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하나가 아니다: 마리아 바스타로스 외 '여자의 역사는 모두의 역사다' 리뷰

이번 섹슈얼리티 아티크로 접하게 된 콘텐츠는 마리아 바스타로스, 나초 M.세가라가 짓고 크리스티나 다우라가 그림 그린 <여자의 역사는 모두의 역사다>라는 책이다. 일러스트로 보는 페미니즘 세계사'라는 책의 홍보 문구 답게, 책장을 펼치자 마자 나를 맞이한 것은 화려하고 다채로운 일러스트였다.

기원 전부터 현재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역사를 다루는 책임에도 색색깔의 일러스트가 눈을 이끌어 지루하지 않게 책의 마지막 장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

책에서 보여지는 여성의 모습은 하나가 아니다. 어떤 여성은 가부장제에 대항해 투쟁의 깃발을 들고, 한편에서 다른 여성들은 가부장제의 선봉에 서서 모든 여성이 남성 앞에 고개를 조아리기를 바란다. 단일한 속성을 공유하리라 상상했던 여성은 사실 여성'들'이다. 저자는 이와 같이 여성의 다양성에 대한 사유를 북돋을 뿐 아니라 가부장제의 모습 또한 일관적이지 않았다는 사실도 발견하게끔 한다. 자연스레, 지금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관념들은 전부 시간의 축적을 통해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기존 역사 체계에서 누락되었던 '여성'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굴한다는 의미도 지니지만, 소위 '여성사'도 얼마나 서구 중심적이고, 백인 중산층 여성 중심이었는지, 또한 얼마나 시스젠더 이성애자 비장애인 중심이었는지를 드러낸다. '인종'과 '계급'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상호교차성을 고려하지 않는 페미니즘이 내포하는 폭력성을 고발하는 것이다.

예컨대, 아래에서는 지금껏 강조되지 못했던 이집트, 일본의 페미니스트 역사뿐 아니라, 미국 내 인종차별 투쟁에 참여했던 페미니스트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때로 여성의 적은 남성이 아니라, 계급이고 국가이며, 인종, 정체성이기도 했다.

 

 

 

 

상호교차성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만큼, 여성 퀴어들의 족적도 '여성의 역사'라는 맥락 속에서 기술된다. 역사적 측면에서 '퀴어 여성'에 주목한다는 것은 새로운 효과를 발생시킨다. 여성 퀴어들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여성의 역사에서 배제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퀴어의 역사에서 배제되어 왔기 때문이다. 여성 퀴어가 처한 절박한 현실을 통해 우리는 '차별의 중첩'을 확인한다.

 

 

 

 

특히 요즘 한국 페미니즘 진영에서 트랜스젠더와 관련된 긴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만큼, 여성의 역사 속에 '퀴어'를 포함하는 저자들의 이 '당연한' 시도는 큰 시사점을 준다. 여자의 역사가 모두의 역사라고 말하고자 할 때, 그에 앞서 우리는 그 '여자'가 누구인지를 질문 던져야 한다. 만일 '중산층 시스젠더 이성애자 비장애인' 여성만을 여성으로 전제한다면, 성별을 이유로 인간의 범주에서 여성을 제외해왔던 가부장제의 악습을 답습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배제'는 페미니즘의 방식이 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적 사유의 중요성을 되짚으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많이들 오해하는 것처럼 페미니즘이 사회에 대한 불평만을 늘어놓게 종용하는 사상은 아니다. 페미니즘은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며 그 발견을 축하하고, 단순한 비판에서 나아가 나와 타자의 실질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 계속하는 훈련이다.

페미니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게 있다면, 그것은 그 배움을 끌어안고 축하해주며, 걸림돌을 해결하고, 이제껏 당연시했던 일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리라. 그런 담론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고 사람에 대한 배려를 훈련하는 것이리라.

9쪽

글. 기획협력팀 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