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하! 에는 어떤일이?/그곳에 아하가 있었다!

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_김조광수

 

 

 

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

 

 

 

 

10월 마지막 목요일 저녁, 아하!센터에서는 김조광수 감독을 만나 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최근 발간된 도서 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를 읽은 직후라서 그런지, 마치 감독님이 책 속에서 튀어나와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듯 했답니다. 강의내용 중 일부를 옮깁니다.

 

 

제가 청소년기에 느꼈던 감정들이나 생각들을 담아서 만든 단편영화 '사랑은 100'를 함께 보겠습니다. 제가 만든 영화를 보는 건 언제나 힘든 것 같아요. 잘 보셨어요?

십대 때, ‘나는 남자 육체에 관심이 많구나.’ 생각하고 왜 그럴까 선생님한테 물어봤는데, 그 때 호모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선생님한테 호모가 뭐예요?’ 라고 물었더니 전염병이라는 거예요. 너무 깜짝 놀랐어요.

혹시 선생님이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 상담기관에 전화를 했어요. 대면해서는 이야기를 못 하겠어서 전화로 같은 반 애를 좋아하게 됐고, 자꾸 남자 몸에 관심이 생긴다. 나는 뭔가요?’ 했는데, 그 분이 그러면 안 된다고, 또 병이라는 거예요. 고칠 수 있다는 거예요. 어떻게 고칠 수 있냐고 했더니 교회를 다니면 된다는 거예요. 나는 지금 성당을 다니고 있다니까, 성당가면 안되고 꼭 개신교여야 한다는 거예요. 상담사가 꼭 짚어서 말한 교회가 있었어요. 거길 다녔는데 거의 매일같이 하느님 살려주세요. 절 고쳐주세요.’ 기도했어요. 그런데 또 교회오빠를 좋아하게 된 거예요. ‘정말 많이 의지했는데 하느님은 고쳐주지 않고, 도리어 교회 오빠를 사랑하게 하느냐! 왜 이런 시련을 주실까!’ 이게 중3~1 때 였어요.

힘들었던 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교회 오빠한테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내가 이 병 고치지 않으면 평생 호모라는 소리 들으면서, 불행하게 살 것 같아서 공부도 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행복할 수 없다는 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15년이 지나서야 제 자신을 긍정할 수 있었어요.

여기 계신 분들한테 지나온 제 삶을 이야기 한 이유는 우선 누군가 내게 동성애에 대해 물어봤는데 모르신다면 모른다고 해야해요. 청소년들이 전 동성애자일까요?’하고 물으면 잘 모르겠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하면 되는데, ‘그러면 안돼.’ 혹은 어른되면 다 바뀌어.’ 라고 답하게 되면 안 바뀌는 사람도 있는데, 당사자는 괴롭거든요.

그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그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에게 연결해주는 거에요. 정체성 혼란 때문에 괴로운 것이라면 정신과 상담도 괜찮아요. 하지만 정체성을 알고 괴로워하는 것이라면 병원보다는 행복한 에너지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어요. 거듭 말씀 드리면, 모르면 모른다고 해라! 아는 사람에게 소개시켜 줘라!

 

 

<질의응답>

 

Q. 질문은 아니고 이야기 하고 싶은건데... 친구가 하나 있는데요, 그 친구가 굉장히 저를 좋아해요. 근데 자꾸 스킨십을 하는게 약한 성희롱, 성추행 같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얘가 혹시 날 좋아하나, 그냥 스킨십을 좋아하는건가 고민도 많이 하고, 굉장히 많이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만 보니까 아닌 거예요. 그래서 허무했어요.

A. 이성애자 사이에서도 그렇잖아요. 어떤 애가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성적인 스킨십을 심하게 하고, 나의 의사랑 상관없이 그러는 거는 성폭력이잖아요. 동성애의 경우에도 똑같은 거예요. 동성애자는 동성 성추행에 대해 관대할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절대 안 그렇죠. 싫어하는 사람이 만지면 얼마나 끔찍해요. ‘난 널 좋아하지만, 안 이랬으면 좋겠다.’ 라고 말해야 해요. 성폭력은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똑같이 처벌해야 하는 거죠.

 

Q. 게이란 거는 인신공격으로도 쓰이고, 장난으로도 놀리는데, 학생들 사이에서도 그런 게 일반적이에요. 학생이라고 동성애자가 없는 게 아닌 거잖아요. 그럴 땐 어떤 식으로 해야 하나요?

A.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거나 할 때는 이성애자 친구가 도와주는 게 좋아요. 동성애자 친구는 그러기 어려워요. ‘너도 동성애자지!’ 이럴까봐. 그런데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너는 동성애자니까 이렇게 도와줄게 이러지는 않아도 되는 거죠.

장애인의 경우에도 특별히 불편을 겪는 상황이 아닌데도 지나치게 도우려고 하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되려 왜 나를 불편하게 하느냐.’ 이렇게 되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만 해주면 되는데, 지나치게 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또 말씀드리지만 차별적이거나 편견에 의한 안 좋은 상황이 발생했을 땐 이성애자가 도와주는 게 좋은 거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엔 노무현 정부 말기에 차별금지법입법 예고 했다가,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가 들고 일어나서 제정이 안됐어요. 거기에 인종, 성별, 학력, 성적지향 등으로 차별하면 안된다는 것이 있었는데, 그거 때문에 난리가 난 거예요. 차별하지 말라는 법률 때문에 우리가 아무 말도 하면 안된단 말이냐 하면서. 차별해선 안된다는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법이 만들어지면 앞으로 의사표현도 마음대로 못 한단 말이냐 이렇게 된 거죠. 차별금지법 제정은 시급한 것 같아요.

 

Q. 동성애자랑 남성성, 여성성이 무슨 관련이 있는 건가요?

A. 모든 사람들에게는 남성성’, ‘여성성이 있어요. 그런데 이성애중심 사회에서는 성역할 수행을 강요하잖아요. 여자에게는 여성성만, 남자에게는 남성성만을 강요하죠. 이것은 게이, 레즈비언에게도 예외는 아니에요. 하지만 동성애자들은 조금 더 자유롭게 자신의 남성성, 여성성을 표현합니다. 때문에 게이들은 여자같은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이성성을 편하게 발현하는 것이죠. 물론,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감추기 위해 이성성이 발현되지 않도록 억누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희화화하는 거죠. 이건 여성성에 대한 비하라고 볼 수 있어요. 이른바 끼순이라고 하면서 게이들까지 여성성을 비하하는 거예요. 그 사람들은 동성애자이지만, 이성애자들의 잣대로 보고 싶은 거예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여성성을 드러내는 것을 자유롭게 살고 있구나.’ 하고 긍정적으로 봐줘야 하는데 안 그런거죠.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누구나 생물학적인 성을 넘어서 여성성과 남성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생물학적인 성에 따라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성역할 규범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다면 좋겠어요.

게이, 레즈비언으로 살면서 자신을 긍정하기 시작했다면, 자기가 갖고 있는 이성성을 발현하고 사는 게 훨씬 행복하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억지로 안그런 척 하는 것 보다는요. 저는 여성성 가진 게이들을 자꾸 영화에 나오게 할 거예요. 불편하니까 감추고, 드러내면 안된다고 하는 건 올바르지 않아요. 점점 불편하지 않게 됐으면 좋겠어요.

 

 

동성애가 예전처럼 금기시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내 주변에는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야기 들으면 너무 놀랍고, 그런 마음을 버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청소년들에게 동성애는 다를 바 없다. 단지 조금 불편한 거다.’ 라고 해주면 좋겠어요. 장애인 이야기 할 때도 그렇잖아요. 누군가 고민을 털어놓을 때 이성애 중심적인 사고에서 이성애자보다 조금 더 불편할 뿐이야.’ 그러면 더 편하지 않을까요.

제가 사회적으로 커밍아웃하고 제 자신을 드러내는 이유는 제가 어렸을 때 저 같은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을 거예요. ‘호모로 살기 힘들거야. 공부해서 뭐해.’ 이게 아니라, ‘호모면 어때!’ 하는 게 덜 힘들었을 거라는 거죠.

저는 저로 인해 청소년들이나 많은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걸로 됐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교육사업팀 양유경

 

 

* 강사 : 김조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