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종종 수다를 떨고 싶다..

작성일 : 06-09-13 15:38             
남자도 종종 수다를 떨고 싶다..
글쓴이 : 아하지기 (211.244.57.85)  조회 : 472  
 
 

- 중년남자들, 짦은 여행을 떠나다 - 

아빠들과 짧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괴산 어디쯤에 있는 산골짜기 폐교에, 대안초등학교인 광명볍씨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30여명의 아빠들이 힘도 다지고, 우정도 나눌 겸 하룻밤 여행을 했습니다. 올해 처음 대안학교를 보낸 처지라 1학년 구름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처음 보는 얼굴들입니다. 

많은 여행을 떠나 보았지만 아빠들끼리만 가는 것은 처음 일입니다. 의례 여행을 함께 하는 이들은 가족이나 친구들이었지, 생면부지의 성인 남자들만 떼지어가는 일은 난생 처음 있는 일입니다. 삼십 초반부터 오십에 즈음한 아빠까지 스무살 가까운 나이 차이는 있었지만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보다 자유롭고 창조적인 교육을 지향한 아빠들이었기에 그리 낯설음은 없습니다. 

저녁을 먹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입니다. 의례히 인사라는 게 삼분을 넘기기 힘든 일인지라 후딱 끝내고 삽겹살에 쐬주 한 잔 먹으면서 약간 허풍을 더하면서 하룻밤을 넘기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의례히 그랬던 것처럼. 

그런데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아리랑 곡선 -인생주기율표 -을 그려가며 살아온 흔적들을 다 들추어냅니다. 유년시절의 좋았던 기억, 청소년기와 입시의 우울한 잔상, 대학시절과 사회초년병, 세상사의 어려움과 실패들....대학 일학년 때 엠티 때 듣고는 처음 듣는 남자들의 집단적 이야기입니다. 대학 초년병이야 세상살이도 몰랐고 산다는 것의 아픔도 몰랐던 터라 이야기 할 것도 없었는데, 이미 인생의 절반 혹은 2/3를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처절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합니다. 다들 삶의 쓴 잔을 마셔본 이야기들이라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습니다. 


- 수다와 허풍 혹은 점잔 떨기 - 

대부분 남자들이야 쐬주와 삼겹살에 기대에 약간 허풍을 더하는 것이 기본인데, 술도 안마신 마알~간 정신으로 장장 5시간의 이야기를 하고 들었습니다. 이야기는 새벽 한 시를 훌쩍 넘긴 다음에야 끝이 났습니다. 이야기를 마치자, ‘중년 남자들의 수다’란 말이 떠오릅니다. 중년의 남자들은 가정을 책임지고 조직에 메인 몸이라 가벼운 수다 대신에 허풍을 떨거나 점잖을 떠는 수가 대부분입니다. 오늘은 허풍과 점잔 대신에 수다를 떨었습니다. 다들 비슷한 처지에 놓인 것을 알고 책임과 조직을 내려놓고 마음들이 가벼워졌던 모양입니다. 

남자들도 바람처럼 가볍게 수다를 떨고 싶으나, 우리 사회에는 그럴 마당이 없지요. 이제 남자들도 좀더 가벼워지고 싶어함을 봅니다. 무거운 짐들을 내려놓고 싶은 게지요. 많이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미 많이 가벼워진 여자들의 수다로...그래서 너무 가벼운 허풍 대신에, 너무 무거운 점잔 대신에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무거운 수다를 아내와 떨고 싶습니다. 


광명볍씨학교
너머서 회원
윤호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