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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십대의 물결/아하! 청소년 활동

퍼포먼스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면서

작성일 : 10-07-01 16:38             
퍼포먼스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면서
글쓴이 : 아하지기 (59.15.196.148)  조회 : 193  


2010년 어느 봄날이었다. 아하 센터에서 퍼포먼스 동아리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중학교 CA반 한번 맡아 볼래?”라는 제안을 받았다. 새로운 일이라면 경험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인 나였지만 바로 거절하였다. 

이유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퍼포먼스’라는 주제 자체가 나에게는 부담 자체였다. 사실 이 단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주위의 친구들에게 내가 퍼포먼스 동아리 출신이라고 말하면 “연극?”하는 반문을 듣기 일쑤였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센터의 한 캠프에 참여하면서 몸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다채로운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놀라움과 함께 퍼포먼스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 내성적이고 주위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였기 때문에 처음 무대에 서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그 때엔 퍼포먼스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창이라고 생각하여 감격했다. 

서서히 대입의 압박을 느끼던 여고생에게는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일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나를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의 매력과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성장하는 것이 즐거웠던 나는 대학교에 들어가 자원 활동을 하며 선배이자 지도자로 활동을 계속하였다.

‘퍼포먼스 무대를 경험 해 보았기에, CA반 동아리를 지도하는 일이 크게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퍼포먼스‘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애매모호함과 고급예술일 것만 같은 기대감이 부담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혼자만의 큰 착각이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 굉장히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꼈다. 학교 동아리로 퍼포먼스반이 처음 시작되는 것이라는 걸 알기에 부담은 더욱 컸다. 센터를 알게 된 것도 벌써 8년 째. 괜히 내가 잘못하면 학교 쪽에서 센터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별별 걱정이 다 되었다. 차라리 몰랐다면, 경험이 없었다면 또는 잘 아는 기관이 아니었다면 ’도전 해 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쉽게 결정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이 엄청난 부담감을 뒤로 하고 “부담 느끼지 말고, 편하게 하면 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안을 받아들였다. 


‘난 왜 자꾸 일을 벌이는 거야? 어쩌지’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은 학교생활이 바빠 지면서부터였다. 끊이질 않는 과제와 시험, 발표의 압박에 시달리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첫 수업을 나갈 때가 다 되어있었다. 그리고 아이들과의 첫 만남의 날이 다가왔다. 졸업 이후 학교에 가는 것이 그렇게 어색하고 쑥스러운 일인지 처음 알았고 학생이 아닌 입장에서 교무실에 앉아 있는 느낌도 새로웠다. 긴장한 상태에서 담당 선생님을 만나고 수업할 반에 들어갔을 때는 다리가 다 떨렸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을 만나니 힘이 솟았다. 마치 내가 처음 그랬던 것처럼 '퍼포먼스가 뭐지?‘하는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이 좋았다.

지금도 가끔 생각을 한다. 내가 퍼포먼스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난 주체할 수 없는 나의 에너지를 어디에 쏟아 부었을까 하고 말이다. 아이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처음 동아리 활동을 할 때 느꼈던 호기심, 부러움, 어색함, 어리버리함이 떠올랐다. 

그때야 깨달았다. 내가 너무 힘을 넣고 살았다는 것을. 무엇이든지 잘 하려고 했고 잘 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 것들은 시도하지 않은 적도 많았다는 것을. 점점 내가 싫어하는 어른의 모습으로 커가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이번 동아리 활동에서 나의 목표는 멋진 무대와 같은 지도가 아니라 아이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다.


<동아리자원활동가 이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