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하! 십대의 물결/성(性) 이야기 작품전

성장 15세 <섹슈얼리티 感상>

작성일 : 09-10-29 14:37             
성장 15세
글쓴이 : 아하지기 (211.104.177.42)  조회 : 799  

<섹슈얼리티 感상>

성장 15세

 

계남고등학교 2학년 김성희

 

태우가 긴장한 듯 침을 꿀꺽하고 삼키는 소리가 조용한 집안에 엄청나게 크게 울렸다.

"뭐야, 긴장 하냐?"

"아니거든......."

자신도 엄청나게 긴장한 주제에 괜히 태우 앞에서 태연한척 했다. 마우스를 옮겨 숨겨진 파일을 열었다. 제목만으로도 알 수 있는 엄청나게 외설적인 이름의 동영상들이 뜬다. 집안에 컴퓨터 화면의 불빛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떨리는 손으로 파일 중 하나를 더블클릭했다. 가슴이 엄청나게 큰 여자가 엄청나게 크게 교성을 지르며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

우리는 그날 밤 신세계를 찾았다.

 

"야, 어제 보내준 거 봤어?"

"어. 근데 여자 얼굴이 그게 뭐냐?"

"그만하면 충분히 예쁘잖아. 네가 구한거보다 훨씬 나아."

"뭐? 내가 구한 게 어때서!"

그냥 흘려들으면 티격태격하는 중학교 2학년 남자애들의 대화이지만 사실 엄청난 발언들이다. 우리는 처음 야동을 접한 초등학교 때 이후로 야동에 맛이 들려버렸다. 그러다보니 어지간한 포르노스타들은 다 알고 있고 야동의 제목들로 끝말잇기를 할 수도 있을 정도다. 꽤나 난다 긴다 하는 애들도 야동 앞에서는 우리에게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다. 밤마다 우리에게 손을 벌린 애들의 수가 몇이더냐. 나는 씨익 웃었다.

"야, 나 어제 게임하려고보니까 용량 딸리더라."

"다 네 컬렉션 때문이지 뭐."

한참을 킥킥 비웃었다.

"야 김태준!"

"뭐, 김태우?"

"아씨 쟤 짜증나."

"선생님, 태브라더스 또 싸워요."

선생님과 함께 반 애들이 한꺼번에 웃는다. 내 이름 김태준. 저 놈은 김태우.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반만 되면 출석번호가 붙어서 친해졌다. 악연인지 인연인지 이 녀석과 같은 중학교에 와 버리는 바람에 붙어버렸는데 1학년도 모자라 2학년까지 녀석과는 정말 잘도 붙는다. 그러는 바람에 김 씨 형제부터해서 별별 별명이 다붙었다만, 요즘은 '태브라더스'라고 불리고 있다. 남자애들에겐 '야동 서생들'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그건 그냥 묻어두자.

"자자, 이제 시험기간이니까 다들 공부 좀 하자?"

담임선생님이 출석부로 교탁을 치며 강조한다. 나보다 더 성적이 안 나오는 태우는 표정이 심드렁하게 변했다. 이럴 때면 나오는 말이 있는데 말이지.

"아, 야동으로 시험 보면 진짜 외고도 꿈은 아닌데."

"그렇게 되면 외고가 아니라 야동고겠지."

"그럼 누가 야동고 안 만들어주나."

한숨같이 시작했다가 결국 웃어버리고 만다. 나중에 커서 로또라도 당첨된다면 야동고를 만들 거라고 서로 다짐하면서 말이다.

 

학원을 다녀오니까 가족들은 다 자고 있는 것 같았다. 컴퓨터를 켜서 파일을 열었다. 어제 태우가 준 것들을 다시 확인하고 파일에 넣을 예정이었다.

"어?"

숨겨져 있어야할 파일이 왜 나와 있지?

"야, 김태준."

"헉. 누, 누나?"

뱁새눈을 한 누나가 어느새 옆에 팔을 꼬고는 서있었다.

"너, 그 야동들 뭐야?"

"왜 남의 컴퓨터는 맘대로 뒤지고 그래?"

"내가 남이냐? 남이야? 그건 그렇고 저 방대한 양의 야동들 다 뭐냐고."

"왜, 뭐가 어때서."

"뭐가 어때서? 너 지금 저게 정상이라고 생각해?"

"누나가 보는 호모만화들보다는 정상이라고 생각해."

누나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호모만화 아니야! BL이라구! 보이즈러브!!"

"아, 그래? 게이만화."

"야!!!"

누나가 빽, 하고 소리 지르자마자 형이 엄청난 표정으로 들어왔다.

"너희들 정말, 쌍으로 잘하는 짓이다. 야동을 쌓아두고 보는 너나 호모를 쌓아놓고 보는 너나. 남매가 쌍으로 변태냐?"

나와 누나의 얼굴이 빨개졌다 파래졌다하다가 동시에 형에게 소리쳤다.

"형이 금발패치인거 다 알거든?"

"오빠가 금발패치인거 다 알거든?"

형의 침대아래에 쌓여져있는 금발미녀들의 누드 스크랩북은 이미 우리 남매사이에 공공연한 비밀이나 다름없었다.

 

*금발패치 : 금발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

 

"푸하하하, 그래서 셋이서 오밤중에 그렇게 다퉜단 말이야?"

쉬는 시간에 달려가서 사온 우유에 꽂은 빨대를 질겅질겅 씹었다.

"당연하지. 누가 누굴 훈계하려 하는 거야?"

"킥킥, 아 정말 네 가족은 뭔가 매일 매일이 시트콤이야."

"아, 나는 니가 매우 부럽다, 외동아들이여."

우유팩을 쓰레기통에 던졌다.

"야,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랑 나는 취향이 안 맞아."

"응?"

"봐봐. 너는 무조건 여자가 가슴 크고 몸매 빵빵하면 오케이잖아."

"그건 그렇지."

"나는 여자 신음소리라던가, 파트너의 퀄리티도 신경 쓴다구."

"그래도 넌 스토리 들어간 건 싫어하잖아."

"그건 그래. 그냥 흔들면 되는 걸 질질 끄는 건 짜증나."

한참을 그렇게 수다를 떨고 있었을까, 옆에서 심상찮은 기척이 느껴졌다. 옆을 보니 프린트를 정리 중이었던 반장이 귀까지 새빨개져서 쳐다보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얘가 내 짝이었지

"......."

"음, 그러니까 반장?"

"이런 저질들!"

빽, 소리를 지르며 모아놓은 프린트를 태우 얼굴에 던져버리고 도망가는 반장 황민지였다.

"뭐야 쟤."

책상에 흩어진 프린트를 모으면서 태우가 미간을 좁힌다.

"낸들 아냐."

 

알고 보니 반장은 매우 순진빵이었다. 뭔가 살짝 야시시한 발언만 해도 얼굴이 새빨개지곤 했다. 신선한 반응이 은근히 놀려먹기 재밌어서 가끔씩 생각날 때면 건들고 본다.

"어제 그거 봤어?"

움찔

"엉, 당연히 봤지."

움찔.

"어제, 그 여자 가슴이......."

"그만해 이 변태들아!"

움찔거리다가 결국에는 씩씩거리며 얼굴이 새빨개져서 악을 쓰는데 내 키보다 한참이나 작은 반장은 박력이 없었다.

아, 놀려먹기 정말 재밌다.

"내가 뭘 했는데?"

뭔가 따지려고 하다가 또 뭔가 떠올랐는지 얼굴이 새빨개진다.

"이, 이, 나쁜 놈들!"

귀까지 빨개진 얼굴로 상처받은 얼굴을 하고 또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반장을 보다가 결국에는 태우나 나나 둘 다 배를 잡고 웃어버렸다.

"푸하하, 진짜 반응 신선해."

"아, 나 죽네. 완전 웃겨."

한참을 배를 잡고 웃었을까, 누군가가 우리의 귀를 잡아당겼다.

"아, 아파!"

"뭐야?"

"뭐긴, 뭐야. 네 담임선생님이다."

"에엑?"


"그러니까 자네들, 내가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의하면?"

"정체가 '변'태브라더스 라더라."

"에엑?"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런 맹꽁이 같은 것들."

자칭 사랑의 꿀밤을 각자의 머리에 한 대씩 더 먹여주시는 우리의 자비로우신 담임선생님. 별로 안 아파보이지만 정말 눈물 쏙 빠지게 아프다. 정말 머리에 구멍 나는 기분이 드는데 며칠간 혹이 머리에서 군림할 것 같다. 태우가 한참 머리를 쓰다듬다가 대뜸 선생님께 버럭 소리 지른다.

"머리 나빠져요!"

엇쭈, 이미 머리 나쁜 게?

"야, 넌 그 소리 할 자격 없거든?"

"뭐? 이게 김태준 너 성적 나보다 높은 거 다 학원빨이거든?"

"뭐야? 그럼 개나 소나 학원 다니면 성적 오르나?"

"당연하지!"

"개나 소는 올라도 넌 안 오르거든?"

"뭣이??"

"이것들이 선생님 앞에서도 싸움질이냐?"

교무실에 와서 소란을 피운 죄로 사랑과 정의의 꿀밤연타를 맞았다. 이젠 별이 보인다. 별이 보여. 우씨, 이게 다 김태우 때문이야.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무튼 너희, 툭 까놓고 말해보자."

"뭘요."

"야동을 왜 그렇게 보는 거니?"

직격으로 물어 볼 줄이야, 세상에 하느님 맙소사였다. 우리는 진지한 선생님과는 다르게 굳어있었다.

"왜요, 한참 볼 나이잖아요. 한창 때인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게, 너 나보다 키 4cm나 작거든?"

"아씨, 키 얘기하지 마. 4cm, 얼마차이라고 금방 따라잡을 거라고! 그리고 너 나보다 생일 늦거든?"

"그래서?"

태우놈이 다리를 꼰 채로 턱을 들어 거만한 포즈를 잡는다.

"형님으로 알아 모시라고."

"웃기고 앉았네."

"얘들아 우리 얘기 중이었단다."

선생님은 살며시 주먹을 쥐셨는데 우리는 단번에 꽁트같은 대화를 멈췄다. 이 이상 사랑의 꿀밤을 먹었다간 진짜로 머리에 구멍 나는 수가 있다.

"자, 너희 포르노스타 이름을 몇 개나 알아?"

"셀 수 없을 정도로 아는데요."

이, 쓸데없이 정직한 놈 같으니! 그걸 곧이곧대로 말하는 바보가 어디 있냐?

"그럼 야동은 얼마정도 있는데."

"10G도 넘는 것 같은데....... 안 그래, 태준아?"

여기 있구나. 여기 있었어. 쓸데없이 정직한 바보 놈이 하필 내 친구였다니.

"그럼 야동을 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

내게 답을 말하라는 듯 시선을 맞춰오는 선생님 이셨다. 철면피를 깔아도 강철판으로 깐 태우놈과는 다르게 나는

왠지 우물쭈물해져서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기 힘들었다.

"아무래도, 이 나이에는 성적경험을 하기 어려우니까. 그러니까, 그래서, 음........ 그래서 보는 것 같아요."

"호기심도 채워야 하잖아요. 원래 자고로 지식의 샘은 아무리 흘러도 부족하다, 라고들........"

"비유가 틀리잖아. 멍청아, 비유가."

또다시 꽁트가 시작되려하는 우리를 선생님은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건 그렇고 너희 왜 그렇게 민지한테는 짓궂게 구는 거야?"

"민지요?"

"누구야, 그게?"

정말로 모르는 태우의 표정과 이름과 얼굴이 매치가 안 되고 있는 나를 정말로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황민지 말이야, 우리 반 반장."

"아아, 그 순진빵."

필터링없이 입을 연 태우는 또 다시 꿀밤을 맞았다. 너 전치 4주는 확정이다, 야.

"반장 반응이 신선하고 재밌어서 그랬는데, 그냥 장난이었어요."

"성희롱이야."

"네?"

미간을 좁힌 선생님이 검지손가락을 세우며 말했다.

"너희가 민지에게 한 짓은 성희롱이라고. 징계 먹을 수도 있는 엄청난 일이야."

헐? 이라는 글자가 태우와 내 머리를 슉, 지나갔다.

"선생님 우리는 그러니까, 반장을 만지거나 걔 신체에 대해 말한 적도 없는데요?"

언젠가 성희롱과 성폭행의 정의를 지나가다 읽은 적이 있어서 최대한 기억을 떠올려서 말씀드렸다.

"여성이 성적으로 불쾌하다고 느낄 발언을 했다면 무조건 성희롱이야. 아까 들어보니까 순진한 여자애 옆에서 포르노얘기를 하지 않나, 내가보기엔 너희 너무했다고."

"그, 그러면 이젠 다신 안할게요."

깨갱하고 꼬리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리고 아예 보지 말라는 소리는 안 할 테니까 좀 줄여라."

"야동이요?"

“그래 이 녀석들아. 교육적인 훈계를 하자면 너희 같은 어린 나이에 무분별하게 포르노를 보다간 혼란을 겪게 된단 말이야. 그러니까, 적당히 좀 봐."

"네에."

"대답 길게 늘이지 말고."

"네!"

적당히 인사를 하고 교무실을 뛰쳐나왔다. 바보 같은 태우놈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한번 들어주고는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태우가 괴성을 지르며 쫓아온다. 그렇게 운동장을 전부 가로지르도록 나는 내 컴퓨터의 야동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뭐??"

"지울 거야, 전부."

주말을 틈타 우리 집에 온 태우는 가벼운 티셔츠와 트레이닝복차림이었다.

"뭐야? 정말로?"

"정말, 진짜, 진심으로 전부 지울 거야."

"왜? 너 저번에 담탱 때문 인거야?"

"담임선생님 때문 아니야. 우리 형 때문이지."

태우의 눈초리가 더 싸늘해졌다.

"네 형이 또 뭐라고 하기라도 했어? 엉? 그것 때문에 그러는 거야?"

"아니, 그저......."

"뭔데 그러는 건데!!!"

태우가 이젠 멱살잡이를 하듯이 내 어깨를 짤짤 흔들어댔다.

"우리 형....... 그 나이까지 여자 친구가 없는 거 보면 포르노 때문인 것 같단 말이야."

"........"

"나도 이것들만 보다가는 여친 없이 내 청소년기가 끝날 것 같단 말이야."

"저, 정말 여친 없어?"

"없어! 단 한 번도 없었어. 끔찍하다고, 게다가 형의 머릿속에는 온통 금발 여자와의 그것밖에는 생각 안 해. 그런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아."

"어, 엄마....... 나도 그렇게 되고 싶진 않다고."

태우도 바퀴벌레라도 입에 한가득 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그 놈의 형이 문제다. 형이 금발거유여자밖에 생각 안 하는데 어떤 여자가 형과 사귀고 싶어 하겠느냔 말이다! 호모만화 보느라고 세상 모든 남자들을 커플로 엮는 누나도 마찬가지다. 둘 다 아무런 연애가 없는 것을 보면 유전 같아서 나도 그럴지도 모른단 말이다. 내 목표는.......!!

"내 목표는 고등학교 때까지 귀여운 여친을 만드는 거란 말이야!!!!"

"나, 나도."

유전적으로 포르노에 빠질 수밖에 없는 타입이라면 답이 없단 말이다! 절대로 끊어 주겠어 야동!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연애한번 없을 십대를 생각하니 녀석도 까마득한 듯 새파래져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내가 연애결혼에 성공한 아버지께 상담을 했지."

"뭐?"

"정말이라고."

나는 정말로 진지하게 상담을 청했었다.

 

"아버지!"

"뭐, 뭐냐 그런 이상한 호칭."

"아버지도 아빠잖아요."

"그래도 막내가 그리 부르니까 어색하구나."

아빠는 눈살을 찌푸리며 담배를 끄셨다.

"아빠, 상담할게 있어요."

"옳지. 뭐냐 우리 막둥이."

침이 꼴깍 넘어가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다.

"혀, 형이랑 누나 전부 그 나이 되도록 연애한번 못했어요."

"그렇지 아마. 내가 알기로도 아직 일게다."

"하지만 저, 전 그러고 싶지 않단 말이에요."

내 목소리는 저절로 울먹울먹 거렸다. 핑크빛이 하나도 없는 청춘이라니 상상만 해도 서글프기 그지없다.

"푸하하하, 결국 그런 상담이란 말이냐!"

"비웃지 마세요, 전 심각하다 구요!"

말렸지만 아빠는 몇 분간이나 신이 나게 웃었다.

"네 형과 누나의 이유가 뭐라고 생각 하냐?"

‘금발패치와 호모를 좋아하는 거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것을 말했다간 아빠는 충격을 받을 것이요, 나는 누나와 형에게 상당히 맞을 것으로 예상되어서 조금 필터링했다.

"형은 외국여자를 좋아 하구요, 누나는 취향이 고약해요."

"오호, 그렇구나. 그렇다면 너는 왜 아직까지 연애를 못해봤다고 생각 하냐?"

"야.......동을 봐서인 것 같아요."

"뭐야, 뭐?"

"포, 포르노요."

"떽, 이 놈 많이 본게냐?"

"조, 조금?"

"그럼 이 아빠가 해결책을 내주마."

 

"그래서 아빠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셨지."

"뭔데! 뭘 해야 솔로탈출 할 수 있는 건데?"

태우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내가 하려던 일이 바로 그 해결책이야."

"뭐? 그 야동 전부 지우기?"

"응."

"어째서 여친 만드는데 야동을 지워야 한다는 거야?"

"첫 번째로 야동은 많이 보면 볼수록 잘못된 성지식이 쌓여, 라고 하셨어. 여자 친구를 봐도 그저 그런 일 밖에는 생각이 안 든다는거야."

"그, 그런 건가."

"그렇지, 그 경우 중에 하나가 우리 형이지."

"그렇겠지, 사실 나도 야동을 하도 많이 보니까 강간이 나쁜 짓으로 느껴지지가 않더라."

"나도 그래. 그리고 그게 바로 두 번째 이유야. 하도 야동을 보니까 포르노의 잘못된 점을 깨닫지 조차 못하고 현실로 받아들인대."

"그, 그런가?"

"어. 우리 하도 많이 봐서 강간이나 여고생 섹스 같은 게 이젠 익숙하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성범죄까지 이르지 않을지라도 여친의 확실한 거절표시 같은 걸 포르노의 일부분하고 같이 느낄 수도 있다는 거지."

"그렇군, 그럼 세 번째는?"

"알다시피 우리가 보는 포르노는 가슴도 이만하고 예쁜 여자들만 있잖아."

"엉."

"현실의 여자에 만족을 못하고 포르노속의 여자에게 얽매일 수 있대."

"오 마이 갓. 그럴 리가."

"나도 몰랐는데 많이 봐서 그런가, 모든 여자애들의 가슴이 조금 작아 보일 때가 있다고."

"아, 오늘 진짜 생각치도 못한데서 뒤통수 많이도 얻어맞네."

"그러게, 그리고 마지막."

"뭔데?"

"자위 많이 하면 키 안 큰데."

마지막 말과 함께 우리는 엄청난 고함을 지르며 침대에서 뒹굴었다.


"근데 야동지우기 말고는 할 일없어?"

한동안 고함을 지르면서 좌절과 패닉에 뒹굴다가 겨우겨우 진정한 태우가 물었다.

"어, 그 다음에는 성교육을 받거나 성상담을 받아보랬어."

"그럼, 담임선생님한테 가볼까?"

"꼭 그렇게 해야 되? 야동지우는 거면 됐지 뭐."

"담임하고 그런 얘기 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서, 네 아버지보다 젊잖아."

태우의 말에 서로 킥킥하고 웃었다.

"아무튼 난 다......."

"다 지웠지."

정말 눈물 난다. 어떻게 모은 양인데, 얼마나 아끼던 자료들이던가.

"어, 어흑."

"울지 마 동지......."

"태, 태우야....... 내, 내 제시카가, 미카랑 소라 아오이도 으엉."

"태준아.......흐엉"

이젠 비어버린 폴더를 망연자실하며 바라보다가 서로 엉겨 붙어서 울음을 달랬다.

"난 이 연애 반댈세."

화들짝 놀라서 울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누나가 방문에 기대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나?"

"난 이 연애 반대다. 아무리 내 동생이라지만."

으흥 하고 팔짱을 끼는 누나다. 맙소사 이 싸이코같은 누나는 나랑 태우놈을 그, 호모로 엮어놨나 보다.

"누나 제발 그런 짓 좀 그만할 수 없어?"

"그런 짓이 뭔데?"

"나랑 내 친구 놈이랑 엮어놓는 거! 그렇게 게이가 좋아?"

"아니야! 누가 그래!"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러니까 남친이 없는 거야! 그냥 누나가 게이하지 그래?"

"야!!!!! 됐으니까 네 친구랑 놀기나 해!!!!"

엄청난 소리와 함께 방문이 닫혔다. 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씩씩 거리고 있었다.

"너희 집 정말 이러는구나."

아까와는 또 다른 이유로 울면서 한참이나 웃는 태우놈 이었다.

 

"그래서........"

"네, 선생님."

"그러니까 너네는 그렇게나 많은, 크큭........"

"그래요, 포르노 다 지웠어요."

"푸하하하, 그렇게 연애가 중요했니? 요 녀석들!"

"놀리지 마세요!"

선생님은 그저 웃겨 죽겠다는 듯 하루 종일 웃을 기세로 교무실에서 뒤집어지셨다.

"아무튼 너희도 참 대단 하구나 그런 방대한 양을 한 번에 다 지우다니 말이야."

"생각나게 하시면....... 크흑."

"울지 마 태우야 우린 이미 저질렀어."

"그, 그렇지만."

우리는 어느새 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부둥켜안고 서로를 위로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또 웃기신 듯 선생님은 교무실이 떠나가라 웃으셨다.

"너희 콤비는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웃기는구나!"

"놀리지 마시라니까요, 흐엉."

"그래 성상담을 해주라고?"

"네, 저희는 한동안 포르노만 보느라고 보통의 성지식은 못 쌓았거든요."

"그러면 너희가 질문을 하면 내가 답을 해주마."

"어....... 그럼 뭘 물어야 하는 거지."

"나! 나 먼저! 선생님 그거 할 때요 정말 그렇게 오래해요? 야동은 대게 30분도 넘잖아요!"

대뜸 그렇게 민망한 질문을....... 나는 얼굴이 붉어진지 오래인데 묻는 태우나 듣는 선생님이나 태연한 게 이상하다.

"그렇게 오래는 못 해. 포르노는 나눠서 여러 번 찍으니까 그렇게 긴 거야."

"그럼 포르노랑 실제랑은 많이 틀린가요?"

"태준이가 좀 더 핵심을 집는구나, 그 질문에 답하자면 먼저 이 얘기를 먼저 해주마. 너희 짝퉁이란 걸 아니?"

"알죠."

"그럼 집에 굴러다니는 바가지 같은 것에도 짝퉁이 있을까?"

"에이, 그런 것에 짝퉁이 어디 있어요."

"그렇지, 그렇다면 짝퉁은 어떤 것에 있을까?"

"명품이나 좀 더 비싸고 특별한 거요."

"그래, 그런 것에 짝퉁이 있지 바가지같이 흔한 것에는 짝퉁이 없어. 포르노가 생긴 이유도 그거야. 성이라는 것이 굉장히 고귀하고

중요한 것이기에 그런 짝퉁이 생긴 것이지. 그러니까 성을 더럽다거나 안 좋게 느낄 필요도 없어."

"헤에, 뭔가 알 듯도 하구요."

"너희 짝퉁을 본 적 있지?"

"예, 저희 누나가 짝퉁가방을 좋아하죠."

"그렇구나, 진짜 명품과는 다르지?"

"네, 완전 달라요. 조금 질이 떨어 진달까."

"포르노도 그것과 마찬가지인거지. 자 이제 이해가 좀 되지?"

"야동은 이제 마스터한 기분이에요. 다른 의미로요."

"자, 그럼 가봐. 나중에 궁금한 게 생기면 다시 오고."

선생님은 우리를 보내면서 나중에 너희 때문에라도 성교육을 해야겠다면서 웃으셨다. 교무실을 나서는데 반장과 마주쳤다.

"어, 반장!"

"......."

우리를 피해 선생님한테 달려가는 반장.

"쟤 진짜 조그맣다. 150쯤? 우리랑 20cm도 넘게 차이나는 거 같아."

"그러게."

반장에게 한 짓이 성희롱 이었다고 하셨을 때는 정말 이해가 되질 않았는데 이제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매번 얼굴이 새빨개져서 변태라고 소리 질렀었는데. 선생님과 얘기하는 것을 잠깐 지켜보았다. 역시 작은 애들은 얼굴도 작구나. 선생님에게 손짓을 써가면서 얘기를 하는데 손도 엄청 작다.

"야, 어디가?"

나는 나를 부르는 태우를 무시하고 엄청난 속도로 계단을 올랐다. 세상에 내가, 김태준 이 몸이. 반장을 귀엽다고 느끼다니! 말세다, 말세.

 

집에 와서 텅 비어버린 컴퓨터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원래라면 내가 보지 않은 야동을 찾기 위해 눈을 반짝이고 있을 테지만, 그렇게 멍하니 있다 보니 반장이 생각났다. 역시 어쩔 수 없겠지. 손을 깍지 꼈다가 풀었다가 다시 꼈다가 안절부절 하다가 컴퓨터를 꺼버렸다.

 

"황민지."

"왜, 왜?"

엄청 당황스런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나 좀 잠깐 보자. 따라 나와 봐."

"왜?"

"아 말할 거 있어."

피하려고 하는 손을 잡아채서 끌고 갔다. 잡아보니까 손이 정말 한손에 남는다. 반 애들은 그렇다 쳐도 태우놈의 레이더에는 정말 걸리면 안 되는 얘기이기에.

"무, 무슨 얘기인데 밖에까지 나와서 그래?"

"별 얘기는 아니고, 그러니까."

"......."

"미안."

"엑? 왜 갑자기 사과?"

"나랑 태우랑 그동안 너한테 좀 심했어. 그러니까......."

"그, 그러니까 너희들이 그......."

반장은 또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니까 미안해."

"아, 아냐. 알았으면 됐어. 그럼 얘기 끝난 거지?"

바로 돌아서서 돌아간다.

"야, 황민지!"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나 선생님한테 성교육 제대로 받아서 이제 좀 보통 남자가 됬거든?"

“.......”

또 얼굴 빨개진다. 귀엽다니까.

"이제 그런 생각도 잘 안 해."

"그, 그래서 뭐."

"근데 네 생각 많이 한다. 나 너 좋아하는 것 같아."

내 얼굴도 빨개지는 걸 느낀다.

"선생님한테 성상담도 받거든, 그러니까 나 앞으로는 변태 말고."

"......."

"태준이라고 불러줄래?"

토마토 저리 가라할 만큼 얼굴이 빨개진 반장은 아주 달려가다시피 반으로 돌아갔지만, 달려가면서 응, 이라고 아주 작게 말하는 것을 들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