈!

2월 22일! 아동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작성일 : 10-01-30 11:31             
2월 22일! 아동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글쓴이 : 아하지기 (59.15.196.148)  조회 : 502  


살아서는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던 아이, 지금도 우리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쉬고 있는 한 아이가 있다. 미연이. 당시 12살이던 미연이는 이제 성폭력 없는 저 세상에서 사춘기를 맞고 아리따운 청소녀가 되어 있겠지.

올 해도 어김없이 2월은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2월 22일은 4번째로 맞는 아동성폭력 추방의 날이다. 당시 ‘용산 허모양 사건’으로 불렸던 이웃집 전과범에 의한 성폭행으로 살해 되었던 미연이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자는 취지로 국가적으로 ‘아동성폭력 추방의 날’을 제정하여 이 날을 기리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아동성폭력추방의 날 제정이 무색하게도 해마다 또 다른 우리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혹은 평생 회복되기 어려운 물리적 상처를 입게 되는 사건을 목격하고 있다. 아동의 피를 먹으며 자라는 것이 아동관련 복지법이라고 했던가? 가슴을 에는 말이지만 한국사회에서도 이 말이 실감난다. 미연이, 혜진이, 예슬이 등의 죽음을 통하여 아동성폭력관련 법과 제도는 많이 개선되었다. 작년 말에 있었던 ‘조두순 사건’으로 인하여 다시금 흉악한 범죄 행위에 대하여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음주시 감형에 대한 문제제기, 수사기관에 의한 2차 피해관련 손배소 제기, 피해자 지원 기금마련, 미성년자 성폭력 관련 공소시효 정지 등 관련 내용들이 수면위에 올라 정책화 하고 있는 단계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동성폭력에 대한 대책으로 내세우는 정책들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동성폭력은 여타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 사건들과 그 근본적인 메카니즘적 측면에서 본다면 별반 다르지 않다. 돌출적이고 흉악한 범죄만이 언론으로 이슈화되기 때문에 마치 성폭력은 특별한 문제를 가진 싸이코패스 가해자에 의한 범죄행위로 비춰지고 있지만 사실은 드러나지 않고 있는 수많은 아동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는 겉으로 보기에 정상적인 생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어른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또한 가해자의 연령은 점차적으로 저연령화 되고 있는 특징을 보인다.

아동성폭력의 정책적 대응은 돌출적인 사건 중심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 아니다. 지난 20여 년간 총체적 문제제기를 해온 한국사회 반성폭력운동처럼 가부장적 성문화, 남녀 다르게 길러지는 성욕에 대한 이중기준, 성 욕망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자본에 대항해야 하는 싸움으로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한국사회 성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어내는 인식개선 운동에 중장기적으로 전략을 세우고 투자를 해야 한다. 과도하게 cctv에 예산을 투자하기 보다는 반성폭력 운동의 현장 활동가를 기르는 일에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아동성폭력 추방의 날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자, 우선 2010년 다이어리에 2월 22일 아동성폭력 추방의 날을 적어보자. 아동성폭력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피해자 부모의 말이 떠올리며 그 관심을 늦추지 않는 일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일반 시민들이 할 일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동성폭력을 줄이기 위한 정책으로 내세운 인터넷성범죄자 알림이 서비스(www.sexoffender.go.kr)에 접속이라도 해보자. 2010년 1월 1일 이후부터는 형확정자만 등록되도록 되어 있어 현재는 ‘등록된 열람 대상자가 없다’고 나오지만 이런 문제점을 민원제기라도 해보자. 아니면 용산 가족공원에 있는 미연이 추모 상징물에 가족들 또는 지역사회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찾아가서 미연이를 기리며 우리 동네 아동성폭력 안전망을 만들기 위한 관심을 좀 더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2010년! 제발, 또 다시 성폭력으로 아픔을 겪는 아이가 없기를 바라는 것은 낭만적인 꿈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에 일희일비 휩쓸리지 않으며 꾸준히 반성폭력 운동, 생명평화운동으로서 성문화 운동의 다음단계를 모색하며 보다 대중적으로 의식수준을 높여가는 일에 또 한걸음 뚜벅뚜벅, 발을 내딛어 보자.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이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