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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조금은 딱딱한... 칼럼!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10대들의 성이야기

작성일 : 11-03-31 17:00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10대들의 성이야기
글쓴이 : 아하지기 (124.62.1.6)  조회 : 537  

딱 아는 만큼 해결할 수 있다!

학교 안팎의 크고 작은 사건들, 어떻게 대처하나?

아하! 성교육 교사회에서는 2010년 한 해 동안 성과 관련되어 각 학교에서 발생한 사건과 대응책을 함께 의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 학교별로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여러 가지 성 관련 사건들이 발생했으며 이에 대한 대응책 또한 다양하게 제시되었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남녀 공학에서 사춘기의 여학생과 남학생 커플이 애정 표현을 하다가 선생님들께 발견되어 처벌을 받거나, 중학교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성 관련 얘기를 하면서 야동을 보내는 등, 같은 또래끼리 학교 안에서 발생한 사건들부터, 중학교 여학생이 채팅으로 만난 남자와 하는 성매매, 엄마 없이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여고생이 친부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등 학교 밖에서 일어난 심각한 사건들까지 다양했습니다. 

당사자만 없으면 끝?

비슷한 사건이라도 대응하는 학교나 교사의 반응은 매우 다양했는데, 대체로 해당 학생의 징계나 전학, 자퇴 등이 많았습니다. 즉, 우리 학교에 그 학생이 있었기에 사건이 발생하였고 학생이 전학을 가면 학생과 함께 그 사건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발생하는 어떤 사건이든 성과 관련된 얘기들은 다른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따라서 당사자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도 정확하고 올바른 내용의 성 교육이 필요합니다. 

전학이나 자퇴를 가더라도, 가기 전에 해당 학생이 성 인식을 다시 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의 전문적 성교육을 받도록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교사들도 혼란스럽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발생한 문제를 단지 아이들의 변화하는 성문화 중에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심각한 성 문제로 비화해야 하는 지에 대해 교사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이에 따라 대책도 각기 다르게 제시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이 경우에는 교사들이 우선 성숙한 성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와 동시에 10대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이 필요합니다. 만약 정확히 문제점을 인식하기가 어렵다면 가까운 성문화센터 등에 문의해서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 할 수 있다는 논리

학교 현장은 사회의 다른 분야에 비해 가장 변화가 늦고 안정을 지향하는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이성 교제가 법으로 금해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이성 교제를 하면 공부에 방해가 된다, 성(性) 행동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 한꺼번에 다 할 수 있다는 식의 사고로 청소년 시기의 성과 사랑을 억누르거나 무시하도록 은근히 권유하고 있습니다. 

성과 관련된 사건이나 상황을 또래 간에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닌,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로 치부하게 되면, 이번 사건 종결 후 단지 어른들의 눈을 피하는 또 다른 비슷한 사건들이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청소년 시기의 성과 사랑

남녀공학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커플 간의 애정 표현은 학생들 생각에 자신들만 재수 없이 걸려서 억울한 것이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너무 드러나게 사랑의 표현을 하는 것에 대해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커플이 아닌 다른 친구들의 입장은 생각해봤는지 등 객관적 입장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듯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10대를 성적주체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선택한 행동에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성적결정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딱 아는 만큼 해결할 수 있다.’

또 하나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면 합리적인 해결법을 찾기보다는 외부에 알리지 않고 쉬쉬하면서 학교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러나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우 둘 다 집중적인 치료와 상담이 필요하며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전학 보내는 것 뿐 아니라 주위의 다른 학생들에게도 좀 더 집중적인 성 교육이 필요합니다. 

학교 밖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경우에도 청소년들이 성적 행동에 매달리게 되거나 피해자가 되는 경우 좀 더 깊은 사랑과 관심으로 보살펴야 합니다. 성(性)과 관련된 사건과 사고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며, 가족이 가진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인 성(性)으로 불거졌을 뿐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가족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위탁기관을 알아보고 상담 지원을 하는 등의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영원한 인생의 패배자가 되지 않도록 다시 설 수 있는 따뜻한 용기와 관심을 주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일반 교사들의 성(性) 인식 수준을 높이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합니다. ‘딱 아는 만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서울과학고 최규영 선생님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성교육교사회 전(前)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