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사랑하기 : 욕망인가, 사랑인가?_이인

 

 

제대로 사랑하기 : 욕망인가, 사랑인가?

 

 

 

 

11월 첫 주 목요일 저녁, 아하!센터에서는 이인 작가님을 만나 제대로 사랑하기 : 욕망인가, 사랑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최근 발간된 도서 사랑할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에 담긴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셨습니다. 강의내용 중 일부를 옮깁니다.

 

반갑습니다. 그런데 다 여성분만 계시고, 남성분은 없네요. 성교육, 성문화에 대해서 남성분들도 관심이 많을 텐데 왜 안 오는 걸까요? 다른 곳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는데, 남자는 늘 소수에요. 왜 남자들은 성에 대해 밝히면서도 공부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오늘 같이 나눠볼 얘기는 사랑에 대한 문제입니다. 오늘날 사랑이란 문화가 사회에서 어떻게 빚어지고 사람들이 휘둘리는지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우리의 사랑이란 것이 자유롭고 자연스런 숭고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감정이라 생각하는데, 현대 사회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날 사회는 내 옆에 애인이 없으면 엄청난 결핍감을 느낍니다. 결필감을 느끼도록 사회가 조장하기도 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이유를 살펴보면 알 수 없는 이유들이 붙어있습니다. 그걸 헤아려봐야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지요.

사랑이 종교랑 닮았어요. 종교의 좋은 점은 인간이란 존재가 세상을 살면서 힘들 때, 상처가 있을 때, 감싸줍니다. 당신의 고통의 의미를 물어보고 위로해주지요. 종교의 안타까운 점은 내게 상처주는 것을 직면하고 바꿔야 하는데, 잠깐만 위로해 준다는 거에요. 삶으로 돌아오면 다시 아프고 상처받게 되죠. 사랑도 그렇습니다. 종교를 만나 새 사람이 되듯, 사랑을 만나 새 사람이 되는 사람도 많습니다. ‘너의 사랑 덕에 새 사람이 됐어.’ 이런거죠.

현대인들의 마음에는 외로움이 회오리치지요. 외로움은 사회현상이 되었습니다. 한국사회는 이제 너만을 위해 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평소엔 속내를 못 내비칩니다. 못 믿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사랑하는 사람생기면 내 안의 모든 걸 다 꺼내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내 모든 얘기를 쏟아내죠. 사랑의 가치가 엄청 중요해졌습니다. 반면 요즘 젊은 세대는 한 것을 좋아합니다. ‘사랑해란 말이 오그라드는 시대죠.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 하면 서로 싫어할 걸요? 젊은이들은 그걸 세련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것은 싸늘한 것인데 말이에요. 너무 슬픈 현상이에요. 이 안에서 어떻게 욕망보다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사랑이 욕망에 속하겠지만 말입니다.

 

 

<질의응답>

 

Q. 작가님이 말씀하신대로라면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정체감이 확립되어있고, 존중하고, 배려하고, 아닌 건 확실히 아니라고 하는 확립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나요?

A. 제가 얘기한 것보다 훨씬 잘 알고 계시네요. 나 스스로 홀로서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기대고 매달리게 되면 한쪽이 지치게 되죠. 사랑하려면 나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진짜 어려운 일이에요.

 

Q. 도서 사랑할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속에 담긴 사랑할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 하나만 살짝 알려주세요.

A. 운명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면, 그 운명은 내가 만드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운명이라고 하고, 내가 만들어 가면 운명이 되는 것이죠. 내가 더 이상 감정노동을 하지 않을 때, 운명이 아니게 되는 것입니다. 운명은 하늘이 주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죠.

 

Q. 첫눈에 반한 경우를 운명이라고들 하는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A. 한눈에 반한 것은 환상일 경우가 많지 않나요? 인간은 환상의 존재입니다. 내 환상에 그 사람을 투영하는 거죠. ‘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남자 출연자가 여자 출연자에게 당신은 이런이런 사람이라 너무 좋다고 구애하는 거에요. 그랬더니 여자 출연자가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라며 손사래를 치는 겁니다. 자기 환상모형에 그 사람을 투사해서 본거죠.

환상에 둘러싸이면 현상을 있는 그대로 못 보게 됩니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고, 상처를 주고 받게 되죠. 인간이 환상에 싸여있으니 계속 싸우게 되는 거에요. 우리는 환상에 사로잡힌 존재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기는 어렵습니다. 매우 어려운 작업이죠.

 

Q. 그럼에도 사람들이 환상에서 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뭘까요? 환상에서 벗어날 때, 현실을 인식할 때, 내 욕망이 상대화될 때, 자유로 가는 길이 생긴다고 하셨잖아요. 환상을 걷어내고 현실을 직시했을 때 얻는 자유의 느낌이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A. 내 욕망자체가 내 것인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바라던 것을 얻고 나면 헛헛함을 느낍니다. 만족을 못하는 거죠. 내 욕망이 아니라 세상의 욕망이기 때문입니다.

나라는 존재는 나만의 욕망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그림을 그리는 것, 노래를 부르는 것, 춤추는 것, 글쓰는 것, 봉사하는 것 등이죠. 나만의 충동이 일 때, 내가 바라는 걸 했을 때 느끼는 짜릿함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그걸 경험해보면 타인의 욕망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죠.

 

Q. 오롯이 한 개인이 서면 사랑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나요? 사랑이 본능인가요? 사랑하면 너 없이 살 수 없다.’ 말하는 것이 욕망일까요, 사랑일까요?

A. 사랑은 본능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몸의 존재죠. 우리 몸은 혼자서는 건강하기 힘들어요. 타인과 어울려 살 때 더 건강할 수 있죠. 아이들에게 먹을 것만 주고, 예뻐하지 않으면 다 죽게 됩니다. 독거노인이 왜 죽게 될까요? 누군가 사랑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 고유의 특권이며, 영장류만이 할 수 있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환상의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워요.’ 라는 말은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이야기하죠. 관계의 끈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언어가 필요한데,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올 때는 그 말을 할 수 있어야하고, 때로는 상대를 기분좋게 하는 말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을 잘 하는 것도 재주라고 볼 수 있죠.

 

Q. 연애나 결혼에서 문제에 봉착했을 때, ‘화성에서 온 여자, 금성에서 온 남자이런 류의 것들을 많이 봅니다. 많은 연애 도서에서 말하는 방식의 설명이 통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사실 저는 그런 해결방식에서 벗어나고 싶거든요. 이런 악순환을 끊고 싶습니다.

A. 성역할이 구조처럼 잡혀있고, 이것에 자유로운 남녀가 드물죠. 연애에서도 뻔한 스토리, 각본이 반복됩니다. 나는 꼭두각시처럼 따라가게 되고, 그로부터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이러한 성각본, 연애각본에 영향받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연애하는 둘의 관계 안에서 이러한 것을 깨뜨리고자 노력할 때, 기존의 각본과 다른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겁니다.

 

 

누굴 사랑하게 될 때, 욕망하게 될 때, 그 사람을 가지고 싶어 하고 빨리 가까워지고 싶어 합니다. 때론 너를 내 호주머니 속에 넣고 다녔으면 좋겠어.’ 이런 말도 합니다. 그만큼 상대가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 불안하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광기에 취하게 되는 경우도 있구요. 이런 경우에는 그 사람을 통해 더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시작한 연애가 서로를 힘들게 하게 되겠죠. ‘열정이라고 생각하지만 광기가 되는, ‘열정열병이 되었다가 염병이 되는 상황인거죠.

사랑한다는 이유로 나도 모르게 욕망의 행동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걸 잘 다스려야해요. 내 안의 환상과 욕망을 있는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상대를 진짜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상대도 더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면 안되겠죠. 그 환상이 불태워지면 나는 잿더미가 됩니다. 내 삶이 잿더미가 된 후 한 숨을 쉬게 될 때, 거기서 다시 싹을 틔워야합니다. 지혜롭게 잘 사랑하시길, 행복과 자유를 일구며 사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글. 교육사업팀 양유경

 

 

* 강사 : 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