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하! 에는 어떤일이?/그곳에 아하가 있었다!

자원활동가 역량강화 워크숍

작성일 : 09-09-30 10:41             
자원활동가 역량강화 워크숍
글쓴이 : 아하지기 (59.15.196.148)  조회 : 267  


9월 26일 자원활동가 역량강화를 위한 ‘아하!’의 알찬 자원활동가 워크숍이 있었습니다. 1부는 미술치료로, 2부는 성소수자 진보포럼 참가로 진행되었습니다. 

대중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을 뿐, 미술치료를 직접 받아보는 것은 처음이라 기대가 많이 되었습니다. 자신을 나타내는 나만의 애칭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두 줄로 원을 만들어 짝을 바꿔가며 눈으로 대화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서로 아는 사이인데도 눈을 마주치는 것이 어색하고 민망함에 자꾸 웃음이 나왔습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들께 반가움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 바빴는데, 나중에 미술치료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상대의 마음을 읽고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직접 소리를 내어 대화하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 보다는 내 위주로 이야기 하고 판단하지 않았나, 하고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미술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음악에 집중하며 떠오르는 장면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막연한 느낌과 감정들이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 점점 뚜렷해지는 것이 신기했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크레파스의 촉감과 특유의 향기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각자 완성된 그림을 펼쳐놓으니 비슷한 색감과 내용의 그림들이 많아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그림을 하나씩 선택해서 그림에 대한 느낌이나 추가하고 싶은 내용을 그림으로 담았습니다. 편지에 답장을 쓰듯, 그림을 보며 그린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림으로 답했습니다. 자신의 그림과 답한 그림에 대한 생각들을 공유하면서, 내가 갖고 있는 고민이나 감정들이 다른 사람의 그림에 투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러면서 현재의 내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상대방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림으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미술치료 활동이 끝난 후, 장소를 옮겨 포럼에 참가했습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 주최하는 성소수자 진보포럼은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여섯 활동가에게 듣는 성소수자 운동과의 연대』제목으로 열렸습니다. 청소년, 인권, 보건의료(에이즈), 종교(기독교), 이주노동 영역에서의 활동가들이 성소수자 운동과의 연대경험을 나누면서 연대활동의 방향과 원칙을 고민하는 자리였습니다. 연대라는 주제로 열리는 포럼도 드물지만, 여섯 분야의 조합이 참 당연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연대의 지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연대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러 활동가들로부터 연대 경험을 들으면서 연대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고, 특히 청소년 운동과 성소수자 운동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들 간에도 연대하지 못하는 상황을 목격할 때마다 연대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했고, 그러면서도 연대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곤 했습니다. 이번 포럼을 통해 외부인의 시선으로 왜 연대를 못하냐고 비판만 했지, 활동가로서 연대의 방향과 전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저 자신을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인권운동이 차별과 억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소수자가 존중 받는 세상을 꿈꾸면서도, 자신들의 문제에만 몰두한 채 다른 소수성을 무시하고 억압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억압에 분노하면서도 그것을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내 안의 소수성을 발견하는 것이 다른 소수자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무조건적으로 이끄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민감해질 수 있는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성교육 자원 활동가로서 청소년을 만나면서, 아이들이 자신과 타인의 소수성에 대한 감수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아하!를 다녀오면 언제나 생각거리를 잔뜩 짊어지고 돌아오게 됩니다. 무겁지만 즐거운 고민들. 오늘부터 어떠한 내용과 방법으로 성소수자에 대해, 그리고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많은 소수자들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열심히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항상 바쁘신데도 자원활동가들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아하!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쌤들이 최고에요!!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성교육자원활동가 조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