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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핫!! 핫한~잇슈!

성교육자, 시대와 호흡하고 자기 내면과 대화해야..

작성일 : 08-06-10 12:59             
성교육자, 시대와 호흡하고 자기내면과 대화해야..
글쓴이 : 아하지기 (59.15.196.150)  조회 : 625  


서울에 있는 남녀 공학 고등학교 방과 후 시간. 예고도 없이 갑자기 여학생만 남겨서 성교육이 이루어졌다. 

성교육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는 남자 교사의 입에서 나온 성교육의 내용인즉 “성폭력을 당하지 않으려면 여자들이 짧은 치마 입지 말아야한다. 원색 옷을 입으면 남자들에게 성매매 여성 취급 당한다. 성폭력 피해의 7-80%는 여자들이 잘못해서 그런 것이다. 용모를 단정하게 해야 한다” 등.. 성폭력 상황에서 피해자를 원인제공자로 생각하는 고리타분하면서도 위험천만한 사고를 가진 훈계를 늘어놓는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또한 최근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는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면서 “성폭력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날카로운 물건을 가지고 다니다가 위험한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눈을 찔러야 한다. 평상시 인형을 가지고 찌르는 연습을 해라, 13세 미만은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으니 범인을 죽여도 된다” 등, 상식을 뛰어 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하라는 교육 내용이 알려지면서 성교육자의 자질 검증과 성교육 내용에 대한 체계적인 효과 연구가 수면 위에 떠오르게 되었다. 


대구 초등학교 집단성폭력 사건 등 저연령화 되는 성폭력 사건들이 계속적으로 드러나면서 유치원, 가정, 학교 등 아이들을 성교육 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5월 청소년과 가정의 달을 맞아 아하!센터에서는 무료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었다.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그리 어렵지 않게 많은 수가 센터를 꽉 채웠다. 아이들 손에 손을 잡고 센터에 들어서는 부모들, 아이들은 연령과 성발달에 맞게 유치원생은 인형극을 관람하고, 초등학교 저학년은 그룹활동, 고학년은 해피버스ting으로, 중 2학년 이상은 2층 체험관으로, 부모들은 강의... 이와 같이 다양하게 진행된 프로그램은 길어야 두 시간이다. 교육을 마치고 부모와 아이들이 만난다. 엄마가 딸에게 하는 말 “어땠어? 좋았니?” 딸의 대답 “음.. 그저 그랬어..” 대답을 듣고 엄마의 표정은 순간 실망감으로 가득하다. 얼마나 힘들게 시간을 내서 여기 데리고 왔는데 그저 그렇다니... 

아하!센터는 성교육 하는 사람들이라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청소년 성교육과 성상담 전문기관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길게는 20여 년, 짧게는 3~4년의 경력, 게다가 국가에서 인정하는 관련학과 전공자들 일 뿐만 아니라, 청소년 상담사, 지도사,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해마다 성교육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필요성을 느끼면서 현장과 호흡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백컨대 우리 스스로도 수시로 난관에 부딪히고 자신 없어 하기도 한다. 성교육 전문가로서 훈련을 받는 강사들이나 활동가들도 마찬가지이다. 매뉴얼화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도 수차례의 참관과 시연을 하고 현장에 투입되지만 1년 이상 활동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자기가 자라온 가정 분위기와 성 가치관과 성 태도가 현장에서 충돌하게 되고, 교육 태도 등에 대한 피드백을 받게 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거나 아예 활동을 그만두게 되기도 한다. 이처럼 성교육 현장은 성교육자들 간의 내면적인 만남과 시대적 현상에 대한 분석의 나눔이 상당히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 검열와 나눔의 기재 없이 지속되는 경우 어느 순간 각질화 된 교육 태도, 독선 또는 무의식적 자기욕망만을 드러내는 현상을 노출할 위험성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학교와 부모들의 성교육 ‘단박효과’에 대한 기대도 많기 때문이다. 

서두에 이야기 한 성폭력 피해자 유발론을 제기한 교사나, 성폭력 예방교육을 한다며 오히려 아이들에게 폭력을 범하게 된 노교수, 성교육을 한다고 하면서 시대와 호흡하지 않는 것, 그리고 성교육에 대한 선정성에 부응한 교육자의 독선이 낳은 결과가 아닐까. 

명심해야 하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 성교육자 십계명 중 하나, “지속적으로 전문가로서의 자질을 검증받을 수 있는 조직(기관, 학회,커뮤니티 등..)과 연계되어 슈퍼비전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나를 포함한 아하!지기 모두에게 절실하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이명화
bright1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