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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십대의 물결/아하! 청소년 활동

판깔았으듀오 '드라마'2편

 

아하!센터 청소년 동아리 또래지기2016년 하반기 대중문화 모니터링의 일환으로 대화 형식의 글을 연재합니다. 스포일러를 다소 포함할 수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향단 방자야, 넌 가장 처음 본 드라마가 뭐야? 대장금인데 매일 두근거리며 방영일을 기다렸어. 엄마가 일하시면서도 같이 봐주셨어. 어린 마음에도 장금이는 참 아름답고 당찼어. 불후의 명작이지 않을까 싶어. 그때 난 사극 드라마를 옛날에 직접 찍은 동영상인 줄 알았어. 서양의 기술이 좋으니까 당시에도 비디오가 있을 거라 생각했어. ㅋㅋㅋ 서양 사람이 당시를 찍어놓은 걸 지금의 우리가 본다고 생각했다는 게 참 귀엽고 웃기지 않냐?

 

방자 넌 네 입으로 네가 귀여웠다고 말하는 거니? ㅋㅋㅋ 이상해~

       난 풀 하우스’. 비가 나왔던 것밖에 기억 안 나. 스토리도 전혀 기억 안 난다고.

       뭔가 많이 보긴 했는데 기억은 하나도 안 난다. 그래도 어린이가 접하는 세상으로는 드라마가 제일 넓지 않았나싶어. 뉴스는 보지 않았고, 여행도 잘 다니지 않았고. 예능은 아무래도 어리니까 잘 안 봤지. 하지만 드라마는 어른들이 볼 때 같이 볼 수 있으니까. 애니메이션을 빼면 가장 접하기 쉽잖아.

 

향단 그 덕에 나는 15라는 마크 박힌 드라마도 잘 봤지. 부모님은 내가 같이 봐도 아무 말 안 하셨으니까.

       난 그때 키스신이나 침실에서의 모습 같은 애정신이 나오면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도 침 꼴깍 넘기면서 집중해 봤었어. 난 그때도 야한 걸 참 좋아했거든. 야한 게 뭔지 왜 야한 건지 모르면서도 야한 걸 무척 좋아했어. 출산 장면도 왠지 참 좋아했지. 사극의 승은이란 표현에 가슴 두근거렸었다고. ㅋㅋㅋ

 

방자 ~ 난 부모님이랑 민망해서 그런 거 못 봐~ 너 진짜 어떤 의미로 대단하다. ㅋㅋ

 

향단 9~10살쯤에는 밤마다 아빠랑 사랑과 전쟁도 봤더랬어.

 

방자 그거 19금이잖아? 완전 막장에 꽤 야하지 않나?

 

향단 ... 그래서 난 어릴 때 성교육이 좀 잘못된 것 같기도 해. 그런 걸 같이 보면서도 부모님은 딱히 덧붙여 말씀해주시는 건 없었거든.

       난 어릴 때 사극이랑 사랑과 전쟁을 너무 많이 본 나머지 아들이 무조건 필요한 거라고, 부모님이 어떤 말씀을 해도 따라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었어. 남편에게 맞고 사는 게 당연한 거까지는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어. 그 영향인지는 몰라도 지금도 결혼하게 돼서 아이를 딱 하나만 낳는다면 아들을 낳고 싶어. 딸이 싫은 건 아닌데 왠지 그런 느낌..? 그리고 내가 자궁이 좀 약하거든. 아이를 혹시 못 가지면 어쩌나 해서 걱정도 많이 했어. 드라마에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는 가치 없는 존재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잖아. 내가 그렇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고민했어. 부모님도 좀 보수적인 분들이시거든. 그래서 더 그랬을지 몰라. 뭐 그래도 지금은 여러모로 많이 나아졌어. ^_^

 

방자 요즘은 애들이 실제 사람과 이야기를 접하기보단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 속 세상을 보며 자라는 게 사실이야. 우리부터가 그렇잖아. 그래서 부모님들이 지도를 잘 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 가치관 같은 건 솔직히 어릴 때 확립된 걸 평생 가지고 갈 확률이 높잖아. 어라, 너무 부모 탓만 하는 건가. ㅋㅋㅋ 우리 부모님은 늘 부모 탓 하지 말라고 내가 스스로 비뚤어지게 큰 거라고 그러시거든. ㅋㅋㅋ 하지만 아주 아기 때부터 미디어에 노출되어서 크는 건 맞는 말이잖아. 중요한 일인 것 같아.

         너도 여러모로 많이 힘들었을 것 같네...

 

향단 아니야, 별로. 괜찮아. ㅋㅋㅋㅋ

       요즘은 드라마 어떤 거 봐? 최근에. 난 이준기가 너무 좋아서 달의 연인 보보경심을 보고 있어. 하지만 원작을 따라잡긴 힘들더라.. 솔직히 재미없어. 단지 팬심으로 볼 뿐...

 

방자 난 지금은 딱히 보는 건 없어. 얼마 전엔 디어 마이 프렌즈를 열심히 봤었어.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선배인 노희경 작가가 극본 쓴 드라마니까 꼭 보라고 하도 그러셔서 보기 시작했는데 너무 좋더라고. 어르신들과 청년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참 좋은 드라마였어. 엄마와 매주 이 드라마를 보며 울었어. 감동적이야. 우리 청년들이 어른들을 보며 그저 지나친 것들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어.

 

출처 : tvN 홈페이지

 

향단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들이 종종 나오지. 이것도 그런 것 같네. 좀 다른가?

 

방자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나온 드라마나 영화는 그저 시니어를 다루었을 뿐인 게 많았던 것 같아. 하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함께 진행돼. 그러면서 세대가 서로 대화를 나누고... 결국, 서로를 이해하는 거지. 그뿐이야. 이해하고, 사랑하고...

 

향단 , 좋다. 나도 꼭 봐 보고 싶네~ 거기서도 어르신들의 연애 스토리 나오지?

 

방자 당연히 나오지. 어르신들 연애 하는 게 얼마나 예쁘고 귀엽게 묘사되는데. ㅋㅋㅋ

 

향단 그런 거 보면 남녀노소가 사랑하는 마음은 다 같은 거 같아~ 왜 많은 사람이 어르신들의 사랑을 부정적으로 보는 걸까. “다 늙어서 주책없구나.”라는 말을 사람들은 하곤 해. 나이에 따라 사랑은 아름답기도 하고 추해지기도 하는 걸까? 그저 나이 때문에 말이야. 나이가 들면 외롭지 않아야 하고 그립지 않아야 하는 걸까.

 

방자 디어 마이 프렌즈에는 그런 장면도 있었어. 젊은 난희는 친정어머니는 아버지께 맞고 살고, 자신은 남편과 동창의 외도를 목격해. 살기가 힘들었던 나머지, 젊은 난희는 어린 완에게 농약을 탄 요구르트를 마시게 하지. 후에 난희는 동반자살을 하려 했다고 말해. 완은 그때를 회상하며 이런 말을 하지. “그때 난 깨달았다. 난 엄마 꺼구나. 엄마가 하라는 거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구나.”

 

향단 참 안됐다.. 동반자살이라... 이 말 참 웃긴 것 같아. 잘 생각하고 써야 하는 말이야.

 

방자 난희는 마흔이 다 되어가는 딸, 완이 아직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기를 원해. 과거 연인과의 동거 사실과 흡연자라는 것에 엄청 화를 내더라. 여자가 그러면 안 된다고 말이야. 완이 연인을 사랑하는 걸 알지만 장애인이 되었기에 결혼할 수 없다고 해. 완이 그러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며 마음을 이야기하기 전까지 난희와 완은 서로를 몰랐어. 난희는 완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살아왔을지 몰라. 단 하나뿐인 귀한 딸이라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야. 그래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는 거고.

       네 말처럼 동반자살이라는 말도 이상해. 아이도 죽기를 원할까? 자녀 살해 후 자살이 더 맞는 말 아닌가 싶어. 그래서 내가 찾아봤어. 사회복지학사전에 따르면 가족동반자살이나 가족집단자살은 부모가 자녀들을 살해 후 자살하는 것을 잘못 일컫는 말이라고 하더라고.

 

향단 사전에서도 잘못된 말이라고 쓰여있지 않았으면 정말 슬펐을 것 같아. 아동 인권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 디마프의 난희 같은 인물도 얼마나 우리 주변에 많아.

 

방자 , 우리 진짜 얘기 엄청 많이 했어!! 지친다, 지쳐! 다음번엔 어떤 얘길 해볼까?

 

향단 그러게. 진짜 입 아플 정도야. ㅋㅋㅋ 예능이나 광고 관련된 얘기해보는 건 어때?

 

방자 그래, 좋아~!!!! 다음에는 같이 이야기할 사람이 한 명 늘 것 같은 예감인 걸~!!

 

 

 

 

+못 다한 이야기...

 

방자 신데렐라 소재는 어느 드라마나 나오지 않나? 우리 엄마가 아침마다 보시는 드라마는 안 나오는 거 없어. 안 나오는 드라마가 있어?

 

향단 근데 난 사실 신데렐라 스토리가 이상하다 여기는지 모르겠어. 대부분 신데렐라 역은 여자니까 여주인공이라고 할게. 여주인공은 힘들게 살아왔어. 맨날 세가 빠지게 일만 하고 구박받고. 그리고 남자주인공을 만나서 잘살게 되지. 여자주인공에게 행복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자기가 성취해낸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해.

 

방자 그렇지만 신데렐라 스토리를 가진 대부분의 이야기를 보면 여주인공이 지닌 여러 열악한 조건들과 문제들이 남자주인공의 부와 권력으로 한 번에 해결되는 경향이 있어. 그게 문제인 거 아니야? ~ 어렵다~ 모르겠어. ㅠㅠ

 

향단 생각해보니 그런 해석도 가능하네. 꼭 구원받는 것 같아.

       그리 생각해보면 설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건가? 스토리 진행의 문제인 거야?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렵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