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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문화에서 성을 찾아내다

[영화] '언러브드'

작성일 : 06-07-04 11:52     
[영화] 언러브드
글쓴이 : 아하지기  조회 : 419  
 

<사랑받지 못하는 고독한 인생들... “ 언러브드”> 

여름 방학이 다가오고있다. 매년 그렇듯이 엄청난 제작비와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블록 버스터들이 극장가마다 쏟아지고 있다. 엑스맨, 슈퍼맨 등의 헐리웃의 영웅들은 벌써부터 멀티플렉스의 수백 여 개 스크린을 차지하고서  우리 청소년들에게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 물론 그 서스펜스와 익스트림의 유쾌 통쾌한 재미를 부정할 수는 없으나 그저 숫자 경쟁으로 끝날 치열한 여름철 흥행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서울 도심 속의 한 전통 깊은 극장에는 두 달째 홀로 외롭게 관객을 부르는 영화 한 편이 있다. 제목은 “언러브드”.. 사랑받지 못한다는 뜻으로 해석될까? 

“언러브드”... 제목만으로 관객들의 대중적 호감을 끌어내기에는 어딘가 부족해보인다. 게다가 이 일본 영화 “언러브드”는 2003년 깐느 영화제에서 비평가 상을 수상하며 평론가들의 격찬을 받았다고 한다. 대체로 평론가들의 상을 받은 작품은 대중적이지 못하다고 하지 않든가. 이른 바 배고픈 예술 영화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러브드” 는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것이 과연 가능할 수 있는지를 빼어난 구성과 치밀하게 계산된 영상, 정교하게 다듬어진 대사로 표현해내어 일반 관객들의 가슴 속 깊이까지 파고든 영화다.   

일본의 시청 하급 공무원인 미츠코는 어느 날 잘나가는 유능한 벤처 사업가인 가츠노의 구애를 받는다. 그러나 가츠노가 자신의 취향만을 요구하자 자신의 삶의 방식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의 사랑을 완강히 거절한다. 오히려 구차한 자신의 방식으로 들어오라고 요구하가까지 하는 미cm코의 당당한 모습은 이전의 신데렐라 컴플렉스를 완전히 극복하는 듯해 멋있게까지 보인다. 그러나 아래층에 사는 제2의 남자인 시모카와(가츠노와는 모든 면에서 대조를 이룬다)를 그녀의 삶 속에 끌어들이면서부터 미쯔코의 언행에서는 가츠노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 된다. 오히려 전혀 상대가 들어올 틈을 주지 않고 자기주장만을 또박또박하는 양보 없는 사랑은 세상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보수성의 극한을 느끼게도 한다. 시모카와는 결국 예전의 미츠코가 가츠노에게 했던 것처럼 참지 못하고 그녀를 버리고 떠난다. 껍질만을 보호하려는 삶의 방식을 발전시키지 못한 채 그 안에 갇혀버린 미츠코는 어느새 당당함을 잃고 처절하게 무너지고 마는데, 결국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속에 갇힌 채 철저하게 자신을 통제하고 정당화 하느라 급급해하는 고독한 인생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란, 논리로 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결말부분에서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 고민하던 시모카와가 문득 올려다본 환한 구름에 찰나적 영감이라도 받은 듯, 미쯔코에게로 달려가 외친다. “이제부터는 내가 너를 선택할거야. ” 이 장면은 비약이지만 한편 그 비약에 깊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결국 사랑이란 해답이 없고 마음 깊은 곳에서 샘솟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의 마주 잡은 두 손의 떨림이 장엄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 영화에서는 인상적인 손의 모습이 세 번 나온다. 영화의 첫 부분에서 미쯔코가 세상을 향해 내미는 머뭇거리는 한손, 냉장고 문을 열려는 미쯔코와 가츠오의 포갠 손, 그리고 시모카와와 마주 잡은 두 손. 이 세 영상은 감독의 메시지를 함축해서 보여준다. 그러나 어차피 영화는 각자 보는 이들의 몫이다. 꼭 명확한 결론을 내리고 파악하기보다 세 사람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며 느끼다보면 어느 새 우리는 마음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그럼에도 영화“언러브드”는 우리에게 몇 가지 물음을 던져준다. 과연 물질 만능의 이 시대에 가츠오가 제안하는 풍요로운 세상을 과감히 거부한 여성이 있을 까? 또한 가츠노의 상류생활을 거부한 미츠코의 행동이 현실적으로 신데렐 콤플렉스를 극복한 당당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까? 어찌보면 자기만의 폐쇄적 세계를 집착하는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 일 수 있다. 이는 그녀가 가츠오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시모카를 자기식의 생활방식에 편입시키려는 모습에서 두드러진다. 또한 물질적으로 속물화된 현대사회 속에서 자기의 개성적 삶을 지키려는 그녀의 태도는 새로운 삶의 모습으로 높이 평가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과의 연대와 공유를 통해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점에서 결국은 모든 이들에게 소외되는 가혹한 삶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미해결의 영역에도 불구하고, 영화“언러브드”는 그것이 상상적인 인물이든 , 현실적인 인물이든 고독한 현대사회 속에서 사랑의 소통 방식을 진지하게 파고든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기억 속에 깊이 아로새길 만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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