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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조금은 딱딱한... 칼럼!

이제는 부모의 준비가 더 필요할 때

작성일 : 10-10-07 18:48             
이제는 부모의 준비가 더 필요할 때
글쓴이 : 아하지기 (119.196.213.175)  조회 : 437  


가끔씩 매스컴을 통하여 보도되는 끔찍한 사건들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언제나 우리 주위에서 맴돌며 그 가능성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 대한민국의 부모를 긴장시킨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내 자녀가 성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도, 또는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 편할 날이 없기도 하다. 심지어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사건 외에도 크든, 작든 성문제를 일으킨 많은 아이들 입에서 ‘음란물을 보고난 후에 성충동을 해결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듣게 된다.

그뿐 아니라 이성과 성에 관심을 갖고 행동으로 옮기는 나이가 부모님 세대보다 10년 이상 어려진 것이 요즈음의 세태이다. 연애를 시작한 자녀를 보며 무조건 반대만 할 수도, 마냥 웃고만 있을 수도 없다. 원치 않는 임신과 성병의 무서움을 아이들보다 더 잘 아는 어른의 입장에서는 자식 키우는 일이 고단한 수행자의 행보와 다르지 않다. 아이의 행적을 눈으로 따라잡고 책상을 뒤져서 불온(?)한 문서나 테잎을 적발하던 좋은 시절도 다 갔다. 클릭 한 번으로 세상에 떠도는 온갖 부정적 정보를 접하고, 빠른 속도로 전파시키는 것이 가능한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을 잘 키우려면 부모도 그에 따른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서울지역 고교 2학년 재학생 5백 23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결과를 보면 조사대상 중 78%가 컴퓨터를 통해 음란물을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를 통한 음란물을 언제 처음으로 접했느냐'는 질문에 6.7%는 초등학교시절, 12.3%는 중 1, 20.7%는 중 2, 30.6%는 중 3, 21.7%는 고 1, 6.7%는 고 2 라고 답했다. 또한 조사대상의 90.1%(중복 허용)가 성인용 만화를, 84.3%는 포르노 비디오를, 63.1%는 포르노 잡지를, 51.2%는 포르노 사진첩을, 86%는 성인용 비디오 영화를 접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아이들에게 사이버세상은 정보의 바다이기도하지만, 지루하고 공부만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현실세계로부터 벗어나는 기회가 된다. 또한 시공간의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여 꿈이 현실이 되도록 도와준다. 사이버 상에서는 상호작용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며, 익명성으로 인하여 현실의 자신을 숨기거나 왜곡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사이버 상에서는 현실보다 훨씬 더 용감하고, 적극적일 수 있다. 이런 사이버의 특성이 더욱 부정적 인간관계를 촉구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런 매력적인 세상에 사는 아이들에게 부모가 해야 할 일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인간관계를 가족 안에서 배우게 하는 것이다.

남자아이가 14, 5세 쯤 되어 이성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신체변화가 시작될 무렵, 여자로서의 모습을 갖춘 18세쯤 되는 여자아이와 혼인을 시키던 과거에는 지금과 같은 원치 않는 임신, 성병, 성폭력 등의 고민이 상대적으로 없었을 것이다. 시대가 가고 문명이 발달하며, 문화가 꽃을 피울수록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행복을 추구하는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모든 것에서는 현대적인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유독 자녀들에게만은 몇백년 전에나 가당했을 ‘청소년의 성적인 무지’를 요구하는 것이 현재 어른인 우리의 모습이다.


성장하는 자녀를 인내심 가지고 지켜봐야

한때는 아이들이 성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믿었던 시기도 있긴 했다. 그렇지만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성적인 존재라는 것이 아주 명확한 사실인 것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상기하여야한다. 너무나 다양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눈감고 귀 막고 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단지 그 중에서 무엇이 나쁜 것이고 어느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구별할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어른들이 못 보게 하는 것 중의 하나인 음란물을 아예 못 보게만 한다면 무엇이 나쁜지조차도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부모의 통제 속에서만 살다가 결국은 스스로를 통제해야하는 상황이 닥치면 통제력을 키워야할 시기에 못 키운 통제력이 제 힘을 발휘할 리가 없다.

사춘기 즈음, 음란물을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차라리 성생활의 어두운 면을 공개하고 같이 토론을 하는 것이 교육적이라고 하겠다. 그동안 억눌려왔던 호기심 때문에 일시적으로 음란물을 더 챙겨 보려하는 경향이 혹시 생길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이들이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스스로 판단력이 생겨서 통제력을 발휘하기까지 어른들은 충분히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이 복잡한 사회에서 아름답게 성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 학교, 부모, 청소년 자신, 친구들, 사회구성원들의 협동과 노력이 필요한 일인지 모른다.

또한 청소년기의 성행동들은 호기심으로 인하여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성장하는 아이들의 변화를 눈치 챈 부모라면 자신이 성 가치관도 점검해볼 겸 아이들에게만 성교육을 권할 것이 아니라 부모 성교육에 더욱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교육을 잘 받은 청소년들이라면, 그리고 성장하는 자녀를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부모가 뒷받침되는 분위기라면 그들이 아름답게 성장해 갈 것은 분명한 일이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책임상담원 홍숙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