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성평등 교육 입성기, 진행기

‘#성평동이란 성평등한 우리 동네 만들기의 줄임말로 2017년부터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여러 민간단체들이 함께 협치(協治)를 통해 운영 하고 있는 서울시 성평등 인식 증진 및 문화 확산 사업의 별칭입니다. 함께한 단체와 사람들, 사업명과 그 안의 내용도 조금씩 변했지만 사업단은 여전히 이 사업을 성평동이라고 부릅니다. 이 사업에 참여했던 한 학생의 말처럼 서울시민 모두가 그런 동네에서 살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서 말입니다.

 

 이 사업은 크게 마을 내 성평등 문화 조성과 학교 내 성평등 환경 구축, 활동가 양성 및 매뉴얼 개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그 중 학교와 함께 하는 사업은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선도학교를 선정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연초 공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선도학교는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운영컨설팅, 교사와 양육자 간담회, 학생 자치활동 지원, 축제 및 캠페인 등의 특별활동 진행, 학급 교육 등 총 6개의 프로그램을 지원 받게 됩니다. 단순히 교육만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 내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데요. 이 사업의 가장 좋은 점은 학교의 부담을 줄이고, 사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교 교사와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함께 하는 전문 코디네이터가 있다는 점입니다. 행정 처리 및 예산 사용, 활동가 배치, 교육이나 행사 등의 내용 구성 등이 모두 코디네이터의 역할이기 때문에 담당 교사는 프로그램별 일정 조율을 위한 타 교사의 협력과 학내 분위기 조성을 위한 조치, 학교에 적합한 내용 고민 등을 중심으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선정된 선도학교와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운영회의를 진행합니다. 사업의 운영주체(교육청, 서울시, 사업단)와 학교의 3주체(교사, 학생, 학부모)가 모여 사업의 취지를 비롯한 전체적인 내용 안내와 궁금한 사항을 묻고 답하는 자리입니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 대부분은 사업의 목적을 공감하고 조금이라도 학생의 입장에서 내용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간혹 사업과 관련이 있는 다른 교사들 중에는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 교사부터 백래시를 전면에 드러내는 교사까지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저에게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 운영회의가 가장 두근거리는 시간입니다. 아주 가끔 사업의 취소를 검토해야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노골적으로 이 사업에 대해(또는 성평등이라는 단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표시하는 교사들도 있지만 이미 정해진 사업을 취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학교 안에서 여러 교사가 하나의 사업을 협업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 때문에 저와 코디네이터는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가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때로는 친절하게 설명하고, 때로는 서울시나 서울시교육청의 권위에 기대어 성심성의껏 응대합니다. 지난 3년간 딱 1개의 학교만이 사업 진행을 포기했는데요. 이 학교는 기독교 재단의 사립학교로 분명 처음 운영회의 때만 해도 교장선생님 이하 아주 우호적으로 대화에 참여하셨는데 며칠 후 성평등이 학교의 운영 가치와 맞지 않는다며 취소를 통보해왔습니다. 아마도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보수 기독교 내에 논란이 되는 단어라는 것을 모르셨다가 다른 교사들로부터 얘기를 듣고 취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할 수 있었죠(다음 해에 이 학교에서 스쿨미투가 일어났다는 안타까운 TMI). 아래 표 안에 질문들은 제가 운영회의 때 들었던 질문들 중에 몇 가지만 추려서 적어둔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는 아마도 아주 익숙한 질문일 것 같은데요. ‘. 이래서 성평등 교육을 열심히 해야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성평등 교육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편견에 대해 다시금 놀라기도 합니다. 그래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적어도 저희 사업 안에서는 성평등이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교사가 시간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제기를 교사 개인의 의견이라고 일축해주시는 관리자분들도 경험하게 되었고요.

 

학교에서 만난 성평등 교육에 대한 몇 교사들의 부정적 반응_

 

- 왜 성평등이죠? 양성평등이 아니고?

- 동성애 대해서 알려주는 교육은 아니죠?

- 원래 여자는 여자의 역할과 남자는 남자의 역할이 있는 거 아닌가요?

- 성평등 교육은 여학생에게만 필요한 것 아닌가요? 남학생들도 필요한가?

- 남학생들 기죽이는 교육은 아니죠? 요새는 여학생들이 너무 드세거든요.

- 이 교육하면 남학생들이랑 여학생들이 괜히 싸우게 되는 거 아닌가요?

- 우리 학교는 남학생이랑 여학생이랑 사이가 엄청 좋아요. 굳이 교육 안 해도 되는데..

 

 이러한 관문을 거쳐 진행되는 여러 프로그램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학급 교육입니다. 학급교육은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5차시가 진행되는데 개인의 성평등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개인의 노력과 공동의 약속을 모색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성평등 관련 지식의 확장과 더불어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계획하고 의지를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고 교육 방법은 개인적 성찰, 토론 및 모둠별 작업 등을 활용했습니다. 2018년 매뉴얼은 2017년 진행된 매뉴얼을 기반으로 문제점을 보완하고, 2018년 초 가장 큰 이슈였던 미투를 다루는 차시를 새롭게 구성하면서 학생, 활동가, 임장 교사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아래는 저희가 2018년 진행한 5차시 교육의 개요입니다. 혹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저희 사업단 페이스북 DM을 통해 메시지 남겨주세요. (검색:마성단)

 

- 1차시 : 그래 이제, 성평등!

강사와 청소년 간의 라포를 형성하고, 성평등에 대한 국제적 감각에 주목하며 앞으로 수업에 대한 기대를 갖는다.

- 2차시 : 답게! 답게! 나답게!

일상에서의 성별 고정관념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도록 한다.

- 3차시 : 혐오 STOP! 존중 GO!

성차별로 인한 혐오표현을 비판하고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 4차시 : 지금 여기 #Me Too, #With you

성폭력을 젠더 관점으로 이해하고 피해자에게 공감과 지지의 약속을 한다.

- 5차시 : 우리가 만드는 성평등

성평등 개념을 정리하고 지속 가능한 실천을 계획한다.

 

 학급교육을 통해 만나는 학생들은 우리의 예상보다 더 많이 성평등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활동가들을 감탄하게 만드는 지식과 경험,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도 있고, 가끔은 활동가들을 화나게 하는 혐오와 막말을 쏟아내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학생들은 늘 우리를 감동시키는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특히 성소수자와 관련된 주제는 학교에서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에 교육 안에서 다루지 못하고 있어 활동가들에게 늘 부족한 마음을 갖게 하는데요. 5차시 교육이 끝나고 받는 소감 중에는 꼭 성소수자에 대해 편견 없이 바라보겠다.’는 내용이 있어 저희는 나다움을 열어주는 아주 기본적인 내용만 전달했을 뿐인데 그 속에서도 학생들은 더 많은 것을 고민하고 생각을 넓혀가고 있구나 하는 교육의 힘을 경험하게 해주었습니다.

 

 성평등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생각, 뿌듯하고 뭉클한 교육의 효과를 엿볼 수 있는 활동결과물을 소개합니다. (출처 : 2018 마을 속 성평등 학교 만들기 사업 활동사진)

 

1차시 성평등 마인드맵
1차시 성평등 마인드맵
1차시 성평등 마인드맵
1차시 성평등 마인드맵
4차시 위드유 핀버튼 만들기
4차시 위드유 핀버튼 만들기
5차시 성평등 실천 계획 세우기
5차시 성평등 실천 계획 세우기

 

 가끔 저희가 준비한 내용이 여자편만 드는 수업이다라고 말하거나 뻔한 내용이라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수업을 통해 성평등,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알았다’,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 ‘계속 듣고 싶은 수업이다’, ‘이 수업 안에서 위로를 받았다등의 긍정적 평가를 하는 학생들과 사업에 대한 효과성을 경험적으로 말씀해주시는 교사들이 압도적으로 많고, 교육 전 후 실시하는 사전-사후 검증에서 지식, 의지, 실천 모두 의미 있는 변화 데이터를 보여 3년간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2018년 청소년통계만 봐도 학생들의 성평등인식은 매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의 인식 수준과 생활 속 행동은 너무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매일 온라인에서는 대환멸 댓글이 넘쳐나고 현장에서는 안티페미니즘, 불법촬영, 단톡방 성폭력, 혐오발언 등 주제로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넘쳐납니다. 학생들의 높은 성평등 인식은 어떤 구체적 내용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러한 인식과 실질적 실천에는 어떤 연결이 필요한 것일까요? 2018년 초 학교 내 페미니즘 교육에 대한 국민 청원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의 움직임은 두드러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변화하는 인식에 다양성을 더해 긍정적인 행동으로 실천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과 세심한 내용 구성이 필요합니다. 학교 내에서도 학교 밖에서도 성평등 교육은 더 확대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안과 밖의 성평등 교육활동가들이 지속적인 학습과 피드백을 이어가는 공동체로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정부에 대한 정책적 요구와 함께 학교 안과 밖에서 열심히 성평등 교육을 실천하다보면 성평등한 우리 동네, 사회로 아주 조금 다가가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성평등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교사들과 ‘#성평동사업을 함께 해주고 계신 활동가들,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존경을 담아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Inner Peace :)

 

글. 성평동팀 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