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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문화에서 성을 찾아내다

[영화] '후회하지 않아'

작성일 : 07-03-21 09:35     
[영화] '후회하지 않아' 다시보기
글쓴이 : 아하지기  조회 : 1,798  
 

시골 고아원에서 자랐지만 대학에 가겠다는 꿈을 갖고 서울생활을 시작한 수민(이영훈 분). 서울에서의 일상은 기대만큼 희망적이지는 않지만, 수민은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부잣집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삶에 지쳐있던 재민(이한 분)의 차를 운전하게 되면서 두 사람의 피할 수 없는 만남이 시작된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서로에게 깊은 인상을 품게 된 두 사람의 마음은 흔들린다. 

대충 이런 스토리로 영화는 시작한다. 뻔하다. 정말 뻔한 스토리이다. 재벌2세와 가난한 고아와의 사랑. 단지 그 주인공이 남자들이라는 것만 빼고는 흔해 빠진 소재이다. 이 흔해 빠진 소재를 가지고 감독은 남들의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사랑을 이야기 한다. 이 사랑을 특이하지도 특별하지도 않게 그저 진한 멜로 영화로 만들었다. 

동성애 영화라고 해서 무거운 소재와 우울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많이 접했고 친숙했던 주제로 영화를 만든 것이 좀 더 대중들이 동성애를 이해하는 데 쉽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이 영화의 엔딩. 난 델마와 루이스와 같은 엔딩을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엔딩.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영화 끝이 왜이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성애 영화는 항상 비극으로 끝나야 동성애 영화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살아있는 두 주인공들을 보면서 어색하고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정말 왜 게이들은 행복하고 살아있으면 안 돼?” 문득 비극으로 끝나는 영화들을 생각하면서 나왔던 말이다. 생각과는 많이 다른 엔딩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밤중에 재민의 회사에 찾아온 수민. 이 둘은 여기서 정말 달달한 키스를 나눈다. 정말 가슴 떨리고 부드러운 키스 신으로 기억된다. 

멜로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봐도 괜찮은 영화일 것 같다. 퀴어 영화로 구분하기 보다는 멜로 영화라고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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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관 자원지도자 정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