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6-30 13:34
그많던 남자들 어디갔나
글쓴이 : 아하지기 (59.15.196.148) 조회 : 482
촛불집회를 참여하러 광장에 나가면 십대 여자들이 남자들 보다 더 많다. 작년 쇠고기 파동 때도 촛불소녀들이 등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 갔을 때도 여중, 여고생들을 비롯한 여성들이 많았다. 많은 것들이 여성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그 많던 남자들은 어디 갔나.
내가 일하는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는 남자 선생님이 최근 인턴으로 들어온 나와 또 한 분을 빼면 3명에 불과하다. 그것도 남자 실무자가 한 명 더 들어오기까지 3년 동안 단 한 분만이 일하고 계셨다고 했다. 이 곳에 일하시는 실무자 선생님들과 자원 활동가 선생님들을 모두 합치면 남자 선생님의 비율은 1/10 정도 된다.
성이라는 것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중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삶과 바로 직결되는 문제이고, 누구에게는 성이나, 젠더, 섹슈얼리티가 없고 누구에게는 특권처럼 주어지고 이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그렇더라도 중요하다. 그런데 다른 성문화센터에도 남자 활동가들이 우리 센터만큼 없다는 센터장님의 말씀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거나 연구 활동을 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여성이란다. 남자들이 성과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남성들이 더 많이 연구하고 다뤄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많은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남자들은 누군가를 책임져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것에 사로잡혀 있다고 본다. 한국사회가 지극히 가부장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책임지려고 한다면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런데 수입이 좋은 직업의 자리는 한계가 있고 그때부터 모든 것이 조금 더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한 경쟁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때 사람들은 자신의 ‘스펙’을 위한 일들만 하게 된다. 취직을 위해 한 시라도 빨리 더 많은 자격증을 따고 가방끈을 늘어뜨리는 일들이다. 아 여기 있었구나.
결과적으로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남자들은 함께 공존하거나 상생을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서 공공의 권익을 위해 투쟁하거나 하는 일들에 잘 참여하지 않게 된다. 여유가 없고 누군가와 뭔가를 나누기 보다는 내가 이겨서 모든 걸 차지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종류의 사회운동이나 행동은 시간이 많이 들고 효과가 자신에게 미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자연스레 뒤로 빠지게 된다.
전에 하자센터에서 인문학 강의를 들었었던 기억이 난다. “남자들이 무한 경쟁 사회를 겪으며 점점 쓸모없어지고 있다.”며 시작 된 이 강의는 돈 벌고, 술 마시고, 게임하는 것 밖에 모르는 남자들이 많아지고 있고, 남자들이 영화도 안 보러가고, 미술전을 보러가도 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문화교류나 이런 것들을 일체 안 하고, 그러면서 사회적 문화적 감수성이 떨어지고, 정보화 사회에서 요구하는 잡다하고 섬세한 업무능력,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쓸모없어 진다는 게 강의의 주된 내용이었다.
이렇듯 분석은 다양하게 할 수 있다. 남성들이 득세한 사회에서 남성들이 쓸모없어 지는 현상을 해결하려면 남성들은 왜 그렇게 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내가 제시하고 싶은 것은 가부장적인 인습들을 타파하고 양성평등적인 시각에서 사회를 보는 학습을 하고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양성평등은 아직까지 형식에 불과하고 여전히 가부장적인 문화들이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성폭행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던가, 가사노동이 여성의 전유물인양 표현되는 드라마나 광고, 슈퍼맘 신드롬, 동성애자(특히 게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차별당하거나, 남자다운 건 어떤 거고 여자다운 건 어떻다는 식의 편견이 자리 잡고 있는 것들이 그 예다.
나는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과 남자들의 쓸모없어짐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을 단순히 여성주의라서, 군 가산점 제를 반대한다고, 여성부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한다고, 남자들을 무시한다며 배척하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이해가 안 된다면 일단 그들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깊게 파헤쳐 보자. 내가 생물학적으로 남자임에도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페미니즘이 진정한 양성평등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식과 구색만 갖춰놓고 뭘 더 바라냐는 식의 생색보다는 타인의 의견을 듣고 자신이 어떻게 하고 있나 돌아볼 때라고 생각한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청소년운영위원 곽제규
동아일보 2009-05-27
盧전대통령 조문객 중 신세대 여성이 많은 이유
盧전대통령 조문객 중 신세대 여성이 많은 이유
'아하! 성(Sexuality)을 읽다. > 핫!! 핫한~잇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랑이 어떻게 쿨하니 (0) | 2011.12.21 |
|---|---|
| 한 달 천하! 네이키드 뉴스 (0) | 2011.12.21 |
| 장자연의 죽음을 애도하며 (0) | 2011.12.21 |
| 아동·청소년 성과 인권:지역사회 안전망 가동을 위한 실천 제안 (0) | 2011.12.21 |
| 십대 여성의 출산과 양육, 그 선택에 대한 존중 (0) | 2011.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