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가 발화한 지 2년이 되어가는 현재도 스쿨미투는 진행형이다. 최근 11월에도 스쿨미투가 일어났던 충청도의 한 학교에서 또다시 교사의 성희롱 발언과 추행이 드러났다고 한다. 2018년 3월부터 시작된 00여고 스쿨미투 이후부터 2019년 10월까지 스쿨미투가 나온 학교는 전국적으로 95개 학교에 달한다(‘정치하는 엄마들’ 누리집 참고).
스쿨미투 운동의 현상에서 보여지듯이 성차별과 성폭력적인 문화를 거부하고 저항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스쿨미투 운동은 학교 내 성차별·성폭력 문제를 드러내서 말하고, 사회적인 의제로 만들어 공적 영역의 논의를 이끌어냈다. 2019년 2월 스쿨미투는 UN의 아동권리위원회 본심의 의제로까지 선정되었다. 스쿨미투 당사자 청소년들이 UN회의에 참가해서 한국의 스쿨미투운동 상황을 발표하고 국제적 관심과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가 UN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한 『아동에 대한 성적 착취 및 성적 학대(#스쿨미투)에 관한 2차 NGO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가해행위에 대한 교원들의 인식 개선이 없으니, 피해 학생들에게 진정한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피해 학생들에게 사건 해결과정을 알려주지 않고 있어서 가해교원이 갑자기 나타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자신의 신변을 걱정하기도 한다. 학교에 복직한 교사의 경우, 제대로 된 교육이 이행되었는지도 알 수 없어서 교사가 보복할까봐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십대 청소년들은 학교가 형식적인 사안 처리에 급급하기 보다는 학교내 성차별·성폭력 문화를 성찰하고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가 만들어지기를 원한다.
성차별·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성희롱 가해 교원이 자기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학교 공동체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직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는 가해교원을 대상으로 재발방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여기에서 말하는 가해교원은 성희롱 사안으로 징계를 받고 다시 학교에 복귀하게 되는 교원이고, 형사처벌을 받은 성범죄 교원은 해당이 아님)
상담 초기에 성희롱 가해 교원들은 교사로서 명예가 실추된 것에 대한 수치심과 좌절과 의기소침, 반감, 두려움 등을 호소한다. 자신의 도덕성이 훼손된 것에 대해 두려워하면서 자신이 학생들을 도와주고 헌신적인 교원임을 드러내려고 노력한다. 그동안 가해 교원들이 학교 교사로서 취한 헌신성이나 성실한 직무 수행과 성희롱 언행과는 구분하도록 해야한다. 학교 직무가 아닌 성희롱 언행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받은 것이므로 이에 대한 감수성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성차별과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 동의 없는 신체접촉을 당하는 십대 여학생들이 느끼는 성적 불쾌감과 모욕감을 가해 교원들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성희롱 가해 교원들은 대체적으로 성역할 고정관념과 성차별 의식이 강한 편이어서 가해 교원들이 평소 사용하는 언어와 일상생활 등에 대해서 성인지적 감수성을 갖도록 피드백해 주어야 한다. 성역할 고정관념이 강한 가해 교원의 경우 여성에 대한 차별과 비하 의식으로 인해 여성을 쉽게 성적대상화하고 외모평가 하는 성희롱을 하게 되는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가해 교원들은 “학생들에게 칭찬이나 격려, 또는 생활 지도 차원으로 한 언행이 범죄라면 앞으로 학생 지도를 어떻게 해야하는가”라고 항변을 하기도 한다. 이는 본인들의 언행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무감각하고, 십대 여학생과 성인 남성 사이에 작동하는 나이와 성별 위계 권력의 작동에 대한 감수성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해 교원으로 하여금 학생과 교사 사이에 존재하는 연령 차이로 인한 위계와 교사라는 지위, 남성이라는 성별 권력으로 인해 성희롱이 발생하고 있음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즉 가해 교원들에게 학생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면서 나이와 지위, 성별 등으로 차별하지 않도록 하는 학생 인권 감수성 훈련이 필요하다.
또한 가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평소에 학생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학생들이 문제제기할 경우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미안하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겠다”고 할 수 있는 민주적인 의사소통 훈련이 포함되어야 한다. 상담을 종료하면서 한 교사는 “여학생들과 성평등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대하는 것을 자제하고, 먼저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물어보면서 경청할 것이다. 더불어 성평등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십대여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페미니즘을 공부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하여 향후 학생들과의 소통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스쿨미투운동에서 학생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신고해서 사건화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교사가 그 행동을 중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이 내놓은 스쿨미투 대응 매뉴얼 제도와 시스템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해 교원에 대한 징계와 신고 여부에만 집중하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성차별·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가해 교원에 대한 효과적인 재교육을 통해 재범을 방지하고 이들이 학교 공동체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직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
글.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박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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