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교육자를 위한 프로그램 진행지침

성교육자는 '성'이라는 주제로 아이들을 만난다. '성'으로 소통하기에, 또한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만나야하기에 필요한 준비들이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고 성감수성을 얘기하기 위한 성교육 지침들을 정리했다. 아이들을 만나는 현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며, 성교육의 효과를 더욱 높여줄 수 있는 여섯가지 팁을 안내한다.

 

 

1. 열린 태도와 소통하는 자세를 갖는다.

지도자의 성에 대한 태도는 교육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지도자가 아이들의 반응에 당황하거나, 회피하려 하거나, 불편해한다면 아이들은 더 이상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지도자는 학생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도 괜찮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몸짓은 태도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표정과 말투를 친근하게 하면서 아이들과 시선을 맞춰야 한다. 의견을 얘기하거나 발표하는 아이와는 눈을 맞추면서 고개를 끄덕여 주는 등,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또한 아이들이 제시하는 의견에 적극적인 자세로 반응해야 한다.

아이들의 의견과 발표 내용이 교육적인 방향과는 거리가 멀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장난스럽거나 폭력적이거나, 성차별적이거나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는 경우 등이다. 이럴 때는 나무라기보다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인정해주면서 자신의 생각에 대해 다시 설명하도록 유도한다. 그 후, 그렇게 생각하거나 행동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적·사회적 결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진다. 아이들이 바로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거나 못해도 괜찮다. 그 질문을 자기 것으로 가지고 가서 언제든 떠올릴 수 있다면 충분하다.

   

2. 다양한 청소년들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음을 전제한다.

아이들이 다양하다는 것을 항상 전제한다. 또한 성에 대한 생각과 느낌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양하다는 것을 아이들과 공유해야 한다. 성별, 지역, 연령에 따라 아이들의 성에 대한 정보, 경험, 노출, 허용정도에 편차가 있다. 따라서 지도자가 다양성에 대한 관점을 정립해야 성교육이 효과적으로 진행된다.

성을 다루다보면, 특정한 사례에 해당하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프로그램 진행에 앞서 선입견 갖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시작하면 좋다. 남을 비난하지 않으면서 함께 나눈 얘기들은 서로 보호해주는 것, 말 안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성교육 지도자는 소수자인 참가자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프로그램 내용에서도 성적지향, 계급, 성별 등의 차이를 전제해야 한다. 성교육 지도자 스스로 소수자를 배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기점검의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같은 맥락에서 과학적 지식(특히 생물학적 지식)이라 얘기되는 것들이 소수자를 배제할 수 있는 측면에 대해 비판적으로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도자는 프로그램 중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이성애와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성찰해야 한다. 특히 연애, 야동, 성폭력 주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는 더욱 필요한 자세다.

 

3. 개인 작업 혹은 모둠 작업을 활용한다.

성교육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거나 드러내는 활동이 포함되어야 한다. 활동은 개인별 활동지 작성하기, 모둠원끼리 주제에 대한 의견을 모으거나 토의하기, 전체가 함께 토론하기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결과물은 전체 발표든, 가까이 앉은 사람과의 공유든 반드시 자신의 언어로 드러내게 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과정은 나와 또래들 간의 차이 혹은 동질성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러면서 성에 대한 느낌과 생각이 각자 다르다는 걸 깨우칠 수 있다. 이렇게 차이가 전제되어야 사람들 사이에서 는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할지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러면서 기준을 판단하고 적용해보는 연습을 시작하는 게 가능해진다.

작업의 결과물들은 잘 챙겨두면 훌륭한 교구가 된다. 성교육 시 또래 아이들의 생각만큼 관심을 많이 받는 것이 드물다. 다른 성별, 다른 학급 등 또래들의 의견이라며 제시하면 효과 만점이다. 교육의 목표를 전달할 수 있는 결과물들을 잘 정리해두고 다음 교육시에 적극 활용하도록 한다.

   

4. 모둠은 성별을 분리하여 구성하는 것이 좋다.

성별을 분리해 모둠을 구성했을 때는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첫째, 모둠 활동이 잘 진행된다. 우리 사회는 남녀가 모여 성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는 것을 불편해하는데, 이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남녀가 함께 모둠이 되었을 때 여학생들 대부분은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기 불편해 한다. 또한 대부분 아이들이 소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중학생 시기는 성별분리 경향이 심화되고 남녀의 정서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반드시 모둠을 나눠야 한다.

둘째, 성별 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서로의 생각과 그에 따른 행동이 얼마나 다른지 활동의 결과로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성별분리 경향만큼이나 다른 성별에 대한 궁금함과 관심도 높기 때문에, 활동결과를 잘 활용하면 프로그램을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반면 이러한 장점은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히려 개인의 차이는 묻혀버리고, /여의 차이를 확대하여 성별 고정관념을 재생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개인의 다양한 의견들을 적극 수용하면서 차이와 다양성을 강조하도록 한다.

모둠활동을 위한 모둠 구성은 수업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모둠을 구성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거나 어수선해진 분위기로 수업이 원활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 시작 전 모둠을 미리 구성해도 좋고, 책상 혹은 의자만 살짝 돌릴 수 있는 소규모 모둠을 구성할 수도 있다.

   

5. 모둠활동 시,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한다.

모둠활동은 자율성이 담보되어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모둠활동 시, 각자의 역할을 정해주어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지도자는 모둠장, 기록, 발표 등의 다양한 역할을 제시할 수 있다. 각 역할이 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게 알려준다.

역할을 정할 때는 모둠 안에서 자율적으로 정하게 하는 방식이 있다. 또한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역할을 정하는 것도 좋다. 가위바위보, 동시에 지목하기, 생일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주의할 것은 서열을 정하는 형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모둠별 발표 순서를 정할 때도 적용할 수 있다.

그리고 모둠활동 중에 지도자는 아이들 사이로 들어가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모둠을 돌아다니면서 작업을 잘 하고 있는지 살펴준다. 또한 궁금해 하는 것이 있거나 활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친절히 설명해준다. 혹시 소외되는 모둠원은 없는지도 살핀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 격려 한 마디가 아이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6. 청소년의 주체성과 변화가능성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프로그램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들은 아이들의 얘기에 모두 있다. 아이들의 의견을 통해 프로그램의 메시지를 전달하면 보다 효과적이다. 심지어 교육의 목표와 어긋나는 의견에도 이를 적용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아이들의 의견은 어떤 내용이든 주제의식을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설명으로 전달해야 한다. 흔히 지도자들이 성이란 아름답고 소중한 거예요라고 얘기하는데, 더 들어가 아주 구체적으로 왜 아름답고 소중한지에 대한 얘기가 필요하다. 아이들의 얘기에 조금만 귀 기울이면 답이 나온다. 어른들의 메시지 전달하기가 아닌, 아이들의 얘기와 약속을 메시지로 가져가도록 하자.

아이들의 주체성과 변화가능성을 믿어주면서, 그에 대해 믿음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럴 때 아이들이, 우리사회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상상이 가능해진다.

 

 

아하!센터 교육사업팀장

이목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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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아하!센터의 섹슈얼리티 프로그램 가이드북 개정판(2013년)에 실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