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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에는 어떤일이?/그곳에 아하가 있었다!

연애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연.인.캠프에 부쳐)

 

 


연애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 캠프에 부쳐

 

얼마 전, 유경 선생님으로부터 캠프 사진을 받았다. 가기 전에는 23일이 엄청 길 것 같았는데 막상 캠프는 눈 감고 뜨니 끝나 있었고 그 짧은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사후모임에서는 누구는 사귀는 사람이랑 헤어지기도 했고 누구는 캠프에서 만난 애랑 혹은 다른 애

 

랑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모두들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고 사진을 보며 캠프를 추억하게 되다니. 나 캠프에서 꽤 인기 있었는데, 으하하.

 

문득 처음 아하 센터에 와서 성교육을 시작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성교육에서 섹슈얼리티 교육으로 바뀌어야 하는 당위를 주장할 만큼 패기와 열정은 넘쳤지만 어떻게 10대를 만나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 왜 내가 변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그때의 습관을 버리지 못한 것이 여전히 10대에게 어떻게 연애하는지에 대해서 가르쳐야한다고 생각했었던 부분에서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연인 캠프 둘째 날 아침에 조별로 나눠서 연애에 대한 토론을 했었다. 우리 조는 여자친구 생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지를 받았다. 다들 말은 안 하고 그런 걸 어떻게 말로 해라는 표정이기에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가볍게 시작했다. ‘멋있다’, ‘나도 (그렇게 멋지게) 고백 받고 싶다’, ‘부담스럽다’, ‘불가능하다등등. 그래서 너희는? 너희는 어떻게 사귀기 시작했어?”라고 물어봤더니 생각 외로(!) 여러 가지 재미있는 경험담을 듣게 되었다.

 

시작은 연애 경험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친구였다.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는데요. 멀리 전학 간 거예요.”

이때까지만 해도 다들 이 친구의 절절한 짝사랑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안 되겠다 싶어서 그 친구네 집까지 가는 방법을 찾아봤어요. 버스 몇 번 환승하면 되더라구요.”

뭐라구? 찾아갔다구? 얘 생각보다 적극적이네?’

정말? 키위(이 친구의 애칭), 의외인데? 그래서? 만났어?”

. 고백했어요.”

이어지는 ’, ‘멋있다같은 환호성들. 이렇게 흥미진진한 인물이었다니!

그리고 아직도 사귀고 있어요.”

또 어떤 친구는

예전에 사귀었던 친구가 있는데요. 남자 둘, 여자 둘, 이렇게 4명이서 놀았어요. 근데 걔가 제가 맘에 든다는 거예요. 근데 전 걔 별로 안 좋아했거든요?”

설마 지금 사귀는 친구 이야기야?”

아니요, 그 전에요. 어쨌든 저 좋아한다길래 사귀긴 했어요.”

얜 또 뭐야. 이번에는 야유가 막 쏟아졌다.

, 너 정말 나쁘다. 뭐 그래?”

, 끝까지 좀 들어봐. 사귀긴 사귀었는데 별로 안 좋으니까 귀찮은 거예요. 문자 와도 답장도 별로 안 하고 만나자고 해도 안 만나고.”

그렇게 얼마나 사귀었어?”

한 한 달쯤?”

~ 오래도 사귀었네. 근데 안 좋은데 왜 그랬냐고! 너도 걔도 다 상처 아냐, 이 밉상아.”

, 그러니까 저도 좀 그래서 진지하게 이야기 했어요. 너 안 좋아하는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다시 쏟아지는 야유들.

그러게 처음부터 거절할 것이지. 근데 왜 사귄 거야? 안 좋아했다면서?”

그냥, 연애하면 좋잖아요. 어쨌든 그때 이후로 안 좋아하면 안 사귀어요.”

지금 사귀는 친구는 정말 좋아하는 거 맞지? 너 그렇게 사람 마음 가지고 놀지 마라~”

, 진짜! 얘는 정말 좋아한다니까.”

그리고 우리 조에는 곧 고무신이 되는 친구도 있었다.

선생님도 알다시피 제가 남자친구랑 오래 사귀었잖아요.”

, 헤어져. 뭘 기다려.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냐, 수절하게.”

왜 자꾸 그러세요~ 암튼 옛날에 얘랑 싸웠는데 말하기 싫은 거예요. 짜증나서 연락도 안 받고 제 친구 만나서 피자 먹으면서 싸운 이야기 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아 진짜.”

그러고 헤어졌구나?”

아니요. 갑자기 가게문이 열리는데 걔가 딱 들어온 거예요. . 그때 진짜 당황했어요.”

설마 시내 다 뒤진 거야? 대박!”

너희 그거 알아? 스마트폰에 몰래 앱 설치해 놓으면 위치 추적 되는 거. 그걸 깔아 놓은 거예요. 완전 어이없죠? 연락 안 된다고 위치 추적해서 저 찾아온 거예요.”

맙소사, 연애도 이상하게 스마트해지네. ‘오빠 믿지?’라는 어플이 있는 건 알았는데 진짜 쓰는 사람이 있구나

, 땀나. 혹시 다른 친구도 그런 경험 있어? 아니, 대체 왜 못 믿는 거야?”

그런 어플도 있어요. 몰래 깔아놓고 특정 단어 지정해 두면 그 문자가 다 지정해 놓은 사람한테 가는 거요. 그래서 일부러 ㅋㅋㅋ같은 거 설정하면 웬만한 문자 다 볼 수 있어요.”

이쯤 되니 멘붕, 또 멘붕. 대체 그런 건 왜 하는 거지? 집착도 이런 집착이 없다. 실시간 감시라니.

너희 중에도 그런 어플 쓰는 사람 있어? 아니, 대체 왜 못 믿어?”

분위기 때문인지 자기가 써본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이런 일을 당한 친구는 여럿이었다.

얘들아, 왜 그런 어플 쓰는 것 같아?”

못 믿는 것 같아요.”

이유랑 상관 없이 기분 나빠요. 지가 뭔데.”

그럼 이런 상황에서 사귀는 친구랑 어떻게 이야기 해? 막 헤어져?”

일단 열 받으니까 더 싸워요.”

별로 안 좋아하거나 사귄지 얼마 안 됐으면요, 그냥 헤어지구요. 걔랑 계속 사귈 거면 말해요. 기분 나쁘다고.”

근데 상대방을 그렇게 못 믿는데 어떻게 사귀어? 맨날 붙어 다닐 수도 없잖아. 넌 걔랑 왜 계속 사귀고 있어?”

엄청 싸웠죠. 근데 화해했어요. 다시 그러면 정말 헤어지려고 하는데요, 어쩔 땐 좋아하니까 그런 거라고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근데 금방 바뀌진 않는 것 같아요.”

하긴 말 한 마디나 한 번의 경험으로 바뀌지 않는 게 사람이니까. 헤어진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 되는 것도 아니고. 너희도 이해와 갈등 속에서 줄다리기 하고 있구나.

 

그러니까 아이들은 이미 연애를 잘 하고 있었다. 굳이 내가 가르치거나 알려줄 필요도 없이 이미 각자의 경험으로 정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방의 눈에 들 수 있는지, 왜 연애만 한다고 능사가 아닌지, 연애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다만 그것을 거창한 말로 잘 설명하지 못하거나 안 했을 뿐이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지리멸렬한 지난 연애들에 지쳐 누군가를 좋아할 때 느낄 수 있는 설레임과 긴장, 행복함에 대해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누군들 안 그렇겠냐만은 나야말로 연애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었던 건 아닌지, 연애를 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쪽이야 말로 내가 아니었는지, 내게 필요한 것이 정말로 연애였는지

이렇게 선생이라고 있는 나야말로 연애에 대해서 배우고 있었던 함정에도 불구하고 연애가 당연히 해야만 하는 과제가 아니라 즐거운 인생의 경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던 것 같다. 사후 모임에서 다시 만났을 때 많은 아이들이 헤어졌다고도 하고 새로운 누군가를 만났다고 하던데 연인 캠프에서 만난 모두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따르면서도 관계에서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는 즐거운 연..이니까!

 

 

 

 

글 : 성교육 자원활동가 백목련

사진 :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