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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핫!! 핫한~잇슈!

외모, 매력 그리고 자신감

작성일 : 07-03-21 09:22             
외모, 매력 그리고 자신감
글쓴이 : 아하지기 (211.244.58.9)  조회 : 464  

 
< 외모, 매력 그리고 자신감 > 

- 갇혀있던 나의 몸 - 


예쁨’과 ‘아름다움’, ‘잘생긴 것’과 ‘매력 있는 것’ 사이에는 얼마만큼의 거리가 있을까. 단어가 다른 만큼 의미에도 차이가 있는 것일까. “그 사람, 예쁘지는 않지만 참 매력 있어”, “처음에는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호감은 안 가더라”는 식의 말을 들을 때마다 궁금했던 질문들이다. 

작은 얼굴, 뚜렷한 이목구비, 마르고도 ‘볼륨 있는’ 몸 등 잘난 외모에 대한 기준은 확고하게 획일화되어 있다. 반면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사람마다 혹은 상황마다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매력의 기준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당당한 사람이 아름답다거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타인도 사랑할 수 없고 사랑을 받을 수도 없다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일정 정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런 말들은 나를 불편하게 한다. 당당하게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다. 자신감이란 과연 무엇일까. 진정으로 자신을, 자기의 몸을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다이어트를 하거나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들 중 몇몇은 그 행동의 이유를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나 역시 모처럼 마음 먹고 유행에 맞는 옷을 갖추어 입을 때나 그 전보다 한두 계단 내려간 체중계 눈금을 볼 때면 만족감을 느낀다. 외모로 여성의 가치를 매기는 사회에서, 외모가 잘난 사람일수록 실제 자신감도 높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타인과의 비교로부터 얻는 자신감이다. 외모 가꿈을 통해 자신감을 얻는다면, 그것은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라기보다 ‘전보다 더 나은’ 그리고 ‘타인보다 더 나은’ 내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더 뛰어나다는 우월감은, 어떤 누구보다는 더 못하다는 열등감의 다른 표현일는지 모른다.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영원히 일등일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눈에 띄게 예쁘고 당당한 친구 앞에서 주눅 들었던 경험이 내게 있는 것처럼, 그 친구도 어딘가에서 자기보다 코가 높은 사람, 몸매가 날씬한 사람을 보고 자신과 비교하며 자책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외부와의 비교를 통해 끊임없이 흔들리는 것은 ‘진짜’ 자신감이 아니지 않을까. 진정한 자신감은 자기 내부에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있어야 할 테니 말이다. 

운동을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들도 많다. 나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어서 문제지, 헬스나 요가 같은 운동을 하겠다는 다짐을 늘 세워놓고 있다. 그런데 가끔 “뺄 살도 없는데 뭐 하러 운동을 하냐”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반면, 몸이 안 좋고 피로가 안 풀린다는 고민을 털어놓을 때엔, 운동을 해보라는 권유보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라는 이야기를 더 자주 듣게 된다.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걷거나 뛸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고 일상적으로 몸을 움직일 기회도 줄어들었지만, 대신 헬스클럽이 수없이 생겨나고 운동강습도 무척 많아졌다. 그런데 이 운동들은 대부분 다이어트와 연관된다. 이제 아무도 예전처럼 살 빼는 방법을 고심하는 사람에게 굶으라고 하지 않는다. “밥만 굶어봤자 소용 없어. 운동을 꼭 해야 돼.”라고 말한다. 

자신감이 내 몸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면, 살을 빼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운동을 통해서는 자신감을 많이 얻지는 못할 것 같다. 지금 나의 몸이 뚱뚱하다는 것을 스스로 상기시키며, 그 몸을 ‘혐오’하면서 하는 운동일 테니 말이다. 오히려 운동은 내 몸을 느끼고 존중하며, 몸과 대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유행에 맞는 옷을 사 입을 때, 몸 위에 걸쳐진 그 옷이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나의 몸 자체를 사랑했던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내 몸이 못났다고 생각해 더더욱 예쁜 옷으로 가려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지 말이다. 반대로, 내 몸이 못났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아무렇게나 옷을 입고 다니던 때도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눈 흘김, 미움, 책망 속에서 내 몸은 얼마나 갇혀 있었던 걸까. 그 동안 내 몸은 부자유스럽고 외로웠을 것 같다. 

얼마 전 친구들과 함께 스트레칭을 하고 마음껏 뛰어본 적이 있다. 내 몸은 아직도 그 때의 감정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마치 몸 안에 탱탱볼이 들어 있어,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튀는 듯한 느낌. 아마도 내 몸은 억눌려왔던 만큼 살아 숨쉬고자 하는 의지도 강한가 보다. 

그 경험 이후로, 무언가에 열중해 구부정하게 있다가도 스트레칭을 하고 몸을 풀어주는 습관이 생겼다. 앞으로는 잠들기 전에 맨손 체조라도 꼬박꼬박 할 수 있다면 좋겠다. 헬스, 요가 등의 운동을 하겠다는 다짐이 실현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자신감을 얻는 기회는 의외로 가까이에 있을지 모른다. 가벼운 체조를 하는 것으로도, 어쩌면 거울 안의 내 모습을 웃으며 바라봐주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 사랑 받고 존중 받을 권리가 내 몸에게 있다는 점을 아는 것이다. 


여성주의 저널 그/여/자/들/의/물/결 일다
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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