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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에는 어떤일이?/그곳에 아하가 있었다!

섹슈얼리티 주제별 스터디 2탄_야동

대학생 성교육 자원활동가와 함께하는

섹슈얼리티 주제별 스터디 2_야동

 

 

두 번째 섹슈얼리티 주제별 스터디는 415일 저녁,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신관 304호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야동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그 안에서 느꼈던 것들에 대해 들어보기로 해요.

 

 

 

 

 

여느 때처럼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생활 나눔을 한 뒤에 시작한 스터디의 주제는 <야동>이었다. 주제가 주제이니 만큼 '야동 한 편 정도를 다같이 보려나?'라는 앙큼한 기대를 하며 황은식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강의 피피티 초반에 나온, 여자와 남자가 즐기는 성표현물의 종류와 그를 접하는 루트가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성교육 또한 여자와 남자 각각에게 맞춤형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내 주의를 확 잡아끌었다. 야설이나 팬픽과 같이 텍스트 위주로 성표현물을 즐기는 여자에게, 야동에 초점을 맞춘 성교육은 적합하지 않고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성표현물 중에서도 음란물이라고 정의되는 것들은 소위 유해한 것인데(잘못된 성 인식 심어줌, 모방으로 인한 성범죄 가능성, 폭력성 증가 등의 이유로), 아이들이 이러한 음란물을 보고 영향을 받지만 동시에 정화할 수 있는 힘 또한 있음을 기억해달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한편 강의 도중에 음란물에 대한 자기점검을 했는데 재미있는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 자기점검을 통해 나 그리고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가장 어릴 때 처음 음란물을 접했다는 경우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고, 많은 경우에 처음 음란물을 접했을 때 느꼈던 충격은 거부감을 거쳐 호기심으로 변한다는 것 등이 기억에 남는다. 청소년이 성적 주체라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렇게 자기점검을 하고 나면, 청소년이 성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되지 않을까, 하하. 물론 자기 경험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말이다.

 

강의가 후반으로 넘어갈 즈음 '누가? 어디서? 어떻게?' 의 세 가지 분류기준으로 야동을 쭉 정리해봤다. 각자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자기가 본 내용 혹은 어디서 들은 야동의 내용을 말했고 칠판은 금새 여러 가지 설정으로 가득 찼다. 꽤 옛날에 봤던 거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가령 '수리공과 가정주부'라는 내용을 다른 선생님들이 생각해내면 무릎을 탁 치며 '맞아 맞아 그거 있었지'하면서 하나 둘씩 칠판을 채워나갔다. 내가 청소년이었던 때에도 정말 당시 사회적 분위기로서는 기함할 만한 설정들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그리고 또 앞으로는 대체 어떤 설정들이 만들어질까 궁금한 동시에 조금 두렵기도 했다. 야동을 만드는 목적은 상업, 즉 돈을 벌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설정을 만들어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점점 더 자극적인 야동이 쏟아질 것이라는 말이 정말 맞는 듯 싶었다.

 

이런 측면에서, 돈이 안될 것이 틀림없는 '성평등한' 성 표현물을 과연 누가 만들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럼 성과 성 역할에 관한 왜곡된 인식으로 가득 찬 성 표현물을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할 때, 그렇다면 그 잘못된 메세지들을 '정화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노력은 과연 얼마만큼 행해지고 있는 걸까? 가정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말이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그 얼마 안되는 노력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 워크샵과 스터디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비단 청소년에게 뿐만 아니라 대학생을 비롯한 많은 성인들에게도 꼭 필요한 내용들을 많이 배우는 것 같다. 스터디가 다 끝나고 나면 올해 고등학생이 된 남동생과 아하!센터에서 배운 이런저런 내용들을 얘기해볼 계획이다.

- 윤인경

 

 

 

 

 

 

 

스터디 주제가 야동이라니.. 스터디를 하러가는 길이었지만, 뭔가 빨간 것을 볼게 될 것만 같은 기분에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신관 304호로 향했다. 그리고 만나게 된 황은식 선생님! 야동 교육이 어렵다는 선생님 말에 대체 뭐가 어렵다는 걸까..?’ 하는 마음으로 스터디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서 얘기를 나눴다. 접해본 적이 있는 성표현물의 유형, 성표현물을 보는 이유 등에 대한 조사였는데 남녀 간의 차이가 아주 컸다. 남자 중고생들은 성표현물, 그중에서도 야동을 접해본 비율이 아주 높고, 성욕을 느낄 때 주로 본다고 나타났다. 반면에 여자 중고생들은 성표현물을 접해본 비율이 높지 않고, 성욕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나타났다.

아직까지도 그 수치들을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 이 조사는 표본이 중고생에 제한되어 있고, 표본의 크기가 그리 크지도 않고,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야동에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성에 대한 욕구가 억눌린 한국 여성’, ‘여성의 성에 대한 욕구를 억누르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 조사라는 생각에 너무나도 답답한 마음이 든다.

 

자기점검시간에는 야동을 처음 보게 된 시기, 그 내용, 그때의 상황, 느낌 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기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대학생까지, 상황은 친구 집, 학교, 수학여행 등 에서, 느낌은 신기했다, 충격이었다, 놀랐다 등 모두가 첫 야동에 대한 제각각의 기억을 갖고 있었다.

 

청소년들이 야동을 보는 것을 금지해야 할까? 금지할 수 있을까? 금지할 수도 없고 금지해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 역시 성적인 존재임을 인정해야 하고 그에 대한 호기심을 막아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성에 대해 궁금해 하고 알아보고 느껴보는 것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하지만 야동의 바다에 방치해둘 수는 없으니, 그들의 정화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다.

 

스터디의 마지막은 야동의 설정을 나열해보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세 가지 항목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선생님들의 열정적인 참여로 칠판은 금방 가득 찼다. 이 활동의 목표는 올바르지 않은 야동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설정을 나열하고 보니 올바르지 않은 설정을 골라내기가 어렵지 않았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 올바르지 않은 설정을 골라내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근친상간, 공공장소, 강간 등의 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의 야동이 만들어지는 것은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를 이루기 위해서 야동을 보는 사람들과 그들의 판타지를 야동으로써 이뤄주는 사람들. 수요와 공급. 자본주의 사회와 성의 상품화. 모든 것이 얽혀있다. 황은식 선생님의 말처럼 야동은 참 어려운 것이다.

 

스터디가 끝나고 이렇게 후기를 쓰며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너무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 사실 지금은 야동을 둘러싼 너무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스터디를 통해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성장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 좋겠다.

-변현진

 

 

 

 

 

 

 

 

. 대학생성교육자원활동가 윤인경 변현진

편집. 교육사업팀 양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