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십대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

작성일 : 11-04-04 18:58             
임신한 십대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
글쓴이 : 아하지기 (124.62.1.6)  조회 : 517  

여성신문 1128호 [오피니언] 2011-04-01


임신한 십대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
체계적인 상담·의료·경제적 지원 필요

청소년 상담 현장에서 가장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사례는 임신한 십대 청소년을 만나는 일이다. 현행법으로는 명백한 성폭력 피해가 아닌 이상 미성년자이면서 사회적·경제적으로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합법적으로 인공 임신중절 수술할 수 있는 길은 없다. 그러나 대부분 임신한 십대 청소년들은 인공 임신중절 수술을 도와달라고 상담실을 찾곤 한다. 그러나 상담 현장은 어떠한가? 상담원들은 현행법 제도 안에서 불법에 직접 가담되지 않기 위한 면피(?) 방법의 하나로 수술의 불법성과 후유증 등에 대한 엄포성 설명과 아이를 낳게 될 경우 지원할 수 있는 현실적 제도들을 설명하고 부모님께 알려 도움 받길 권한다. 그러나 대부분 십대 청소년은 부모님께 알리기를 원치 않는다. 이 과정에서 상담자는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다른 방법은 없는지 머리를 싸매고 씨름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임신한 십대 청소년들은 공적 상담기관인 청소년 상담 지원 시스템을 이용하는 비율이 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0년 지역사회청소년통합지원체계 운영에 관한 성별영향평가 보고에 따르면 연간 추정 1만 5000여 명의 임신한 십대 청소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담지원체계를 이용한 십대 청소년은 159명에 불과하고 이용자 중에서도 필요한 의료지원 서비스를 받은 경우는 59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임신한 십대 청소년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아이를 낳게 되거나 수술을 하게 되는 것일까? 두 갈래 길밖에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십대 청소년은 외로운 길을 가야 한다.

십대 청소년에게 임신은 몸과 관련된 생물학적인 중차대한 ‘사건’임과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이나 자아 존중감의 변화, 학업의 중단, 삶의 변화 등 복잡한 정서적·육체적·사회적 관계들을 경험하게 한다. 최근 들어 양육을 선택하는 십대 청소년이 증가하는 추세고 ‘미혼모’ 당사자에 의한 학습권 주장을 필두로 미혼모 대안교육제도 마련과 출산 및 양육환경 마련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도입되고 있는 것은 뒤늦은 감은 있으나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출산을 선택한 여성들만을 위한 제도 일변도이다 보니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는 다른 십대 청소년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우리 주위에는 임신을 하고 아기를 낳고 싶어도 부모의 압력으로 수술대에 오르거나 남자친구에게 상처를 받고 수술해 주는 병원을 찾아 해매고 다니는 십대 청소년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낙태불법화 이슈 이후 오를 대로 오른 수술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야 하는 십대 청소년들이 기댈 곳은 어디에도 없다. 그들이 양육이나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전문적으로 상담, 의료,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체계화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하! 서울시립 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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