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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섹슈얼리티 아티크

나로 살기 위한 질문: 성sung '남은 인생은요?'

책 <남은 인생은요?>는 작가 성sung이 어린 시절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면서 겪은 이민 가정의 불안과 인종차별, 중독, 성착취, 가정폭력,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현재진행형 치유 과정이 담긴 입체적이고, 감각적인 언어가 담긴 에세이집이다.

<남은 인생은요?> 책 표지

 

 

처음 ‘이 책 읽고 싶다. 읽으면서 나라는 사람을 돌아보고 싶다.’ 했던 어떤 이끌림은 이 책에 담겨있다는 어느 페이지 덕분이었다.

"적어도 가장 좋아하는 그림 6개와 인생을 바꿔놓은 영화 7편은 있어야 돼. 목숨을 구해준 시 13편.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노래 700곡. 특정 브랜드의 시리얼이나 치약을 좋아하는 이유들의 목록. 나무 조각을 해 봐. 자위도 하고. 꼭 생각도 하고. 사람들을 이야기를 들어 봐."

 

 

<남은 인생은요?> 본문 310쪽

 

이 구절을 보며 책을 읽기 전에 ‘인생은 뭘까.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살아 갈 시간이 많을 것만 같은 내가, 나의 삶은 무엇으로 이루어졌었고, 어떤 이들과 관계 맺으며 살아왔는지, 앞으로는 무엇을 지켜 내거나 이루며 사는 것이 온전한 나로 살아가게 할까.’라는 물음이 반복적으로 들었다.

책이라는 물자로 만난 작가 성sung의 이야기는 담담하기도 하고, 담백하기도 한데, 어느 장에서는 그 누구보다 자신의 현재 인생을 치열하고 고민하고, 감내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책을 읽은 내내 작가 성sung이 겪은 일들이 내가 겪었던 아주 사소하지만 너무도 고민했던 많은 일상과 맞닿아 있었다. 화면 밖으로는 잘 보여 지지 않지만 개개인의 내적으로는 얼마쯤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고, 어딘가 망가진 스스로를 붙잡고 나아지려고 애쓰는 것이야 말로 가장 보편적인 삶의 과정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아픔에 대해 듣고, 아픔을 이겨내고자 하는 과정에서 희망 같은 빛을 보며 나도 모르는 새에 위안과 위로가 되는 건 그 때문이었던 거 같다.

책에 나의 남은 인생을 어디로 가게 하면 좋을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공감과 옅은 한숨, 지금 하고 있는 몇 가지 끝이 없는 고민과 어떤 감정의 변화(그것이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상관없이)가 한데 뒤섞였다. 그리고 책을 뒤 덮은 순간에 깨달았다. 이러한 것들이 나를 이루고 있었다는 것을.

 


곱씹으며 생각하고 싶은 책의 구절 몇 가지

 

스스로의 중심을 잡는 간단한 액티비티 세가지!

 

액티비티#1: 거울 바라보기

큰 거울 앞에 앉거나 섭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의식으로 생각이 흘러 들어오고 흘러나가는 것을 지켜보세요. 집중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를 용서합니다.

액티비티#2: 촛불명상

액티비티#3: 꿈 기록하기

39쪽

차별이란 기념비적인 규모의 수치심을 주는 사건으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항상 비웃음과 조롱의 형태를 띠는 것도 아니다. 차별은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같이 앉을 사람은 아무도 없는 방이다. 차별은 내 주위를 둘러싸고 웅웅거리는, 끼어들 틈이 없는 대화들이다. 차별은 사람들이 한 명 씩 내가 그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시키고 조용히 무관심 또는 혐오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단 하나의 거대한 굴욕적인 사건이 아니라, 여러 개의 작은, 개인적인 실망으로 이루어져 있다.

88쪽

나는 참을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나는 참을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나는 참을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나는 참을 수 있다고 자신에게 말한다.

167쪽, 168쪽

『남은 인생은요?』의 숨가쁘고 고통스러운 장면들에 몰입하게 되는 것은, 성sung의 문장들이 그 무거운 어둠도, 계속되는 삶 속의 반짝이는 기쁨도 낱낱이, 부끄러움 없이 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트라우마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응하는 대신, 독자들에게 자유를 다시 정의하고 제안한다. 나의 몸과 나를 분리해야만 견뎌낼 수 있었던 순간들이 나의 서사를 끊어 놓는다. 남은 인생에서, 나는 어떻게 내 몸에서 도망치치 않고 계속해서 자랄 수 있을까. 어떻게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앞으로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이 되려고 하는지,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확실한 것은 나에게 고유하면서도 다른 이들과 연결된 역사가 있고, 나는 그 역사를 가진 채로 새로운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자각이다.

옮긴이 ‘호영’의 말 중, 317쪽, 319쪽


 

“남은 인생은요?”, 어쩌면 누군가의 인생에 충고도 하고 싶고 애정도 가지는 물음에 대한 질문이겠다. 나는 이 질문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다른 의도와 시선을 가지고 묻고 싶다. 그리고 질문에 대답하는 이가 가진 서사를 깊이 있게 나누고 싶다는 생각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글. 교육팀 조민정

<남은 인생은요?> 책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