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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핫!! 핫한~잇슈!

치마입는 남자? - 치마와 관념

작성일 : 07-04-18 14:22             
치마입는 남자? - 치마와 관념
글쓴이 : 아하지기 (211.244.58.9)  조회 : 812  
 


“나는 치마를 입습니다.” 

내가 이 말을 하면, 사람들은 놀라운 눈으로 쳐다본 후, 곧 나를 흘겨본다. 나를 원래 알았던 사람조차 ‘이 아이가 생각보다 더 특이한 아이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분명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심장이 덜컹 거리고 위와 같은 눈으로 나를 쳐다볼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어떤 반응을 보이건 간에, 나는 치마를 입는다. 

당신이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하고, 신발을 신고 나가듯이 내게 치마는 일상적인 생활에 불과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치마 입은 내 모습을 보고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라고 생각한다. 난 단지 내 그대로의 모습에 치마를 걸치기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치마=여자들의 옷’을 넘어 ‘치마=여자’라는 공식을 갖고 살고 있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 뿐 아니라 물건에도 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물건에도 성이 있다고 주장하시는 분이 있겠지만, 내가 주목한 것은 그 성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분명 치마는 여자들이 ‘많이’ 입는 옷이지만, 많이 입는다고 해서 그 옷이 ‘여성’이라는 성을 갖게 될 수 있는 건지는 좀 더 생각해 볼 문제이다. 브래지어나 생리대처럼 치마도 여성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물건인가? 스코틀랜드의 킬트나 고대 서양에서 입었던 남자 원피스를 예로 볼 때, 남자가 치마를 입지 못 할 물건은 아닌 듯하다. 

치마를 입는 것은 여자로의 변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여자든 남자든 단지 무늬가 많이 들어간 꽃 바지를 입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말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그래서 내 개성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쉽고 빠른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치마를 왜 입느냐가 아니라 왜 입으면 ‘안’ 되느냐이다. 

“왜 남자는 치마를 입으면 안 되는가? 남자라서 치마를 입지 말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당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가 이것을 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정서를 근거로 내세운다. 대한민국의 오랜 역사 속에서 치마 입는 남자가 있었는가…를 생각해보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남자에게도 치마 입을 권리를 주는 것은 상관없으나 아무도 하지 않았으니 너도 하지 말라는 식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남자가 치마 입는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됐을 때 그 사람이 받을 충격과 가치관의 혼란을 배려하기 위해서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들의 정서와 가치관은 무척 중요하다. 내 자유를 위해 그것을 침해한다면 분명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남자들에게 치마를 입을 권리를 빼앗는 것은 부당하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의 정서와 감정을 배려하면서 치마를 입는다면 남자도 치마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인가? 

만약 대한민국 역사상 치마 입는 남자가 아무도 없었다면 나는 이 나라의 몇 안 되는 남자 치마 선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왜 옛날 남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치마를 입지 않았을까? 폐쇄적 유교사회에서 여성들의 옷을 입는 것은, 곧 여성이 된다고 생각했고 남존여비 사상이 팽배한 그 시대에 우월감에 취한 남자들의 공통 정서 때문은 아니었을까? 사람들의 공통 정서와 가치관은 변하기 마련이다. 앞으로 나 뿐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남자들이 치마를 입고 거리를 돌아다닌다면 사람들의 정서와 가치관은 “남자도 치마를 입는구나…” 정도로 변할 것이고, 그것은 “남자가 무슨 치마를 입냐?”라는 주장에 대해 훌륭한 반박 거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정도만 되어도 충분한 성공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치마가 성에 구애 받지 않고 모두가 입는 분위기, 나는 그것을 꿈꾼다. 

몇몇 여성들은 이 글을 보고 자신의 것을 빼앗기는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또 몇몇 남성들은 이 글을 보고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강요받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는 누군가의 것을 빼앗는 것도, 내 생각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이 글의 핵심은 남자가 치마를 입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도 치마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나아가 양성의 권리적, 인식적 평등에도 기여할 것이다. 남자도 치마를 입는 다는 것이라는 사실 하나가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일이고, 앞으로 이런 것들이 서서히 발견되면서 아직도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여성들과 기득권을 가진 남성들 사이에 무언과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한다. 

“고정관념을 벗자, 그리고 치마를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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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회원 이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