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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섹슈얼리티 아티크

Abnormal is the new normal.

아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책을 읽고,

그 속에서 읽어낸 섹슈얼리티를 모두와 나누고자 글을 쓰는 [섹슈얼리티 북티끄],

2017년 3월부터 월 1회 연재합니다.

 

Abnormal is the new normal.

 

 

 

 

 

봄날의 싱숭생숭함을 봄의 이미지를 닮은 무언가로 소비하려는 욕구는 아마 보편적인 정서일 것이다. 봄의 온도가 담긴 어쿠스틱 송, 파스텔 색상의 소품, 봄 향기를 닮은 딸기라든지.
 나의 인생에서 ‘요즘의 봄날처럼 집중되는 소재’는 무엇일까? 보편적이지 않은 abnormal. 비정상적인. 나와 닮은 모습.
 휴식기를 갖고 있는 요즘. ‘심즈’라는 미국발 PC게임을 하고 있다. 보편적 소녀들이 즐길만한 소꿉놀이(집 꾸미기, 옷 갈아입히기, 아기 키우기 등) 정도로 이해하면 싶을 듯하다. 그리고 이 게임을 하는 난 ‘비소녀’이다.
 기존의 심즈에서는 사람의 성별, 외모, 목소리만을 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의 업그레이드된 심즈는 용변을 볼 때 ‘서서 하는지’, ‘앉아서 하는지’, 외모와 상관없이 ‘임신이 가능한지’, ‘임신에 함께 할 수 있는지’를 정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M.T.F.와 F.T.M.으로 사람의 정체성을 정할 수 있다.


 미드를 통해서 한국사회에서는 볼 수 없는 문화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요즘 즐겨보는 ‘루머의 루머의 루머(학교 왕따 문제를 다룸)’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보통 미드에서는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서 게이 혹은 아시아인을 등장시키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게이커플의 아시아계 입양 딸이 성적지향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너희 아빠들은 게이잖아, 근데 왜 너의 성적지향이 고민이 되는 거야?” 
 미국사회에서는 이미 성소수자들의 성적지향에 대한 고민들이 보편적 소재로 소비되어 더 이상 신선한 소재가 되지 않는 것이다.


 <동성결혼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 가 / 리 배지트 저 / 김현경, 한빛나 옮김 / 민음사>


 우리사회에서 비이성의 결혼은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는다. 언급하는 사람도, 관심을 갖는 사람도 별로 없기 때문. 나 역시 크게 다르진 않았다. 요즘 같은 ‘비혼문화’에서는 더더욱.
 우리나라에서 비이성의 결혼이 이슈가 된다면, 서구사회가 거쳐 온 고민들을 쉽게 건너뛰기 할 수 있을 듯하다.
 가치와 이념의 문제로 비이성 결혼은 세계 여러국가의 법에 의해서 인정되지 않아왔었다. 서구사회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왜 비이성커플들도 결혼을 하려고 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한다고 했다. 그런데 비이성커플들이 사랑을 해보니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오직 사랑만을 나눌 때는 그러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문화적 관성에 의해서 나도 이성커플과 같이 결혼이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성커플들처럼 그것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며 자라왔기 때문에.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결혼이라는 가부장적 제도에 얽매이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은 구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


 다양한 가치관과 관점의 문제들이 서구사회에서 고민의 화두로 떠올랐으며 사람들은 열심히 논쟁했다. 그리고 논쟁의 주제들은 추려지고 있다.
 ‘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결혼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가?’,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혜택 받을 수 있는 것들을 왜 누군가는 누릴 수 없는가?’
 언젠가 한국사회에서도 “왜 비이성커플들도 결혼을 하려고 하는가?”의 고민이 시작된다면 바로 ‘추려진 고민들’로 들어서면 되는 듯하다.
 책에서 비이성결혼을 선택한 여러 커플들 중에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한 가지 있었다.

 “우리 왜 결혼해야 하는 거지? 결혼을 하면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거든!”
 이들은 사랑하면서 세금혜택까지 받기 위해서 결혼했다. 때문에 결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결혼식에 아버지를 초대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버지와 딸에게 깊은 골을 만들게 된 이유였다.
 “왜 너의 결혼식에 아버지인 나를 초대하지 않았니? 무척 서운하구나!”

 

 더 이상 서구사회에서는 비이성커플의 결혼이 ‘Abnormal’ 하지 않다. 게임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역시. 그저 ‘New normal’ 일 뿐이다.

 

 

 

글. Hidden 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