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채팅 앱의 악몽 “내 몸캠이 SNS에”

채팅 앱의 악몽 “내 몸캠이 SNS에”
입력 7일전 | 수정 21시간전


이트 성폭력에 우는 여자 청소년들


남자 청소년들, 집단 영웅심리 작동하면


또래집단 합세해 여자친구 ‘돌려먹기’(집단 강간)도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데이트 성폭력 피해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하센터가 진행한 ‘2013년 청소년 성문화 연구조사’에서도 연애를 하면서 ‘커플 앱을 사용해봤다’가 36.6%, ‘스킨십 장면을 사진으로 찍은 적 있다’가 13.0%, ‘성적인 내용의 문자(채팅)를 주고받았다’가 10.4%로 드러났다.

올해 들어 부쩍 눈에 띄게 많은 상담 사례는 청소년들의 ‘몸캠’ 유포와 몰카 촬영이다. 몸캠의 경우 주로 채팅 앱에서 만나 온라인상에서 사귀는 사이가 되고 금방 친밀한 관계가 되면 서로의 알몸과 성기 사진을 주고받는다. 문제는 헤어진 후다.


주로 남자 청소년의 경우 복수심 또는 장난(?)으로 상대의 몸캠 사진을 반톡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여자 청소년들이 겪게 되는 수치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왜 남자애들은 자기가 성관계를 했다는 것을 널리 알리려고 하는 걸까요?” 여자 청소년들은 데이트 과정 중 처음에는 확실한 허락도, 거절도 없이 성관계를 하게 되고 사귀다 보면 남자 청소년들은 만남의 목적이 성관계인 듯 지속적으로 요구를 하게 된다.


반면 생각했던 연애와 다르게 전개되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갈등이 빚어지고 여자 청소년들은 걱정되는 또는 재미없는 성관계를 중단하고 싶어 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방식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데 남자 청소년들의 경우 특히 물리적인 폭력과 협박을 사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남자 청소년들의 집단 영웅심리 등이 작동을 하면 또래집단까지 합세해 자기 여자친구를 ‘돌려먹기’(집단 강간)까지 한다. 이런 잔인한 행동은 주로 평상시 아는 관계에서의 연애라기보다는 익명성을 가지고 채팅 앱 등을 통해 만난 경우가 많아 보인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스스로 드러내지를 못한다. “아직 어린 것이 연애를? 그것도 성관계까지? 애시당초 하지 말았어야지.” 부모님은 물론이고 학교나 청소년상담실에 있는 상담원조차도 불편해하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드러나는 경우는 피해자가 고통스러워서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거나 남자아이가 자기의 행동을 친구에게나 SNS 등에 떠벌이고(?) 다니다가 덜미가 잡히는 경우다.


문제는 이런 데이트 성폭력이 드러나면 청소년인 피해자나 가해자는 둘 다 감당하기 쉽지 않은 어려운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폭력 처리 과정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무조건 부모님을 소환해 통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모님의 반응은 예측할 수 없다. 아이들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사건을 크게 전개시키거나 반대로 아주 쉽게 덮어서 무마해버리려고 하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매뉴얼에 따라 피해자가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가해자에게 무조건 사과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의 마음은 살피지 않는다. 데이트 성폭력인 경우 피해자는 미묘한 양가감정에 혼란스러워한다. 사랑과 폭력의 경계가 혼란스러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참으로 힘겹다. 이 지점을 누군가가 섬세하게 들어주고 청소년의 수준에서 상황을 해석하고 수습해 갈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해줘야 하는데 아이들 가까이에는 이것을 함께할 어른들이 많지 않다.


가해 행위를 한 남자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남들 다 그렇게 한다고 배워서 했을 뿐인데 그게 사랑이지, 왜 성폭력이냐며 억울하다고 하소연을 한다. 요즘은 학교든 어디든 남자 편은 하나도 없다며 입에 거품을 물고 분노를 쏟아낸다.


청소년들이 성교육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여자들은 ‘싫어요, 안돼요’, 남자들은 ‘하지 마라’뿐이라고 한다. 머리가 크고 몸이 자란 청소년들은 연애와 성관계, 성적 의사소통 등을 배워본 바가 없다. 이제 성교육은 계몽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스스로 주체화하고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자와 남자에게 서로 다르게 읽히고 해석되는 사랑과 연애에 대해 청소년의 코드로 소통하고 담론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