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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에는 어떤일이?/2019 아하!뉴스

영등포 성매매집결지는 언제쯤 과거가 될 수 있을까?

"엄마는 이번 생이 너무 힘들었어.

정말 너무 피곤했어.

난 이 세상에 벌 받으려고 태어난 줄 알았어

사는 게 꼭 벌 받는 것 같았는데

너랑 3개월을 더 살아보니까

... 73개월을 위해서 내가 여태 살았구나...

싶더라.”

 

 WWW에 이어 2019년 대한민국 안방에 여성의 한 삶의 희노애락을 듬뿍 담아내고 있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동백이 엄마 정숙씨의 말이다. ‘남자 보는 눈이 지질이도 없어혼자된 엄마가 딸을 키우려고 전전긍긍 세상 안 가본 데 없이 돌아다니면서 만난 곳 술집 그리고 성매매 업소. 동백이가 엄마 따라 일터에서 함께 지내면서 그저 주어들은 단어 오빠’, ‘오빠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 시작하자 정숙씨는 동백이 입을 막고 격노하며 그 말 하지 말라고 다그치며 아무 대책 없이 거리에 나오고 다시 찾은 일터, 성매매 집결지. 이곳에서 빨래며 청소 뒷바라지를 하는 엄마를 따라 놀던 동백에게 성매매 언니들은 말한다. ‘니 엄마가 저렇게 일해서 돈 모으는 것보다는 동백이 네가 빨리 커서 돈 버는게 낫겠다. 20살만 되면 내가 취직 시켜줄게이 말을 들은 정숙씨는 뚜껑이 열리고 다짜고짜 짐 싸들고 아이와 길거리로 나선다. 아이를 키우는 혼자된 여성, 애하나 먹여 살리는 것조차 녹록치 않은 현실 거리에서 잠을 자는 노숙인 생활을 하게 되고 결국 아이의 먹거리와 교육을 위해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게 되는 상황.

 이 드라마가 과연 그야말로 그저 드라마일 뿐일까?

 이 드라마 속 현실이 과연 현실이 아닌 과거 그 옛날의 일일까?

 

 영등포에 위치한 청소년성교육성상담 전문기관인 아하센터 활동가로서, 영등포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양육자의 위치에서 깊은 반성과 고민을 담아 이런 질문을 해본다.

 

 첫 번째 질문 : 동백엄마 정숙씨의 말처럼 이 세상에 벌 받으려고 태어난 줄 알았고 하루하루 사는게 꼭 벌 받는 거 같은 삶들이 지금, 여기, 우리 곁에는 과연 없을까? 내 삶이 그렇지 않으니 좋은 것만 보고 감사하며 오늘을 살기위해 눈 질끈 감아도 되는 것인가?

 두 번째 질문 : 영등포 신세계 뒷골목을 지나치면서 마주하게 되는 아이들의 질문 엄마 저기는 뭐하는 데야? 왜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거야?” 아이들의 질문에 당황하며 그저 얼버무리고 우리아이만 이 순간에 안보면 그만이지 하고 후다닥 지나쳐온 경험은 없는가?

 세 번째 질문 : 내가 활동하며 사고있는 지역 반경에서 1킬로만 떨어져도 보이지 않는 도시 숲속 마치 딴 세계처럼 존재하는 사람들처럼 구분 짓고 보지 않으려는 문화는 무엇에 기인하는가? 우리, 방 안의 코끼리 누구도 코끼리를 보지 않은 척, 누구나 알고 있지만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무거운 문제, 과연 성매매집결지만일까?

영등포안 코끼리.pdf
1.39MB

 영등포가 지향하는 탁트인 미래는 어떠한 미래를 그리는 것일까? 영등포구청 공감청원 1호인 성매매집결지 폐쇄에 대한 영등포 구청장님의 답변을 복기해 본다. 곧 탁트인 영등포가 전개될 듯하다. 영등포역 앞 그 복잡하던 거리도 말끔하게 정리가 되었으니 말이다.

성매매집결지 일대는 도시재생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여 주변 환경을 개선할 것입니다. 또한, 도시계획을 통한 정비와 함께 성매매 근절을 위한 활동을 병행해 나갈 것입니다.

성매매집결지로 인한 지역 이미지 회복을 위해 그동안 관계기관과 다각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장기간에 걸친 도시계획에 의해 성매매집결지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영등포구 또한 지난 2010년 서울시 도시주거 환경정비계획에 따라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지난해 경제기반형 도시재생활성화 구역으로 선정되어 변화의 과정에 접어들었습니다.

 

먼저, 인접한 대선제분부지를 문화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지난 116일 재생사업 선포식을 가졌습니다. 산업유산의 특성을 살린 단계별 리모델링을 통해 차별화된 전시,문화, 상업 시설로 새롭게 선보일 것입니다. 또 바로 앞에 위치한 GS 주차장 부지에도 청년들의 주거와 일자리를 만드는 청년희망 복합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주변 환경이 하나 둘 변화되면 성매매집결지의 입지는 상당히 좁아질 것입니다. 또한, 도시계획을 통한 정비와 함께 성매매근절을 위한 활동도 병행해 나갈 것입니다.

최근에는 구청과 경찰서, 소방서, 세무서 등 지역 내 공공기관 등과 손잡고 성매매집결지 개선 T/F팀을 구성하여 본격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또한, 여성가족부와 서울시 등과도 긴밀한 연대와 협력관계를 유지하여 문제 해결에 전력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학부모들과 얘기를 하다가 이런 말들이 오갔다. “ 성매매집결지가 없어지는 거야 너무도 당연한 일, 그런데 왜 안 없어지는지 모르겠어. 그 문제제기한 지가 언제인데 당국 의지가 없는 거죠 의지.. ” “ 근데 성매매 집결지만 없어지면 뭐하나. 왜 그 역 주변 우리 학교 바로 옆에도 오피스텔 많잖아요. 그 많은 오피스텔이 성매매장소라던데. 알 사람은 다 안다잖아요. ”

 

 또 다시 질문을 한다. 당국의 의지에 대해서. 성매매집결지의 입지는 상당히 좁아질 것이다. 성매매집결지 개선(폐지가 아니고?)을 위해 전력을 다하시겠다는 이중적이 메시지에 담긴 함의는 무엇일까요? 도시계획을 통한 정비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무엇인지? T.F.T의 본격 활동 속에 지역주민 참여의 힘을 어떻게 모으고 있는지? 성매매 근절을 위한 활동의 중장기적 비젼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알고 싶다.

 

 성매매집결지를 부수고 성매매 근절 문화를 만들고는 결코 순차적인 문제가 아니다.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구청장님의 답변에는 선언적인 의지가 담겨 있을 뿐 (물론 이전 구청장님들은 이마저도 없었으니 많이 반겨야 할 일입니다) 집결지를 폐쇄하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이 보이질 않는다. 뿐만 아니라 성매매근절 문화를 만든다는 것은 탁트인 영등포의 미래상일터인데 즉 귀를 닫는 구민, 학부모, 눈을 감춰서 보지 못한 청소년들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집결지가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 걸까? 아는 것을 넘어 성매매라는 사회적 현상이 현행법상 불법이고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인권의 유린의 현실, 상업적인 거대 자본에 의해 착취당하고 성건강에 위협받으며 목숨까지도 담보하며 생존을 하고 있는 현장, 어쩌면 성매매를 인간 역사 이래 어느 사회에나 있었다는 정당화의 말들이 이 그늘을 방치하고 있으며 나중에” “ 돈벌기 위한 여성들의 자발적 선택” “일부 문란한 여성들의 문제” “ 격리 하고 보지 말아야 할 섬으로 가둬버린 것은 아닐까?

 바로 우리 마을, 내가 살고 있고 내가 일하고 있는 마을 1킬로미터 반경 안에 있는데 말이다.

 

 마을 주민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알고 보면 우리 사회의 성매매는 그나마 가시화 되어 있는 집결지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스마트폰 랜덤채팅을 통한 성매매, 성매매 알선 광고 포털 싸이트 운영, 아동포르노, 불법촬영물을 사고파는 다크웹등 거대한 성산업의 카르텔이 보인다. 이 어렵고 어려운, 거대한 악의 성산업에 대응하여 우리 마을 주민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내 생활에서 조금만 눈을 뜨면 보이는 것에서부터 아무리 애를 써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네트워크들 .. 우선, 보이는 것, 보이게 하는 것, 보고 나니 불편한 것들부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마을 반상회,마을 학부모회, 마을교사, 마을해설사, 성평등 활동가들부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보고 싶은 것과 보고 싶지 않은 것들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보이는 것!! 알면 보이는 것!! 보이면 할 수 있는 것!!

 

 1. 출근길에 또는 주말 한강공원 산책 가는 길에 흩뿌려진 성매매 유인 전단들, 왜 온통 벗은 몸의 여성들 사진을 영등포 주민은 일상에서 보고 살아야 하는가?

 2. 영등포 마을 주민은 일요일이나 토요일 아침 조조영화를 보기위해 부시시한 차림으로도 타임스퀘어를 찾는다. 일상 속에서 지나치게 되는 성매매 집결지 돌아가거나, 과속으로 아이가 보지 않도록 속도를 내거나 안 보려 하거나 눈을 가린다고 있는 것이 없는 것이 되는 걸까? 마을 주민이 함께 직면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적으로 찾아보면 어떨까?

 3.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휘황찬란한 상가 간판들 분명 일상생활의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 하는 공간은 아닌데 특별하게 불켜진 전등들.. 성매매 가능 업소들은 우리 마을에 얼마나 있는 것일까?

 4.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상업과 교통중심지로서 영등포 마을의 명암을 제대로 알게 하자. 성매매 집결지 전환은 불도저로 모두 부수고 갈아 업는 건설행정(그렇게라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전에 성매매 제대로 알기 홍보와 교육활동에 대한 계획이 집결지 전환 프로젝트에 중요하게 들어가야 할 것이다.

 

 영등포에 위치한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는 반성매매운동을 하는 다시함께 센터와 지역주민과 손잡고 2020년 성매매집결지를 과거로 돌리는 일에 함께 하고자 한다.

 

글. 이명화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