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가? 묻고 또 묻는 영화

-영화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잠시 멈춤, 집콕코로나19의 심각단계가 발효중인 요즈음 우리의 일상이다. 아하지기들도 듬성듬성 재택근무로 일도 되는 둥 마는 둥, 금요일엔 칼퇴를 하고 집에 틀어박히기 시작하면 월요일 출근까지 집콕이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에서 주어졌던 주말의 달콤함과 그 맛이 참 많이 다르다. 일요일 오전이면 습관처럼 반드시 나서야만 했던 종교생활도 부스스 느즈막히 잠자던 모습 그대로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하루에도 수십 번 되뇌이는 뭐 이런 세상이 다 있어? 주일날 교회도 못가는 세상이 어딨어?”라는 노모의 땅꺼지는 소리가 오히려 일상이 되어 버렸다. 우리의 일상은 이렇게 한달을 넘어가고 있다. 함께 살고 있는 10대 소년은 몸의 에너지가 하늘을 찔러 근질근질해서 어찌 지낼까? 걱정하는 어른들의 예상을 뒤엎고 무려 5일 이상을 집밖을 나가지 않아도 디지털매체 하나만 손에 주어지면 희노애락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뒹굴뒹굴, 쑥쑥 잘도 성장해 가고 있다. 뭔가 일상이 뒤집힌 듯한 생활, 정해진 날짜에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감 목록이 수두룩 떠오르고, 정해진 요일엔 가야만(해야만) 하는 일이 어느 순간 증발해 버린 요즘, 일상이 뚝 끊겨버린 것 같은 어느 날, 나는 무얼 하고 싶었지? 라는 질문에 즉답을 하며 찾아 나선 나의 용기, 텅빈 영화관에서 죽치고 하루 종일 앉아 있기. 아티끄 수행~~~

 

그곳에서 나는 내 주변에서 아주 쉽게 주루룩 떠올려지는 친구들과 많이 오버랩되는 복많은 찬실이를 만났다. 아주 편안히 가끔은 스르르. 깜빡 졸기까지 하면서 .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아 망했다. 왜 그리 일만 하고 살았을꼬?”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갑자기 일마저 똑 끊겨버린 영화 프로듀서 찬실’.

현생은 망했다 싶지만, 친한 배우 소피네 가사도우미로 취직해 살길을 도모한다.

그런데 소피의 불어 선생님 이 누나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장국영이라 우기는 비밀스런 남자까지 등장!

새로 이사간 집주인 할머니도 정이 넘쳐 흐른다.

평생 일복만 터져왔는데, 영화를 그만두니 전에 없던 도 들어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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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소개된 영화의 줄거리를 보고 나는 제목의 을 떠올리면서 자동적 사고로 착하디 착하게 생긴 남자 과 짝짜꿍 뒤늦은 연애를 하게 되며 겪는 스토리? 아니면 일에 있어서 영화 만들기가 아닌 로또같이 돈이 되는 쌈팍한 일이 생기는 걸까? 소위 성공신화의 주인공 스토리가 이어지려나 하고 이야기 전개를 기다렸다. 그런데 영화는 그저 잔잔한 일상 너무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나의 모습 그리고 내 친구들의 생활과 욕망일법한 내용들로 이어진다. 함께 일했던 잘나가던 영화감독의 돌연사로 일속에만 파묻혀 살던 찬실이 어느날 갑자기 실업자가 되고, 10년 이상 남자의 품에 안겨보지 못했던 찬실의 연애에 대한 갈망은 툭 내뱆는 술한잔 할까요?’라던지 학원강사로 일하는 영의 일터에 수제도시락을 가져가고 달달함을 나누고 돌아오는 길 와락 백허그에 성공을 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왔던 영의 겸연쩍으면서도 싸늘한 한마디 저는 그냥 누나로 생각해요” (~ 이 장면에서 나는 함께 살고 있는 10대 소년이 최근 연애를 하고 싶다는 말을 오빠라는 소리가 듣고 싶다'고 표현했던 말이 생각나서 씁쓸한 실소를ㅠㅠ 오빠는 연애가 되는데 누나는 연애가 안되는 구나ㅠ. 그냥 누나’ )

찬실이 옆에는 또 한명의 남자가 있다. 장국영이라 우기는 남자, 이 남자는 아비정전의 장국영처럼 흰 러닝셔츠와 트렁크 팬츠 차림으로 등장한다. 난 또 이 장면을 보면서 엘레오노 포리아트 감독의 프랑스 단편영화 억압받는 다수가 불현 듯 떠올랐다. 여자들이 벌거벗고 뛰어 다닌다고 작년에 스쿨미투로 고발당해 국내에서 시끄럽게 문제적인 영화로 다시 소환된 작품, 남자들은 저렇게 헐벗고 다녀도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 여자들이 벗고 뛰면 누군가에겐 불쾌감도 주고, 음란한 상상도 하게 하고 심지어 성적 수치심까지 느끼게 된다고도 하는데 남자가 저렇게 벗고 백주대낮이든 밤이든 뛰어 다녀도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구나. 암튼 찬실이 옆에 이 남자는 싸이코드라마의 보조자아처럼 찬실이 마음속에 있는 또 다른 자아이다. 한순간 현생이 아닌 이생, 귀신이라서 느닷없음에 놀라기도 했는데 찬실의 내면의 교사이기도 하다. 불어교사에게 퇴짜를 맞고 돌아와 잘된다더니 이에 뭐냐라고 따지는 찬실이에게 잘된다고했을 뿐이라며 잘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다시 한 번 숙고하게 하고 한 걸음 더 자신의 욕구의 세계로 발딛 게 하는 존재. 이 남자는 결국 찬실이에게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진정 원하는게 뭔지 깊게 깊게 생각해 보세요” “what do you want" 현실치료라는 상담이론을 학습하면서 수없이도 묻고 또 물었던 질문 진정 니가 원하는게 뭐니?” 옆에서 따뜻하게 불현 듯 언제나 찾아가서 얘기할 수 있는 말벗이 되고 질문을 던져주는 존재. 결국 이 장국영이라 우기는 자는 변함없이 찬실이 옆에 있어주고 지지해 주는 존재다 . 그래서 한 걸음 더 찬실은 자기 욕망의 세계로 길을 들어간다.

그래서 한 걸음 더

출연료 한 푼 안 받고 김초희 감독과의 인연으로 출연했다는 윤여정의 역할 또한 찬실에게는 큰 복이다. 딸을 잃은 슬픔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엄마의 심정 그러면서도 일상을 살기 위해 화초를 키우도,콩나물을 다듬고, 한글교실 수업까지 들으러 다니면서 한자 한자 배워가는 모습, 어설픈 글씨로 써내려 가는 한 줄의 시는 마음을 에인다. “사람도 꽃처럼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리고 찬실에게 풀리는 마음의 빗장과 따뜻한 연결. 따뜻한 난로 하나를 내 심장에 초대하는 느낌이다.  

결론은,

일상이 복이지, 복이 뭐 별거인가? 하며 실실 웃게 되는 영화다.

잔잔하면서 소박하고 유쾌하면서도 마음의 깊이가 자라게 되는 영화

대파 자루를 들고 카페에 들어간다던지, 재활용 수거 물품을 하나하나 분류하거나, 발로 박박 밟아 이불을 빠는 모습, 가방을 질끈 메고 언덕을 뛰어 올라가는 귀엽고 씩씩한 찬실이, 툭툭 내밷는 속도감 있는 그녀의 부산 사투리까지

과연 찬실이는 그녀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영화를 다시 만들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면 방역완전 무장하고 텅빈 영화관을 찾아가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나름 색깔있는 독립영화인데 이 코로나 와중에 16,000명을 넘겼다는 소식이다.

 

사족: 이 영화와 같은 날 함께 봤던 따오르는 여인의 초상과는 카메라 앵글, 촬영장소, 이국적인 멋지고 매력적인 배우들, 어느 곳 하나 빈틈없이 듬뿍 담아낸 여성적 응시등 스케일이 너무나 달라서 나는 이 글을쓰기까지(선택하기 까지) 일주일이 넘게 걸리고 말았다. 막차를 타고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던 행운의 작품 불초상도  더불어 강추!!

 

by. b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