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하! 성(Sexuality)을 읽다./조금은 딱딱한... 칼럼!

"발칙한" 십대들, 섹스를 말하다.

작성일 : 11-07-05 20:41             
"발칙한" 십대들, 섹스를 말하다.
글쓴이 : 아하지기 (119.196.214.222)  조회 : 581  

지난 10년간 아하센터는 십대가 성적 존재임을 알리고, 십대 스스로 자신들의 성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청소년 성문화 축제, 청소년 성 이야기 작품 공모전, 청소년 성문화 캠프 등을 진행해 왔다. 이렇게 축적된 노하우를 발판 삼아 올해는 십대 내 섹슈얼리티 담론을 공론화시키고자 ‘10주년 기념 청소년 성문화 열린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의 핵심은 토론 주제를 정하는 일이었다. 십대들은 ‘성’과 관련해서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을까?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이러한 고민으로 시작한 첫 기획 회의에서는 ‘성 관계, 십대 임신, 사이버 포르노, 공공장소 스킨십, 십대에게 제한된 성 정보 접근성, 성 상품화, 관계 지향적 섹슈얼리티, 청소년의 놀 권리’와 같이 다양한 주제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 이후 체험관 성교육과 쪽지 질문, 아하! 청소년 성 문화 연구조사 결과에 근거하여 최근 십대가 성 관계에 대해 고민하거나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2012년, 십대 섹스 금지법안이 국회에 상정된다면?!’이라는 가상의 이야기를 토론 주제로 설정하였다.

아하센터는 그 동안 십대와 성 행동, 성적 의사결정에 대한 이야기를 풀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처럼 섹스를 전면에 내걸고 진행한 것은 처음이었다. 홍보를 하면서도 섹스를 주제로 하는 토론회에 얼마나 많은 십대가 올지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전체 토론

일부 교사나 학부모들은 ‘아이들 생활기록부에 섹스에 대한 얘기를 하는 토론회에 참여했다는 기록이 남으면 대학입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애가 왜 섹스에 대해 고민하고 글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애는 섹스 같은 것 하지 않는다.’, ‘주제가 난감해서 학생들에게 추천하지를 못하겠다.’와 같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에 십대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다며 참관하고 싶다고 문의하는 지도자들도 꽤 많았다. 이러던 와중에, 마감일이 다가오니 아이들의 뜨거운 반응이 몰려왔다. 너무 많은 신청서가 들어와서 토론 진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였다. 토론문은 많이 미흡했지만 섹스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이 담겨 있었다. 토론회 당일 현장에서는 십대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대학생 기획단이 길잡이(사회자)와 서기로 참여하고, 실무자를 비롯한 모든 성인의 참관을 배제하고 진행했다. 

시간부족이나 초기 기획의 한계로 마음껏 자신들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지만, 110명의 청소년이 한자리에 모여 십대가 섹스할 권리에 대해 이야기 나눈 것만으로도 이번 토론회는 큰 의미를 가진다. 110명의 청소년이 마이크를 잡고, 쉴 새 없이 ‘섹스’를 언급하며 자기 주장을 하는 것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니 말이다. 체험관 교육에서처럼 섹스와 관련한 자기고민을 드러내거나 체화된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대한민국 십대의 ‘성(性)’에 대한 견해를 스스로의 입으로 담론화시켰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십대들은 성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이다. 아하센터는 앞으로도 이렇게 십대가 주체가 되어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토론회는 기획 단계부터 십대와 함께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아하센터 내의 성문화 동아리 회원들과 토론 주제를 정하는 것부터 행사 진행까지 함께 한다면 좀 더 진솔한 십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섹스에 대한 자기 고민을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청소년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참여 창구도 다원화해야겠다.

분과 토론

십대가 섹스에 대해 공식적으로 말할 수 있는 장을 제공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충분히 즐거워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섹스라는 단어를 이렇게 많이 얘기하고 들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청소년이 주체가 되는 이런 취지의 행사들이 많아질수록 청소년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청소년들이 이렇게 성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마음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문데, 여러 청소년들과 함께 다양한 성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와 같은 소감을 남겼다. 

성인의 눈으로 바라본 십대의 섹슈얼리티는 책이나 논문, 혹은 일상 생활 속에서 많이 접하게 된다. 하지만 십대 당사자의 언어로 된 섹슈얼리티는 쉽사리 만나볼 수가 없다. 아하센터는 십대의 말과 시선으로 섹슈얼리티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 갈 것이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교육사업팀 양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