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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아동성폭력 피해자와 가족 마음의 상처 치유과정 묘사

작성일 : 11-03-07 22:29             
[동화/세계일보] 아동성폭력 피해자와 가족 마음의 상처 치유과정 묘사
글쓴이 : 아하지기 (121.162.1.120)  조회 : 183  
[세계일보] 아동성폭력 피해자와 가족 마음의 상처 치유과정 묘사
2011.03.04

눈만 감으면 악몽겪던 제인이 뒤늦게 경찰에 피해사실 신고
주변 사랑과 이해로 희망찾아


네 탓이 아니야/최은순 지음/장인옥 그림/마들/9000원

‘네 탓이 아니야’는 어느 날 갑자기 아동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된 초등학생과 그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동화다. 자책감으로 혼란스러워하는 엄마와 갈등하기도 하고 주변의 시선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결국 가족의 사랑과 친구들의 이해로 희망을 찾아간다는 어찌 보면 평범한 이야기다. 그러나 피해 아동과 그 가족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숨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경찰에 신고하고, 상담기관이나 치료기관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방학이 끝날 무렵, 초등학교 5학년 채은이에게는 아무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 생겼다. 단짝 효림이와 학원에서 돌아오던 길에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도움을 요청하는 베이지색 바지를 입은 아저씨를 도와주다가 그만 무서운 일을 당한 것이다.


다행히 효림이가 휴대전화로 신고한 덕분에 미수에 그쳤지만 그 일 이후 채은이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특히 엄마는 그 일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말라며 화만 낸다. 심지어 채은이란 이름이 안 좋아서 그런 일을 당한 거라며 이름도 ‘제인’으로 바꾸어 버린다. 하지만 제인이는 학교생활도 재미가 없고 집에 와도 답답하기만 하다.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이는 효림이가 부럽기도 하고 효림이처럼 이겨내지 못하는 스스로가 슬프기도 하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사이 제인이의 마음에 난 상처는 점점 더 깊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출근한 담임선생님의 모습에 제인이는 발작을 일으킨다. 성폭행을 당할 때의 악몽이 떠오른 것. 그 사건으로 제인이와 효림이만 알던 비밀은 반 아이들이 모두 알게 됐다. 병찬이는 심하게 놀려 댔고, 학교 근처 아주머니들마저 “저 아이가 성폭행당한 아이래” 하며 수군거렸다. 초등학생이 감당하기에 사건이 너무 커진 것이다.


눈만 감으면 악몽에 시달리고, 학교에 가기가 두려워진 제인이는 엄마한테 전학 보내 달라고 떼를 쓰다가 목욕탕에 들어가 손톱을 세워 닥치는 대로 긁어댔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됐다. 결국, 아빠가 제인이를 입원시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엄마마저 넋이 나가 같이 입원했다. 제인이는 모든 게 자기 때문이라고 자책하지만 상황은 악화한다. 계속되는 가위눌림 끝에 숨을 몰아쉬던 제인이는 마침내 정신을 잃고 만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뜨니 중환자실이었다. 제인이가 정신을 차린 걸 눈치챈 아빠가 눈물을 글썽이며 기뻐했다. 일주일이나 지났다고 했다. 아빠는 상담치료 선생님을 소개해줬다. 제인이와 엄마는 함께 상담치료를 받았다.


아빠는 뒤늦게나마 경찰에 신고했다. 그리고 효림이 엄마, 담임선생님과 함께 ‘성폭력 대책 토론회’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동 성폭력 피해자들은 숨어야 하는 대상이 아닌 적절한 치료와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대상임을 강조했다.

그 후 엄마가 제인에게 사과하고, 상담치료 선생님의 안내로 부모와 함께 참여한 역할극, 그리고 놀려 대던 병찬이를 비롯한 반 아이들이 제인이의 생일잔치를 열어주며 닫혔던 제인이의 마음이 다시 열린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