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랑, 특별한 시선, 청소년 성소수자의 사랑할 권리

작성일 : 11-10-04 18:22             
평범한 사랑, 특별한 시선, 청소년 성소수자의 사랑할 권리
글쓴이 : 아하지기 (121.162.12.203)  조회 : 193  

김조광수 첫 번째 게이 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 포스터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명제로 대표되듯이 인간이 사회적 구조와 관계에 종속되고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의 변화와 진전이 두드러지는 시기는 개인의 경험을 감안한다 해도 단연 청소년기라고 할 수 있다. 개인 대 개인으로 관계를 맺고 가족 이외의 누군가에게 강한 열정을 느끼고 자신의 정체감을 형성하고 인정받는 시기, 이런 과정은 모두 ‘나’를 구성하는 요소가 되고 미래 사회적 관계 질의 토대가 된다. 특히 이 시기에 강한 열정을 품게 되는 대상을 만나는 것은 본인의 성 정체감과 지향의 문제 이전에 인간의 본능이자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에겐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랑을 시작하는 과정이 청소년 성 소수자에게는 갈등과 혼란이 시작되는 시발점이 된다. 실제로 본 기관의 2010년 전체 성상담 통계에 따르면 성정체감 관련 상담은 4.2%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 적은 상담 건수로 보일 수 있으나 19개의 항목 중에 8번째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음란물(2.2%), 이성교제(3.2%) 보다 높은 건수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성 정체감을 고민하는 청소년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실재한다는 것이다. 


우리 문화는 실재하는 청소년 성 소수자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어떤 태도를 나타내고 있을까. 

성 소수자라는 명제는 항상 논란과 함께 해왔다. TV 드라마의 동성애 내용이 방영되었다는 사실에 기인해 자신의 자녀가 동성애를 흉내내다 AIDS까지 걸릴까봐 걱정하는 상상력이 지나치게 풍부한 어른들이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서 성 소수자는 여전히 약자이고 불편한 영역에 존재한다. 

특히 청소년 성 소수자는 이러한 특별한 시선에서 더 거슬리는 대상일 수 밖에 없다. 청소년의 권리나 선택에 대해 의문을 품는 많은 성인들은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것은 엄연히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 오래된 규칙이고 이에 대항할 때는 철이 없거나 미성숙한 존재라는 오해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청소년의 다양한 성적 지향에 대해 수용적인 분위기를 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과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변화의 시작은 늘 더디고 지루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김조광수 두 번째 게이 영화 <친구사이?>

인간은 누구나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다. 그 대상을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정해줄 수도 없으며 객관적으로 멋진 대상을 앞에 놓아둔다고 해서 내 사랑이 그 대상에게 향하지 않는다. 대중적인 호감과 개인적인 사랑의 의미는 같을 수가 없다. 사랑이란 의식을 넘어 무의식을 포함한 현상이고, 인간의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기도 한다. 

특히, 청소년기의 사랑을 느끼는 대상을 만난다는 것은 성숙한 정서적 반응을 경험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정서적인 반응은 긍정적인 것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과 분노, 미움 다양한 부정적 정서도 포함한다. 이러한 다각적이고 풍부한 정서적 경험은 개인을 성숙하게 한다. 그 대상이 동성이나 이성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을 느끼는 대상과의 관계 자체가 심리적으로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그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정서적 끌림의 영역이지 어떤 기준이나 틀로 바꾸거나 교육할 수 없다. 사회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사랑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서 전혀 동의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달라이 라마도 말했듯이 사랑은 실패에서 더 큰 교훈을 얻을 있다. 이 또한 개인의 영역이며 그 권리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 않을까. 

성인 된 이후에 선택해도 늦지 않는다는 말로 청소년 성 소수자들의 선택에 신중을 기하도록 조언하기도 한다. 아직 성장의 과정이니 조금 기다렸다가 더 깊이 고민하라고도 한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성인이 된 이후에 연애를 하고 성적 관계를 맺으라고 조언한다. 과정이 행복하려면 긍정적인 결말이 그려져야 한다. 결과가 참혹하다면 고민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행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들에게 참고 인내하라고 조언하기 전에 과연 이 사회가 그들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에 어떠한 시선을 둘 것인지를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더 이상 청소년 성 소수자의 연애와 사랑이 특별한 용기가 필요하지 않은 그들의 일상적 과정이 되길 바래본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책임상담원 허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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