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불편함 속에 숨겨진 진주 '최수앙 展'

작성일 : 11-06-01 17:38             
[전시] 불편함 속에 숨겨진 진주
글쓴이 : 아하지기 (119.196.213.175)  조회 : 148  


불편함 속에 숨겨진 진주


인체를 주제로 놀랍도록 사실적인 형상을 통해 강한 인상을 주는 작가 최수앙. 이번 전시는 그의 근작들 다수와 대표작 중 일부가 선보이며, 3개의 전시공간으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1층 전시실 'Vegetative State', 2층 전시실 ‘The Blind for The Blind', 3층 전시실 'Ordinary Laboratory'라는 소주제로 구분된다. 

1층 전시실에 처음 만나볼 수 있는 작품 「The Hero」는 30여년을 공무원으로 재직한 아버지의 나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사람을 그대로 축소시켜 놓은 것처럼 주름은 물론 실핏줄 하나까지도 섬세하게 살린 작품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장이라도 단상에서 뛰어 내려올 것만 같은 모습에 생동감이 느껴졌다. 작품의 표정에서 아버지,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권위적이고 든든한 모습 이면에 사회에 찌든 눈빛과 축 처진 어깨에 아버지의 나약하고 슬픈 모습이 씁쓸함을 남겼다. 

다음으로 보게 되는 「Vegetative State」은 전시실의 주제를 가장 단적으로 제시하는 작품이라고 하는 만큼 큰 의미가 담긴 작품이다. 식물인간 상태의 한 남성이 흙더미 위에 무기력하게 놓여있지만 살짝 떠진 눈과 머리 위로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나뭇가지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그 작품을 보면서 나는 ‘과거의 나’를 볼 수 있었다. 꿈도 희망도 없이 삶의 의미마저 퇴색되어버린 한 인간.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통제된 사회 속에서 쳇바퀴 굴러가듯이 하루하루를 시간만 보내고 있는 나약한 인간이었던 ‘나’ 말이다. 그 때문에 한 동안 슬프고 우울한 감정만이 내 몸을 휘감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 자라나고 있는 나뭇가지와 지금 현재의 ‘나’를 다시 바라보며 새로운 시작과 작은 희망의 씨앗을 발견함과 동시에 ‘가능성’이라는 빛 한 줄기와 만날 수 있었다.

레드카펫이 깔린 단상 위에 2명씩 8줄로 서서 합창하고 있는 아이들을 담아낸 「Voices」는 공장에서 찍어낸 옷을 입고 획일화된 자세와 포즈를 하고 있다. 입은 하나 같이 밝고 명랑하게 아름다운 소리를 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눈에서는 초점이 흐려져 있고 각자의 개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 ‘어쩌면 현재 정답만을 요구하는, 선생님이나 어른들이 가르쳐 준대로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지금의 청소년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줄맞추어 서있는 아이들 위로는 「The Wings」가 걸려있다. 멀리서 보면 천천히 날아오르는 아름다운 날개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드러운 깃털이 아닌 놀랍도록 사실적으로 표현한 수많은 손들이 모여 서로를 부여잡고 어떤 것에 대한 갈망 혹은 비상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2층 전시실 정면에 놓여있는 「The Perspective」는 의족을 찬 여인의 나신인데, 어떤 이는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가장 먼저 바라볼 수도 있고, 다른 이는 희고 매끈한 여인의 몸매, 또 다른 이는 한쪽 발을 의족으로 고정한 부분에 관심을 보일 수도 있으며, 혹은 도금된 발에 시선이 끌릴 수 있다. 작가는 이 모든 것이 나는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는가의 문제, 즉 ‘관점과 시점의 차이’라고 말한다. 

2층 전시실 안쪽 깊숙이 들어가면 「Speaker&Listener」라는 작품이 있다. 남자인 Speaker 는 마치 일방적으로 말하는 듯 오로지 입만 강조되어있고 여자인 Listener 는 얕은 좌대위에서 힘없이 멍하니 듣기만하고 있다. 서로 다른 높이의 단상이라는 점과 각자 입이나 귀가 강조되어 있고 다른 부분은 불투명하게 처리한 작품을 통해 소통이 단절되어있는 우리 현대인의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 절망적이고 침울했다.

3층 전시실에서는 말 그래도 일상의 실험실이 공개된다. 이곳에 놓인 작품들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처럼 기묘함과 섬뜩함, 불편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그 중 인상 깊었던 작품은「Test Mice」와 「Wasted Blue」였다. 

「Test Mice」는 인간의 모습을 한 실험용 쥐들이 각각의 아크릴 상자 안에 담겨있다. 멋모르고 갇히게 되어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밖을 쳐다보는 쥐, 새끼 둘을 키우며 힘든 표정을 짓고 있는 엄마 취, 잔뜩 웅크리고 있는 쥐, 통제된 상황 속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외침과 절규가 그대로 느껴지는 쥐, 이렇게 총 4개 파트로 나뉘어 있다. 

「Wasted Blue」작품에서는 구겨져 있는 서류뭉치 위에 버려져 있는 파란 인간을 표현했다.

이처럼 작가는 인간도 머지않아 쉽게 상품화되고 쓸모가 없게 되면 버려진다는 것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전시실이라는 공간에 갇혀 있는 인간을 보는 인간. 같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이는 관상용이 되고 어떤 이는 관찰자가 된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어쩌면 지금 현재 우리들도 사회라는 큰 공장에서 찍어낸 획일화된 정신을 가지고 그 공장을 원활하게 돌아가게끔 반복적인 일을 하고 있는 기계 혹은 상품일지도 모르겠다.

최수앙 전을 통해 보기 싫은 어떤 면을 직면하게 되면서 불편함과 암울함을 느끼는 동시에 ‘쓸모없음’과 ‘가치’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군가가 쓸모없다고 여기는 존재일지라도 그 쓸모없음은 더 이상 쓸모없는 게 아니었음을... 그들에게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누구도 각자의 가치를 함부로 논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다른 미술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품명을 알리는 이름표를 여기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만큼 작가는 각자 느끼는 대로 각자의 관점대로 바라보고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과연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이며, 어디에 가치를 둘 것인지 각자 의미를 부여해 내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 속에서 불편함, 답답함, 회피하고 싶었던 것들의 직면의 과정에서 얻는 소통의 가치를 깨닫고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우리는 누구나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며, 충분히 소중하다.’라고 말하는 작가의 희망적 에너지를 가슴 깊이 새겼으면 좋겠다. 



[2010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_ 최수앙展 전시개요]

□ 전시명 : 최수앙 Xooang CHOI展
□ 전시기간 : 2011.5.5(목)-6.5(일)
□ 전시개막 : 2011.5.4(수) 5:00 p.m.
□ 전시기획 및 진행 :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
□ 관람시간 : 10:00 a.m.-6:00 p.m. 
□ 휴관일 : 매주 월요일(Closed on Mondays)
□ 매표마감 : 종료시간 30분 전
□ 관람료 : 어른 및 대학생(20~64세) 3,000원
학생(초, 중, 고교생) 2,000원
20인 이상 단체 1,000원 할인
* 65세 이상 어르신, 7세 미만 어린이는 무료입장입니다.
*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단체관람료가 적용됩니다.
* 1관 전시 관람료 별도.
□ 도슨트 설명 매일 2회 (2시, 4시) 
* 단체는 사전에 전화문의(T.02.737.7650)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전화 상담 자원활동가 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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