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종 드 히미코'

작성일 : 06-04-03 12:17     
[영화] ' 메종드히미코 '
글쓴이 : 아하지기  조회 : 708  
 

주말 늦은 아침. 바닷가 하얀 집, 넓은 창으로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고 있다.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식탁위에 놓여진 빨간 토마토와 초록의 깍지콩, 노랗게 익은 핫케이크에 갈색 빛 생선구이, 색색의 과일들만큼이나 다양하고 아름다운 빛깔을 하고 있다. 

다시 태어나면 스모 선수의 안주인이나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는 루비, 곱게 수놓은 셔츠를 입고 하얀 드레스를 입을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야마자키, 항상 책을 읽거나 장기를 두는 깔끔한 차림의 전직 교사 마사키, 용그림 문신을 등에 새긴 젠틀맨 다카오, 멋들어지게 란제리룩을 소화하는 키코에, 자신의 사랑을 위해 헌신하는 뒷태가 아름다운 하루히코, 보라색 드레스에 이국적인 터번을 감고 있는 히미코. 

이들은 게이를 위한 양로원에 살고 있다. 게이라고는 하지만 트랜스 젠더도 있고, 드랙퀸도 있다. 모두가 생물학적인 성은 남자이지만 스스로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다양한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게이라고 통칭하는 것인지, 혹은 번역상의 오류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잠시 후, 아무렴 어떤가하고 생각한다. 여성적인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는 게이인가? 스스로를 여자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여자를 좋아한다면 그는 이성애자인가? n명의 사람에게는 n개의 사랑이 있고, n개의 성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어쨌든 ‘메종 드 히미코’ 안에서 이들은 행복하다. 

한가로운 오후를 장기를 두며 보내기도 하고 손녀딸이 보냈다고 굳게 믿고 있는 엽서를 들여다보며 뜻 모를 주문 같은 글을 외워보고 명절이면 모여앉아 노래도 부르고 가끔씩 들르는 대학생들과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메종 드 히미코’ 밖의 현실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할아버지들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것들의 장난감 폭탄세례를 받아야 하고, 변태 호모자식이라는 욕을 들어야 하고, 몇 년을 옆집에 살고 있는 할머니의 벌레라도 보듯 하는 눈초리를 감수해야 하고, 혹시라도 아는 사람을 만나서 비웃음을 사지나 않을까(아웃팅을 당하지나 않을까) 항상 마음을 졸이고 있어야 한다. 

왜 그저 행복할 수 없는 걸까? 

동성애자는 성관계에만 눈이 먼 변태성욕자라서? 무엇을 잡았을지 모르는 더러운 손을 가진 사람이라서? 가족은 생각하지도 않고 자신의 행복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라서? 언제 에이즈에 걸릴지 모르는 위험한 사람이라서? 아이들을 모두 동성애자로 만들어 세상을 타락시킬지도 모르는 사탄이라서? 

누군가가 당신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보자. 
“당신은 왜 이성애자가 되었습니까?” 
“저 사람들 이성애자 인가봐. 둘이 손을 꼭 잡고 걸어가잖아.” 
“천벌을 받을 거야. 저건 신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지. 어떻게 남자가 더럽게 여자와 키스를 하고 성관계를 가질 수 있어?” 
“남자와 여자는 너무나 다른데 어떻게 서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지?” 

어디선가 ‘동성애자는 되어지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세상은 모든 사람을 이성애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동성애자는 스스로 정체성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미란다. 이성애자들은 자신이 왜 이성애자인지, 자신의 연애와 사랑과 삶의 방식에 대해 평생을 두고 치열하게 고민한 적이 있을까? 

뒤집어 보면 간단하다. 내가 이성을 사랑하듯 그들은 다만 동성을 사랑할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 것이고 어찌보면 동성애자는 어떻게 하면 더 편안하게, 더 자연스럽게,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개척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주문을 외워 본다. 
피키피키피키~ ♡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어린이 성교육 연구팀 DoLoveMe