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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십대의 물결/아하! 청소년 활동

또래지기 특강 : 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_김조광수

또래지기 특강 : 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_김조광수

 

 

 

 

 

 

 

 

 

 

 

 

 

 

  1124일 토요일, 아하!센터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성문화 또래지도자 동아리’(이하 또래지기)가 김조광수 감독과 만났습니다. 또래지기가 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주최하고, 관심있는 아하! 청소년 동아리 회원과 청소년운영위원, 대학생 성문화 활동가 선생님들을 초대한 자리였습니다. 이 날 김조광수 감독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옮깁니다.

 

 

 

 

다른 동성애자들이 저를 보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15살에 제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그 때부터 서른 살까지 저는 제 자신을 괴롭히면서 살았어요. 저도 제 자신이 이해가 안 되니까, 나도 나를 거부하는 거죠. 심지어 잠도 안 잤어요. ‘너 같은 애가 어떻게 잠을 자?’ 이런 생각으로 잠도 안 잤어요.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나 자신을 괴롭혀야만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있었어요.

서른 살이 되어서야 동성애자는 잘못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것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회에서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것처럼, 저 조차도 스스로를 차별했던 것 같아요. 그 때 ,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그래서 첫 번째 목표를 세운 것이 언젠간 성공해서 커밍아웃을 하겠다는 거였어요.

제가 그 당시 힘들었던 이유는 단지 사회에서 살아가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만약 제가 동성애자라고 깨달았던 그 시기에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하는 동성애자를 봤다면, 저는 더 빨리 제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저 사람처럼 나도 살면 되는데 뭐. 지금 당장은 비록 사회에서 위축되어 있지만, 언젠간 나도 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거야.’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겠죠. 그래서 저는 다른 동성애자들이 저를 보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커밍아웃은 그냥 커밍아웃일 뿐이에요.

 

여러분들은 퀴어 퍼레이드에 다녀왔으니, 오늘 동성애자 처음 본 건 아니었죠?

주변에 나에게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사람이 있어요? 제가 한 강연을 갔을 때, 이 질문을 했더니 30명 중에 5명만 손을 들었어요. 나머지는 다 처음 봤다고 했어요. 손을 들지 않은 25명은 그날 동성애자인 저를 처음 본 것이 아니라, 주변에 분명히 있는데 보고도 못 알아본 거에요.

동성애자는 인구에 3%~5%, 많으면 10%가 되요. 3%라고 하면 150만명? 서울 사는 대학생이면 마주칠 수 있는 동성애자가 훨씬 많을 거에요. 예를 들어, 뉴욕은 동성애자가 인구의 10%가 훨씬 넘을 거에요. 뉴욕에서 게이들이 많이 태어나는게 아니라, 살기 편하기 때문에 뉴욕으로 많이 이주하는거죠. 시골보다는 서울에 사는게 차별도 덜하고, 익명성도 유지되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서울에 사는 대학생이라면 자신의 과 안에 동성애자가 한 명은 있을거에요. 그런데 자기는 몰랐다는 거죠. 왜 몰랐을까요? 자신이 그만큼 동성애에 열리지 않았다는 거죠. 내 스스로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해요.

누군가 내게 커밍아웃했다면, 적어도 나는 성적지향으로 차별적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에 이야기 한 거에요. 아직 내게 커밍아웃 한 친구가 없다면, 주변 사람들을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대해보세요. 그렇다면 친구가 나는 동성애자야.’라고 얘기할 날이 있을 거에요.

잊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는 커밍아웃은 그냥 커밍아웃일 뿐이에요. 애정고백이 아니에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애정고백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성애자들이 모든 이성을 좋아하는게 아니듯, 동성애자도 취향이 있어요. 단순히 게이라고 모든 남자를 다 좋아하지 않고, 레즈비언이라고 모든 여자를 다 좋아하지 않아요. 커밍아웃하는 것은 그냥 커밍아웃일 뿐이에요. 그리고 커밍아웃은 당신에게만 말하는 거에요.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달라고 얘기한게 아니에요. 그것을 아웃팅이라고 하는데, 그건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행위에요. 당사자에게는 굉장히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그 사람은 아직 그 문제를 드러낼 준비가 안 된 상태이기 때문이죠.

 

 

동성애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알려줘야해요.

 

사람들이 사춘기는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에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 구분지으면 안된다고 해요. 동성애자는 청소년기가 지난 후에, 성인이 된 후에 결정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반대에요. 사춘기가 더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자세히, 잘 알려줘야 해요.

나는 왜 동성에게 지속적으로 끌릴까요?’ 라고 물어볼 때, ‘넌 아직 청소년이니까 그런 생각 하지마!’ 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야. 너는 대다수 아이들과 다르게 동성애자란다.’ 라고 말해줘야 해요. 그래야 쓸데없는 고민을 안 하는데, 자연스럽게 생각하지 못하게 성인이 돼서 생각하라고 하면 쓸데없는 고민을 하게 만드는 거잖아요. 성인이 되면 이미 그 고민이 너무 심해져서 머리는 너덜너덜 해졌는데, 그제서야 뭘 판단한다는 거에요.

사실 동성애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알려줘야해요. 동성애자를 자연스럽게 본다고 해서 동성애자가 되는 건 아니에요. 외국에는 동성애자들이 아이를 기를 수 있는데, 동성애자 자녀들이 동성애자가 될 확률은 이성애자 자녀들이 동성애자가 될 확률과 비슷해요.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에요.

 

여러분이 열린 마음의 사람, 훌륭한 사람,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은 쉬워요. 다른 사람이 나랑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소수자라고 차별하지 않는 것, 그것이 성적 지향뿐 아니라 인종학력 등도 마찬가지에요. 얼마나 쉬워요. 나와는 다르지만 나는 싫어하지 않는다. 그냥 받아들인다. 얼마나 멋있는 일이에요.

그리고 동성애자를 너무 깊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이성애자들을 이해할 수 없어요. 예를 들어, 건축학개론을 보면 제훈이가 수지를 좋아하는게 이해가 안되요. 정석이가 훨씬 예쁘고 귀여운데 왜 수지가 좋은지 이해가 안 된단 말이에요. 그치만 어우, 수지랑 뽀뽀해서 더러워.’ 이러지 않는단 말이에요. 이해는 안 되지만, 얘는 그냥 이성애자라고 인정을 하는 거에요. 여러분도 그렇게 받아들이시면 편해요. 그냥 다른 걸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어요. 다른데 어떻게 이해를 하냐고 묻는다면, 저도 이성애자들을 이해 못해요. 그냥 이성애자니까 이렇게 받아들이는 거에요. 인종도 마찬가지에요. 우리는 걔네가 아닌데 이 땅에 사는 외국인을 우리가 얼마나 이해하겠어요. 성별도 마찬가지에요. 남자가 여자를 어떻게 이해해요. 하다못해 가족들도 이해하기 어렵잖아요.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위한 쉼터를 만들고 싶어요.

 

여러분이 생각을 해보세요. 여성이란 말이에요. 근데 여성이 아니라고 생각을 해보세요. 여성이라는 자기 정체감을 가지고 있는데, 남성의 신체를 가지고 살기가 어려운 거에요. 예를 들어, ‘나는 왜 남자인데 생리를 하지?’, ‘나는 왜 남자인데 가슴이 나오지?’, ‘나는 여자인데 왜 발기를 하지?’, ‘나는 여자인데 왜 가슴이 안 나오지?’, ‘나는 여자인데 왜 목소리가 점점 남자 같아지고 수염이 나지?’ 이런 혼란을 겪게 되는거에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영혼이 바뀌게 되면 이상해 하잖아요. 트랜스젠더는 평생 그렇게 사는 거에요. 그런 사람들한테 받아들여라.’, ‘너 이상하다.’ 이렇게 얘기할 수는 없는 거에요.

이렇게 내 몸을 못 받아들이니까 신체를 바꿔주는 수술을 하는 거에요. 수술을 해야만 바꿀 수 있는데, 그 수술이 목숨을 걸어야하는 일이고, 많은 돈이 드는 일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트렌스젠더가 성별을 바꾸려면 수술을 해야만 되요. 법적으로 성별 변경에 관한 특별법에 명시가 되어있어요. 이렇게 돈이 많이 들고 목숨도 걸어야 하는데 굳이 수술을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이성애 중심 사회이기 때문이에요. ‘너도 우리처럼 바꿔. 그럼 여자로 인정해줄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에요.

트랜스젠더는 동성애자보다 더 힘들어요. 동성애자들은 내가 말하고 다니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해요. 그래서 가족들도 인정하기가 조금 더 쉬워요. 가족들도 자기만 알고 주변에 얘기하지 않으면 되니까요. 그렇지만 트랜스젠더의 가족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티가 나기 때문이에요. 주변 사람들로부터 아들인줄 알았는데 딸이였어?’, ‘딸인줄 알았는데 아들이였어?’ 이런 소리를 듣게 되기 때문이죠.

제가 하고 싶은 중요한 일 중에 하나가 청소년 트랜스젠더를 위한 쉼터를 만드는 거에요. 트랜스젠더들은 가족들한테 내쳐지면 갈 곳이 없어요. 트렌스젠더는 취업하기도 어렵거든요.갈 곳이 없고, 일할 곳도 없으면 대부분 성매매를 하게 되요. 그래서 쉼터를 꼭 만들고 싶어요.

 

 

참가자 소감

 

- 동성애자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감독님 말씀을 듣고 다른게 없구나.’ 라고 생각했다. 재미있고 공감가는 것도 많았다. 재미있게 웃었고 편견 없이 들은 것 같다.

- 감독님 말씀 중에 이해를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인정하라.’는 이야기가 많이 와 닿았다.

- 김조광수 감독의 강의를 듣거나 영화를 보면서 항상 갖고 있던 궁금증이 풀렸고, 확실하게 다른 건 다르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친구를 조금 더 배려할 수 있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

- 아웃팅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그동안 친구들을 배려하지 못하고 아웃팅을 한 경우가 있었다. 내가 동성애자에 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많이 모르는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

- ‘트랜스젠더 동성애자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고 전에는 내가 동성애자를 이해는 하지만 인정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오늘 내가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를 이해도 못하고 인정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우리 집안은 독실한 천주교다. 그런데 천주교에서 동성애자에 대해서 왜 비판적인가 이해를 못해왔다. 또 예전에 남자아이처럼 하고 다니기도 하고, 잠시 여자 친구를 좋아하기도 해서 내가 동성애자가 아닐까?’ 고민도 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지속적으로 끌려야지 동성애자라고 말씀하셔서 이제 고민을 안 하게 될 것 같다.

- 오늘 게이를 처음 봤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또래 친구들보다 개방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님의 말씀에서 지금까지 동성애자를 못 봤다면 반성하라고 한 말씀이 나에게 하시는 말 같아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다.

-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감독님 말씀을 통해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다르긴 하구나 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물론 인정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인정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글. 교육사업팀 양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