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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성(Sexuality)을 읽다./문화에서 성을 찾아내다

[도서] 반짝반짝 빛나는

작성일 : 09-05-30 18:25             
[도서] 반짝반짝 빛나는
글쓴이 : 아하지기 (59.15.196.148)  조회 : 281  


이번 달은 아하지기들과 함께 스터디를 했던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을 소개하려 한다. 

알코올 중독자 아내, 게이인 남편, 그리고 남편의 애인. 
이들은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주인공들로만 봐서는 절대로 평범하지 않고 자극적(?) 이란 편견을 갖게 할 수 있지만 막상 글을 읽게 되면 묘한 매력에 이끌려 처음 느꼈던 편견은 금새 사라지고 어느새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알코올 중독자이면서 정서불안증세가 있는 쇼코는 가정을 갖게 되면 안정을 찾지 않겠냐는 부모님의 조언으로, 동성애자인 무츠키는 의사란 직업 상 혼자 있으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결혼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로 사랑해서 시작하는 결혼생활이 아니기에 불행하다 할 수도 있고 이상하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결혼생활은 매우 따뜻하고 행복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쇼코는 시도 때도 없이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물건 집어 던지기는 기본, 술에 취하면 보라 아저씨-화가 세잔의 수채 자화상- 앞에 서서 노래를 부르고, 곤이 선물한 화분과 대화를 나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무츠키는 조용히 지켜봐 주고 자상하게 대해 준다. 

반면 사회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의사이지만 동성애자로 오랜 연인이 있는 무츠키. 쇼코 역시 이런 무츠키를 이해하고 그의 애인인 곤의 존재마저 받아들인다. 

주인공들의 삶의 모습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다. 
모든 사람들은 생각, 행동, 생김새 등등이 다 다르고 분명히 개인차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물론 그 중에 나도 포함되지만)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하기보다는 ‘잘못된 것’ 또는 ‘틀린 것’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참 많다. 심지어 끊임없이 지적하고 바꾸려 들기도 하면서. 특히나 연애관계나 부부가 되는 등 특별한 관계 안에서는 더욱 더 그런 것 같다. 내가 기준이 되어서!! 

이 글의 주인공 쇼코와 무츠키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무츠키는 쇼코를, 쇼코는 무츠키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하는 모습이 나에겐 참 인상적이었다. 

뭔가 기준이 세워지면 그 틀을 되도록 변형하지 않으려 하는 나이기에, 더욱더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나에겐 더욱 어려운 일이기에, 이들의 이런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 아이들을 만나 교육을 하거나 집단상담을 할 때 꼭 하는 말이 있다. 나와 상대방과의 차이를 존중하고 상대의 의견을 이해하고 배려해 주어야 한다는 말. 하지만 어느 순간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는 내 모습을 다시금 발견하며 ‘차이는 다름이지 틀린 것이 아님’을 다시금 머릿속에 새겨본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상담사업팀 양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