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 동영상'을 검색한 당신에게 던지는 2차 가해 경고장

2019년 3월, 한 사건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른바 정준영 사건이다. 승리, 정준영 등이 포함된 단톡방에서 구성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불법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유포. 공유, 품평한 사건이다. 피해 여성도 여러 명에 이른다. 이전에도 단톡방을 통한 성희롱 사례는 많았으나 이 단톡방에는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해당 단톡방에서 일어난 성폭력이 여러 차례에 걸쳐 있었으며 무차별적이고 강도 높았다는 사실, 또 지속적으로 폭력이 발생하고 주도적으로 은폐됐다는 사실,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사람들은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범죄 행태에 놀라는 사람들 한편에서, 어떤 이들은 이런 식이라면 “한국 남자는 다 잡혀가야 된다”고 분노했다. 자신들만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놀이’가 범죄화된 사실에 경악한 것이다. 그러나 이 분노는 오히려, 한국 사회의 남성성이 구성되는-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타자화하며 여성과의 성관계를 전시하는 것을 흥미거리로 소비하는- 방식과 생활 속에 만연한 강간 문화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다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 속에 사는 연예인들도 이런 문화의 예외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뿐이다.

 

조금 다르게 이 사건을 바라본 사람들도 있었다. ‘정준영 동영상’을 포탈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올린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건의 가해자를 지우고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추측하는 글, 사진, 동영상을 유포하고 관음했다. 언론사들이 이러한 추세에 가담하는 기사를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기도 했다.

 

피해자가 안전하게 보호 받으면서 공식적인 수사를 통해 피해를 구제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흥미 차원에서 피해자의 얼굴과 몸을 좇고 그들의 진실성을 의심했다. 이러한 현상은 사건의 초점을 흐리고 실존하는 피해자들을 고통으로 내몰았다. 이런 점에서 피해자를 궁금해 하고 관음하는 행위는 2차 ‘가해’로 지칭된다. 불법촬영 혹은 불법유포를 통한 사진, 동영상을 재유포하고 피해를 전시했다는 의미의 2차 가해이기도 하지만, 사건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흥미의 대상으로 삼아 2차적인 고통을 겪게 했기 때문이다.

 

아하센터가 제작한 2차 가해 경고장

 

 

6만 8천 회 이상의 조회를 이끌어낸 아하센터의 2차 가해 경고장은 이러한 맥락에서 제작되었다. 경고장은 사람들이 가해자가 되지 않는 것을 넘어서 방관자가 되지 않도록 2차 가해가 발생하는 SNS에서 즉각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이다. 이를 제작한 다희 기획협력팀원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경고장에서 ‘피해자가 궁금하지 않다’는 건 문자 그대로 궁금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피해자를 호기심에 뒤지고, 동영상을 올린다거나 사진을 올리고 유포하는 행위를 통해 발생하는 폭력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공정한 수사를 통해 가해 사실이 정확하게 밝혀지고 그에 맞는 처벌을 받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피해가 아닌 가해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폭력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 방향을 제대로 바라보고, 타인을 존중하는 방법을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적인 것은, 이 경고장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화답해주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2차 가해를 일삼는 사람들만큼이나 2차 가해를 불편하게 느껴왔던 사람들도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적으로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과 권리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편 아하가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2차 가해의 화살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향하기도 하고, 또 어린이와 청소년이 알지 못한 채 쏘아올릴 수도 있는 점이다. 일상 속의 사소한 장난이라는 미명하에 저지른 일이 누군가에겐 심각한 폭력이 될 수 있다. 미디어와 촬영 기술이 날로 발전하는 지금, 이러한 장난은 예상치 못한 파급력을 불러오기도 한다는 점에서 더 문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2차 가해를 비판하고 이를 저지하는 행동은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친구의 사진을 몰래 찍고 조롱하는 행위부터 대단히 무거운 피해를 초래하는 재유포 행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2차 가해. 내 일이 아니라고 침묵하기 보다는, 경고장을 이용해 피해자와 함께 하는 연대자가 되는 건 어떨까? 나의 작은 행동이 용기가 없어 숨어있는 연대자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고, 가해자를 성찰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글. 아하센터 기획협력팀 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